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롭스크의 밤
유재영 지음 / 민음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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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책을 읽을 때의 버릇이 있다. 갑자기 한 장르에 빠지면 그 장르만 계속 읽는다. 아무래도 지금은, '단편 소설'인 것 같다. 단편 소설은 원체 좋아했지만, 요즘들어 유난히 자주 찾는다.

 '하바롭스크의 밤' 또한 단편소설집이다. 다만 내가 이 책을 고른 것은 단편집이라는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이는 그저 우연의 산물이다. 이번만큼은 정말이지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제목에 이끌려 홀리듯 집어들게 되었다. 그만큼 이 책의 제목은 매력적이었다. 이국적인 이름이 가지는 신비와 '밤'이라는 단어가 지닌 비밀스러움은 강력했다. 물론, 책의 내용 또한 제목에 걸맞게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때로는 호러틱하고, 어떤 부분은 매우 희극적이면서 그 감정의 이면에는 깊은 슬픔이 깔려있기도 하다.

 표제작인 하바롭스크의 밤은 서로 다른 두 나라에서 러시아까지 흘러 들어온 남자들의 탈출기이다. 이게 또 아이러니 한게, 그 서로 다른 두 나라는 각각 남한과 북한이다. 한 민족이 다른 나라로 칭해지니, 조금 슬펐다. 그들은 원래 하나였던 그들 나라의 운명 만큼이나 기구한 삶의 소유자들이다. 그들의 삶은 거칠고 고달팠으며, 나름으로 열심히 살려 하지만 가난과 운명이 언제나 그들의 발목을 잡는다. 어쩌면 이들이 진정으로 탈출하고자 했던 것은 지친 심신밖에 남지 않은 자신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무섭다. 무섭도록 재미있다. 필자가 소개한 것은 하바롭스크의 밤 뿐이지만, 나머지 단편들 또한 독자를 전혀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글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장르이고, 그에 걸맞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이끌릴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 독자는 속절없이 끌려 들어감에 묘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결국은 저자의 손짓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저자의 앞으로의 작품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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