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간에는 비밀이 있다 - 도시인이 가져야 할 지적 상식에 대하여
최경철 지음 / 웨일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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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관한 인문학 책이 알고보면 은근 다양하다. 건축가와 책은 언뜻 연관이 잘 되지 않는데 막상 보면 다양한 책들이 있다. 생각해보면 건축물이라는것은 사람이 머물고 사는 곳이다. 사람의 존재를 제외해 버린다면 그것은 유령같은 건물이 된다. 사람의 온도와 입김이 묻어나야 건물은 비로소 제 소명을 갖게 된다. 건축가가 인문학적 관심을 갖는다는것은 그러한 면을 생각하면 필연이라 할수도 있겠다.

저자 역시 건축가이다. 그럼에도 글도 잘 쓴다. 인문학적 소양이 높은 사람으로 느껴진다. 문학적 표현들과 감성이 문학가라고 해도 될것 같은 문장들을 보여준다. 그것은 초반에 언급된 건축가 A와 B에서 B의 성향을 닮았다는것을 보면 저자가 문학적 감성과 인문학적 성향의 사람임을 짐작할수 있다. 그런 그이기에 '유럽의 시간을 걷다'라는 전작을 쓸수 있었을것이다.

그의 두번째 책은 건축공간에 담긴 비밀이 주제다. 건축가 렘 콜하스가 말한 비밀이 소진 된 평범해진 건축가의 비극을 보면 우리 사회의 지루함 가득한 수많은 건물들은 모두 비극이다. 독창성과 차별성이 사라진 건축가와 건축물은 창작의 즐거움이 빠진 무채색의 생산물일 뿐이다.

건축가는 정작 자신을 위한 건축을 할 경우가 많지 않다. 자신의 집을 포함해서 많아야 두세개나 될까 의문이다. 평생 타인의 건물을 만드는게 건축가의 운명이다. 축소모형 안에서만 존재하던 구상은 실제 건물로 확장되어야 건축가로서 완성이지만 그 속에는 온전히 자신만의 구상으로 그림을 그려 넣을수가 없다. 그럼에도 건축가는 그 속에서 그만의 것을 남기려 한다. 저자는 그것들을 공간의 비밀이라 칭하며 그가 보고 경험한 세계의 도시와 다양한 곳들에 담긴 건축 인문학을 이야기 한다.

건축물의 힘은 의외로 거대하다. 하나의 건축물이 죽어가는 도시를 살릴수 있음을 구겐하임 미술관이 스페인 빌바오에서 증명했었다. 이후 많은 나라에서 건축의 미학과 도시 재건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며 도시의 상징성과 시그니처를 부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동대문 DDP라던가 새빛둥둥섬으로 그런 노력들을 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건물과 공간이 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아 즐거운 책이다. 저자가 전해주는 도시인이 가져야 할 지적 상식들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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