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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5일에 출간된다고 하던 책이 13일 내 손에 전해졌다. 설렜다.
내 머리속에서 형상화된 그녀는 진실되고 때론 아플정도로 직설적이며 인간의 아픔을 아는 작가였다.(그동안의 드라마와 한 번이었지만 대학 강의에서의 모습) 그래서 이 책을 받았을 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감으로 들떴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곧 감동적일만큼 나에게 깊게 다가왔다. 어릴 적 빨리 어른이 되기만을 바랬다던 성장통의 이야기와 20년이 지난 첫사랑에게 쓰는 편지, 효도하지 못해 자시의 한이 됐다 한 어머니에 대한 사랑고백 등. 담담한 듯 써내려간 그녀의 글에서 나는 한 동안 멍한 느낌이 들었다. 감추고 변명하고 자기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기만 급급한, 그래서 내 상처가 가장 큰 나는 그녀의 용기가 부러웠다. 내가 부끄러웠다. 그녀처럼 혹시 나도? 하고 슬몃 주먹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다.
[해보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해도 안되는 것도 있는 게 인생임도 알았으면 한다. 근데 그 어떤 것이 안된다고 해서 인생이 어떻게 되는 것은 또 아니란 것도 알았음 싶다.] 현실을 정곡으로 찌르는 그녀의 말은 씁쓸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그런거라고 스스로의 위로할 수 있는 해열제가 되기도 했다.
[아픈 기억이 많을수록 좋다. 작가는 상처받지 않는다. 모두가 글감일 뿐이다.] 시련 한 번에 나 죽겠다고 바닥을 뒹굴던, 해되 안되는 걸 어떡하냐고 볼멘소리만 일삼던 나를 정말 할말 없게 만들었다. 내가 너무 어린건지 그녀가 성숙한건지 의심이 될 정도로 그녀는 의젓하고 담담해보였다. 닮고 싶어 못 견딜만큼.
중간 중간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해석과 감상은 그 영화를 보고싶은 마음이 생겼다.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해하는 작가 노희경을 볼 수 있었다. 역시 그녀는 작가다우며 프로다웠고 그래서 그녀가 좋았다.
결론을 말한다면 사실 다른 표현을 찾고 싶었으나 어쩔수 없이, 그녀의 이야기는 흔히들 말하듯 인간적이었다. 미화하지 않고 그렇다고 비화하지도 않고 그냥 우리들이 현재를 살고 있는 모습처럼.
몇권 더 사서 친구에게 건네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