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삼십 - 서른에 이르는 사소한 이야기들
김상 지음 / 반얀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주문해서 도착한 걸 보니 생각보다 작더라. 손바닥만한 사이즈에 살짝 도톰한 정도다. 표지 색감이 예쁘고, 무게도 가볍고, 손에 쥐는 감도 좋다. 장난감처럼 귀엽다.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한챕터씩 읽기에 좋지 않을까 싶다. 

받자마자 일단 죽 훑어봤을 때의 느낌은.. 펄프지라고 하나? 갱지 비슷한 살짝 거칠고 어두운 재질의 종이에.. 흑백사진들과, 텍스트가 나열된 모양이라던가.. 뭐랄까 편집이 '인디'적이라는 느낌이랄까. 이 분, 만들고 싶으신 대로 만드셨구나_ 라는 생각이 든다. 절대 나쁜 뜻은 아니고, 뭐랄까.. 자기세계가 묻어난다는 이야기다.    


한편 한편은 슥슥 읽히는 짧은 글들인데, 어쩐지 남는 여운이 있어서 연달아 한 번에 읽기보다는 쉬어가며 읽게 된다. 전반적으로 흐르는 감성이 잔잔하고도 자연스러운 나머지 이거 약간은 자전적인 이야기인 걸까, 소설보단 혹시 경수필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소소한 일상에서 건져낸 깊고 짙은 글귀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잠시 멈춰서 곰곰히 곱씹어 보는 맛이 있다. 공감에 미간을 좁히면서 말이다.

솔직한 감상으로는 뭐 대단한 절망이나 희망을 교훈처럼 우겨넣으려고 하지 않는 점이 좋다. 2퍼센트의 여백을 굳이 설명하려고 하지 않고 그대로 비워두는 점도 마음에 든다. 살짝 느릿하고 살짝 느긋한, 살짝 흐리고 살짝 울적하고 살짝 희망적인 그 정도의 여유다. 책만 한 권 들췄다 하면 뭔가를 강요당하기 십상인 요즘같은 분위기에, 선천적 회색분자 & 미지그니스트인 나로선 반갑지 뭐. 




겉표지를 벗겨보니 속표지 뒷면에 프롤로그의 한 부분이 찍혀있었다. 

-
누구세요?

잠깐 쑥스러운 듯 망설이던 그가 고개를 들었다.
역시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짐작했던 얼굴이기도 했다. 
그가 대답했다.

서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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