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소호 지음 / 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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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호 작가님을 정말 좋아하지만 작가님의 연애 그리고 산문집을 읽을 줄이야. 역시 글에 흡입력이 있으시다. 통쾌한 욕도 찰떡같은 비유도 그러다가 문득 멈춰서 생각해보게되거나 나도 그랬던 건 아닌지 성찰하게 되는 문장들도 있었다.

실패한 사랑의 이야기들. 이소호 작가님의 글이나 시들이 폭력적이고 서늘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여전히 그 주제가 관계인 것이 사랑이 많으시기 때문이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사람. 관계의 실패속에더 다른 감정에 숨으시기보다는 다시 사랑해보려고 하고 다시 실패하고 시발 욕도하고 다짐하고 그러다 어쩌다 성공하고 다시 실패하고.

마치 홍상수 영화를 본 것처럼 젊은 예술가들의 감정과 순간만 앞선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마르고 성숙해지지만 본질은 같아 실패하게 되는 이야기들 그래도 실패할 수 없었지만 남은 것들에 대한 의미들, 무명이었던 또 유명한 예술가로서 싸우고 실패하는 와중에도 글은 써야하고 화는 내야하고 헤어져야하는 작가님의 실패사이자 사랑사.

저번 시집에서도 글들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그 기록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사실 연애이자 사랑이란 게 실패와 함께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사실 모든 생도 이미 죽음이란 게 내재된 순간 실패한 게 아닐까. 오히려 이렇게 실패했다고 적어나간게 성공한 것이 아닐까. 우리 모두 실패했으니 모두에게 닿은 것일 수도 있으니까.

적어도 어떤 관계라도 글로 남았으면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가시화되지 않고 끝난 관계는 패배다. 잃어가면서 지는 것(실패)과 져서 달아나는 것(패배)와는 다르다. 글쟁이의 신념.

과거 소호님처럼 프리랜서라고 포장하지만 한낱 글쟁이로 지면만 찾아다니는 게으른 글쟁이에게는 작가님의 실패사는 성공했다! 나도 어둠 속에서 함께 더듬거릴 누군가와 충분히 행복해하고 어쩌다 들어온 조그만 빛이 그 사진들을 망치면 방명록같은 시집을 남기며 밖으로 나갈 날을 기다리며. 사랑에도 실패에도 소호님처럼 씩씩하자!

P.S 출판사에서 책을 받자마자 떠오른 동명의 이소라 노래. 그 노래를 산문화한 것 같은 책. 그러니 노래의 마지막 구절.

‘난 너에게 편지를 써
내 모든걸 말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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