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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와 길을 걷다 -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사람 여행'하는 작가 오소희, 그녀가 스무 편의 동화에서 길어 올린 우리 삶에 대한 위로와 격려, 그리고 일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 두편의 그녀의 책을 읽고서 나는 그녀의 팬이 되었다.
세 살배기 JB와 함께 배낭여행을 떠나는 그녀가 처음엔 무모해보였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그녀의 용기가 부러웠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스무 편의 동화가 무얼까?
그리고 그 동화 속에서 말하려는 그녀의 이야기는 무얼까?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동화나 그림책이 아이들만의 책이 아니라는 것을 차츰차츰 알아가는 나에게
이번 책 또한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설레임으로 책장을 넘겼다.
학창시절 한 번은 들어봤거나 읽어봤을법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J.M. 바스콘셀로스 지음]에서 부터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얼굴 빨개지는 아이], [어린 왕자],[나는 달랄이야! 너는?, 오소희 지음]그녀의 책까지.
책을 읽는 중간 중간 지금의 내 마음을 위로해 주고 보듬어주는 내용들을 만나서 흠칫 놀라기도 했다.
그러다 스물둘에 가난한 종갓집으로 시집오면서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시할머니에, 시부모에, 여덟 시동생에,
그 많은 제사까지 넘겨받았다. 어머님은 평생 일 원짜리 동전 하나도 아끼며 살았다. 쌀 한 톨도 흘리지 않으며
살았다. 뼈에 구멍이 숭숭 뚫리도록 대충 먹고 많이 일했다. 한쪽 눈이 멀도록 병원비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았다.
노년이 된 어머님에게는 중증 골다공증과 시각장애인 카드가 남겨졌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뼈가 닳아 없어져도
아깝지 않다는 듯, 눈 하나쯤 뽑아주어도 아깝지 않다는 듯, 어머님은 말씀하시곤 했다. (p45)
내게도 이렇게 가족을 위해 평생을 일하다가 온몸이 골병이 들어서 지금 병원을 주기적으로 다니는 엄마가 있다.
철이 없던 나는 결혼하고 아이 낳고 이제서야 그녀가 보이고 그녀의 골병든 몸이 보인다.
그녀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서 이 구절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누군가 네게 세상에서 중요한 것들의 목록이 바뀌었다고 하거든 그 말을 믿지 마라. 그들이 출세나 성공에 대해
말해도 귀담아 듣지 마라. 이 세상에 너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네가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네 인생은 성공한 것이란다.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마음을 함께 나누는 일이 가장 중요하단다.(p88)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순수하게 마음을 나눈다는 것을 못하게 되어버린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안 하게 되어버렸다는 것이 더 정확하고 솔직하지 않을까.
손해보기 싫어서 지기 싫어서 나도 모르게 자꾸만 재고 있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것이 어찌 딱 딱 잴 수 있는 일이겠는가.
그럼에도 자꾸만 가슴보다 머리가 먼저 돌아가는 내 자신을 돌아보고 꾸짖어본다.
꾸뻬가 여행 중 만난 노승은 이렇게 말했다.
"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겁니다."
(p217~218)
행복해지고 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서도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건 까마득히 잊고 살아간다.
사는 게 팍팍해서 업무 스트레스로 육아에 지쳐서 지금이 아닌 나중에 행복하지 뭐. 그렇게 되어버렸다.
사실 그게 아닌데 말이다. 지금 행복해야 나중에도 행복할텐데...
나의 행복, 우리 가족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지 다시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
그녀의 책에서 만난 동화 중에서 내가 미처 접하지 못한 동화들도 보여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한 두권씩 읽어보고 싶어졌기 때문에....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요즘 내가 중요한 걸 잊고 살아가고 있구나.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있었는데 그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꾸밈없는 솔직한 그녀의 이야기가 육아로 살림으로 조금은 지쳐있던 나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