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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끄네 집 (양장) - 고양이 히끄와 아부지의 제주 생활기
이신아 지음 / 야옹서가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고양이에 관련된 굿즈를 모으는 걸로 마음을 달랬다.
당분간 나는 집사가 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치매 초기인 할머니까지 있어서 고양이까지 키울 여력이 안 된다는
거였다. 그래서 동생과 나는 독립할 날만 기다리게 되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 나의 독립이란 즉 결혼해서 신혼 집을 꾸려 나가는 것이었다.
휴.... 이러다 영원히 집사 못 되는 거 아냐?
그러다 정말 운명처럼 집사가 되었다.
이모가 버려진 아깽이를 구조해서 무작정 엄마 차에 실은 것이다.
어??어어??? 하면서 엄마는 당했다고 했지만 지금은 제일 이뻐 하신다.
당시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엄마는 급한대로 사람이 먹는 음식을 아깽이에게 먹였고
요 녀석이 구토와 설사를 하는 바람에 야간진료비 폭탄을 맞게 되었다.
그로인해 엄빠는 더욱이 탐탁치 않은 눈길로 녀석을 바라 보았다.
입양을 보낸다면 아깽이일때 보내야 하는데...우리가 키우면 안되나?
똥오줌 내가 다 치우고 이빨도 닦아줄 수 있는데...
이러는 사이 키튼 사료를 주문하고, 화장실과 모래를 주문하고, 장난감과 고양이용 우유를
주문하면서 요 녀석은 자연스럽게 우리가족의 막둥이가 되었다.
아부지가 책에 서술하신 대로 고양이는 저마다 성격이 다 달랐다.
나는 고양이라면 그저 시크하고 자기가 사람인 줄 알고
독립적이고 외로움도 안 타는 동물인 줄 알았다.
우리 막둥이는 무릎냥이인 데다가 엄청난 애교까지 장착하고 있었다.
새벽에 홀로 출근하는 아빠를 배웅하다보니
아빠는 마치 내가 낳은 갓난아기 바라보듯 요 녀석을 바라보곤 하신다.
중장년의 외로움을 애교로 녹이고 마음을 얻어 내다니.
고양이란 어떤 동물인가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우리 막둥이도 이갈이를 하면서 자꾸 이어폰 줄이며 충전 잭을 이빨로 끊어놔서
나갈 준비 할 때나 옷 갈아 입을 땐 거실에 놔두곤 했는데
요 녀석이 내 방 불이 켜져 있으면 문 앞에 우두커니 쭈구려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다.
그랬구나...그랬어. 집사는 곤장을 열 대 맞아야 마땅했다..ㅜㅜ
나도 아부지처럼 아무리 피곤해도 30분간 지칠 때까지 놀아줘야지! 다짐했지만
집사가 먼저 지칠 노릇이다. 캣초딩의 체력이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아부지네 어머니처럼 우리 엄마도 교회 집사고
나도 집사인데.. 요 부분이 얼마나 공감이 갔는지 모른다.
같은 집사끼리 왜이래!!!! 이러니까 어무니가 유티비 다시보기로 가족끼리 왜이래를 보셨다.
그럼서 박형식 같은 사위 데리고 오라면서...
허허 웃음만 나왔다. 엄마 박형식같은 껍데기는 흔치 않아..그러니까 연예인인 거라고.
다 필요 없고 아부지에게 히끄가 있으면 충분하듯이 나에겐 요 녀석만 있으면 충분하다.

아 정말 아부지의 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라 울컥했던 부분이다.
실컷 놀고 들어오렴. 너에게는 추운 몸을 금방 녹일 수 있는 따뜻한 집이 있단다..
실컷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은 없어도
좋은 사료랑 간식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돈 벌어올게.
오늘 아침도 내가 눈을 뜨고 세수하는 이유가 바로 너야.
우리 막둥이 곧 땅콩 제거 수술도 해야하는데...
나도 아부지처럼 좋은 집사가 될 수 있을까?
내 새끼만 우쭈쭈하는 집사가 아니라 비록 내가 거두진 못했어도
길냥이들에게 넉넉하게 사료를 채워줄 수 있는 집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
올 겨울은 제발 덜 춥길 바라며, 주변 집사들에게 히끄네 집 책을 선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