사랑이 남긴 하루
김명선 지음 / 복있는사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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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으로 기억한다. 이 책의 저자인 김명선 전도사님을 교회에서 처음 보았던 순간을... 어느 날 교회 단상에서 처음 보는... 안경을 쓴 아담한 여성이 기타를 연주하며 찬양을 부르는 모습을 보았다.

단아한 인상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그 분의 목소리가 단 번에 내 귀를 사로잡았다. 요즘 흔히 들을 수 없는 목소리였는데, 음색을 글로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전도사님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랐던 가수가 한 명 있었다. 1989년도에 발매된 ‘유리창엔 비’(가요톱텐 10주 연속 1위)를 불렀던 혼성듀오 햇빛촌의 가수 고병희씨였다. 그것이 전도사님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글에는 정말 힘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전도사님으로부터 개인적인 많은 이야기를 들은 느낌이고 전도사님의 삶을 많이 알게 된 것처럼 느껴졌다. 전도사님과 많이 친해진 기분이다. 개인적인 일기의 내용이라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저자는 글을 참 잘 쓴다. 다독, 다작과 깊은 사색에서 나온 결과물이리라.

저자는 정말 솔직하다.

저자는 나름 교계에 많이 알려진 CCM 히트곡(시선, 내 삶은 주의 것)의 원곡자이고 방송출연과 간증, 강의도 하시는 소위 ‘공인’의 지위이신데도, 너무나 솔직하다. 나라면 이런 내용까지는 굳이 넣지는 않았을텐데 라고 생각되는 부분까지도 너무나 솔직하게 오픈하신다.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마저 무너뜨린 느낌이다.

그런 부분이 글을 읽는 나에게는 매우 놀랍게 느껴졌다. 자신에 대한 어떠한 포장이나 미화가 전혀 없다.

책을 놓고 한 동안 생각에 잠겼다. 저자는 왜 이렇게 솔직하게 쓰셨을까?

저자의 솔직함이 놀라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한편으론 나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을 포장하는 것에 너무 익숙하고 그것을 당연히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고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그러한 적나라한 솔직함이 나에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삶에 정말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음에 놀랐다. 평소 저자의 모습은 너무나 밝고 유머스럽고 활동적이면서도 온화한 성품이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정말 많은 고생을 하셨더라. 겉으로 보기에는 귀하게 자란 것 같았는데... 그 고난은 결혼 후에도 계속되었고, 지금도 계속되는 현재형이었다.

금요일 저녁 예배에서 늘 밝고 웃는 얼굴로 찬양을 인도하시고 우리들을 격려하시던 그 어떤 날이 정작 그분에게는 교회에 오기까지가 죽을만큼 힘들었던 눈물과 괴로움의 하루였다는 것을 책을 읽고 나서 알게 되었고, 솔직히 너무 저자가 안쓰러웠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너무 안쓰러웠다. 저자에게 닥쳐오는 상황들이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다.

난 저자보다 훨씬 나쁜, 못난 사람인데 왜 난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거지? 라는 미안함마저 들었다.

어느 순간 어떤 공간에서도 저자가 마음껏 아파하고 마음껏 울고 마음껏 행동할 수 없었다는 것이 너무 안쓰러웠다.

글은 쉽게 잘 읽힌다, 그렇지만 매 장마다 여운이 많이 남는다. 한 장 읽고 생각하고 또 한 장 읽고 생각하게 된다.

글을 읽으면서 거부감을 일으키는 부분이 1도 없다. 현학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보통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글을 풀어놓으셨다.

책에는 알 수 없는 힘이 있다, 나는 그냥 저자의 일기를 읽었을 뿐인데, 저절로 나의 헝클어진 삶이 정리가 되고, 위로와 평안이 느껴진다. 내 시선이 자연스레 주님께로 향하게 한다.

내가 읽었던 많은 책 들 중에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글 솜씨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책의 내용이 특출나서가 아니라, 책 안에 엄청난 비밀이나 진리가 있어서가 아니다. 저자의 치열한 삶의 기록이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리라.

우리와 같은 성정을 가진 어떤 사람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저자의 이야기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고 내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왔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고 저자와 동일한 깨달음에 이르렀기 때문일 것이다.

고난을 기록하고 간증한 신앙서적들은 많다. 다들 은혜가 되고 감동적이긴하다. 그러나 이 책만큼은 아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고난을 대하는 저자들의 반응이 너무 인간적이지 않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저자들의 스토리는 감동적이나 글을 읽은 후에는 “그 사람이니까 그렇게 할 수 있었겠지”라며 우리라면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거리를 두게 된다.

그러나 저자는 너무나 인간적이다. 저자가 책에 썼듯 “어떤 아주머니가 남편을 잃은 후 자식 둘을 키우면서 주님 때문에 한 순간도 외롭거나 힘들지 않았어요”라는 말에 저자가 “한 순간도?”라고 속으로 반문했듯이...

고난을 신앙으로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그들은 그들이니까 라고 생각하게 되는 건 고난을 대하는 그들의 너무나 고차원적인 반응에 우리가 간격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난 오히려 저자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다가오는 두려움, 후회, 자책, 염려, 미안함, 짜증, 분노... 이런 감정들을 직면하게 되었을 때 온몸으로 그 감정들을 받아내고 치열하게 다뤄가는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는 누군가는 그러한 감정들을 자신 안에 허락하는 것 조차 정죄하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옭아매는 그러한 사람들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정 또한 하나님이 주신 것이요 감정은 지식과 이성으로 제어되지 않는다. 그렇게 감정을 이성으로 억지로 제어하려고 하면 건강하지 못한 정서가 형성될 수 있다.

고난을 멋지게 해석하고 승리했다고 간증하는 것도 좋지만 예수님은 저자와 같은 지극히 인간적인 반응에 더 관심이 있으실 것 같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사실 내가 그러하니까... 내가 다니엘보다 다윗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적인 감정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이 또한 주님 안에서만 잘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감정과 반응이 대부분 부정적인 것 맞다. 하지만 그러한 부정적인 요소 때문에 우리가 최종적으로 주님께로 향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겸손해졌다. 아니 회개했다.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사건과 처지에 대하여 할 수 있는 말이 한 마디도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동안 누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때, 마치 나도 잘 아는 것처럼 아는 체를 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체하고 조언했던 모습이 얼마나 교만한 모습이었는지 회개하게 되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아니 내가 경험했더라도 내가 그 사람이 아닌 이상 난 절대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고 그 사람의 처지와 심정을 백퍼센트 공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와ㅏ 그 사람을 완전히 아시고 이해하시는 분은 오직 예수님 뿐이다.

내가 할 일은 그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응원하고 기도하는 것... 그리고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것...

딱 그것 뿐이다.

고난의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히 아는 것은 주님은 모든 것을 아신다는 것이고, 나중에 속 시원히 모든 것을 알게 될 날이 반드시 온다는 것...

게다가 너무나 감사한 것은 주님은 고난 가운데에서도 우리를 도우시고 인도하신다. 그것도 아주 세심하게...

저자의 삶이 그 증거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메마르고 더운 광야에서 시원한 물을 마신 기분이다. 시원하고 개운하다.

앞으로도 이 책을 계속 옆에 두고 삶의 지침서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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