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선, 매혹과 공포의 역사
기욤 드 시옹 지음, 박정현 옮김 / 마티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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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하늘위로 떠 다니던 비행선.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인디아나 존스가 탔던 비행선. 어릴 시적 즐겨보던 일본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이나 미야자키 감독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서 하늘을 뒤덮는 크기의 프로펠러 비행기. 이렇듯 비행선은 과연 저런 것이 하늘을 떠다니던 때가 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비행선인것만 같았다.

하지만 <비행선, 매혹과 공포의 역사>를 보는 순간, 독자들은 동화에 버금가는 역사를 알게 된다. 지금은 당연스레 타게 되는 비행기의 개발이 미비했던 그 때, 하늘을 떠다니는 비행선은 인류의 도약을 제시하는 새로운 기술이었던 것이다. 위험천만한 수소를 가득 싣고서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비행선의 모습은 그때까지만 해도 정복하지 못한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꿈이었다. 비행선에 대한 일반인의 열광은 상상 이상이었으며, 사람들은 전쟁때에 머리위로 폭탄을 떨어뜨리러 오는 비행선을 구경하려고 안달이 났다.

폭발 사고로 유명해진 힌덴부르크호의 크기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타이타닉 호보다 78피트가량 작을 뿐이다. 보잉 747기가 71미터 정도에 동체 직경이 10미터가 훨씬 못 된다는 점을 상기해 보라. 하늘 저 높이 커다란 비행기가 떠 오르는 모습에도 사람들은 시선을 떼지 못하는데, 상상해보라, 직경 45미터, 길이 245미터나 되는 거대한 물체가 눈앞에서 서서히 하늘로 떠올라서 도시 위를 활보하는 모습을. 만일 수많은 비행선 편대가 구름같이 빽빽하게 머리 위를 덮는다면, 우리는 어떤 느낌으로 하늘을 쳐다보게 될까?

지금에서는 단순해 보이는 비행선도 실제로 제대로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었고, 그 중심에는 비행선을 지칭하는 Zeppelin이라는 이름을 생기게 한 체펠린 백작이 있었다. 체펠린 백작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 책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비행선에 대한 많은 얘기를 전해준다. 비행선 개발을 위한 체펠린 백작의 고집스러운 노력, 여러 번에 걸친 사고와, 독일 정부로부터의 지원을 받지 못해 국민 성금을 마련키 위해 발행한 복권, 전 국민적 내지는 전 유럽적 센세이션을 일으킨 비행선의 등장, 여객선으로의 활용과, 1차대전 시의 폭격선으로의 활약, 대서양 횡단, 히틀러를 기점으로 하는 나찌의 선전 효과를 위해 활용된 비행선, 유명한 아문젠과 관련된 북극점 탐험선으로 활약한 비행선 등, 단지 막연한 이해 속에서만 둥둥 떠다니던 비행선에 대한 역사를 이 책은 잔뜩 풀어놓는다. 비행선에는 당시 가연성의 수소가 사용되었는데, 만일 당시 미국에서만 생산할 수 있었던 불연성인 헬륨 기체를 비행선에 사용하려는 시도가 좌절되지 않았었다면, 여전히 비행선은 다소 로맨틱한 여행에 등장하였을지도 모른다.

1차 대전 시에 폭격을 위해 비행선이 사용되었다는 내용을 보면서, 느리기만 한 비행선을 프로펠러 비행기가 격추시키면 될 텐데 하고 생각하게 되지만, 어느새 당시 비행선은 비행기가 상승할 수 없는 높이를 날 수 있었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손을 쓸 수 없는 하늘 한 가운데서 폭탄을 떨어뜨리는 비행선은 어느새 매혹의 단계를 지나 전쟁 당시에는 공포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힌덴부르크 호의 폭발 사건을 계기로 비행선은 역사의 뒤로 사라지게 되었지만, 비행선은 여전히 인류를 매혹시켰던 기술의 대명사로 남아있다. 그리고 잊혀져버린 비행선의 역사를 이 책 <비행선, 매혹과 공포의 역사>는 알기 쉽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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