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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 개정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어째서 늘 일이 이렇게 꼬이는가.
조금이라도 좋은 일이 생기면 그보다 몇 곱절 나쁜 일이 덮쳐들었다.
마치 인간의 운명을 갖고 놀듯이 어딘가에서 악마가 킬킬거리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지겹다. 죽어도 상관없다.
애초에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내게 주어진 카드가 너무 형편없었던 거다. 그걸로 뭘 어떻게 만들어내라는 건가. 깡그리 바꿔버리지 않고서야 대체 뭘 어떻게 해보라는 건가. 내 인생은 끝까지 패배만 이어질 것이다. 단 한 번의 인생에 모조리 패배할 패만 쥐어주고서, 하느님은 이걸 어떻게 설명할 작정인가.
이제 됐다. 포기했다. 죽고 싶지는 않지만 여기서 목숨을 건져봤자 앞으로 무슨 좋은 일이 있을 건가. 있을 리가 없다.
생에 대한 갈망이 슬슬 사라지고 있었다. 살아갈 기력이 완전히 시드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