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외계인 보고서 - SF 우주선부터 인조인간까지
박상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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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 아서 클라크가 주장한 과학 3법칙은 다음과 같다.

1법칙: 어떤 뛰어난, 그러나 나이든 과학자가 무언가가 "가능하다" 고 말했을 때, 그것은 거의 확실한 사실에 가깝다. 그러나 그가 무언가가 "불가능하다" 고 말했을 경우, 그의 말은 높은 확률로 틀렸다.

2법칙: 어떤 일의 가능성의 한계를 알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불가능의 영역에 아주 살짝 도전해 보는 것 뿐이다.

3법칙: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이 중 나는 3법칙을 무척 좋아하는데, 현재의 과학기술을 과거 어느 순간에 비추어 그 영향을 상상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조선 해안가에 왜구들이 처들어 왔을 때 MG50 기관단총이 있다면 몇 명이나 막을 수 있겠거나 토목기술이 발달해 한반도부터 포르투갈의 리스본까지 8차선의 도로를 뚫는 다는지 등등이다.

역사적 가정법과 다른 이러한 공상은 주로 혼자만 가지고 즐기게 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다른 이와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적절한 주제가 아닐뿐 아니라 오히려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나 혼자만의 독백을 지면에 비추어 보는 듯한 착각과 생경한 즐거움을 맛 봤다.

아마 이 책의 주제가 SF라기 보다는 그에 은유된 '상상력' 그 자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는 영화 마션 내용의 과학적인 근거와 타당성을 짚어가며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화성에 대한 테라포밍과 우주 산업에 대한 다양한 매체, (영화, 소설등)를 통해 이야깃거리를 확장해 나간다. 외계인 존재에 대한 가정과 고대문명에 대한 이야기, 타임슬립이나 복제인간등 SF적인 소재를 잘 엮어서 사회적, 문화적인 배경과 지식을 담아내는 기술에 내공이 만만찮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SF와 현실의 경계에 있는 이야기는 현실감이 입혀져서 더욱 와닿는데, 최근에 이슈가 되는 페미니즘 논쟁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진다. 외계인이 인간의 종족 번식을 방해하기 위해 남자로 하여금 여자를 학대하고 살해하는 [체체파리의 비법]은 작가가 여성이기 때문에 가능한 설정이지만 남성에 대한 두려움을 외계인에 투영한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SF 영화, 소설에 마니악들이 형성되서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소재가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교한 과학원리와 법칙은 몰라도 보여지는 그 자체에 대한 서사를 이해하는 과정과 상상의 비약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이 점에서는 사회적인 도덕률이나 법감정에 위배되는 경우도 이른바 문학적 허용에 관대하기 때문일 것이기도 하다.

SF를 하나의 장르이자 사회를 비추는 한 단면이라 생각한다면, 한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 내용이다. 무엇보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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