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느긋한 생활
아마미야 마미, 이소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공감도 되고 재미있게 읽은 책. 특히 작가가 심사숙고해서 고른 물건들은 나도 한번쯤 구입해서 사용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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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우 1
하마 글.그림 / 예담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2권 표지에 유독 시선이 가는 건...흠흠, 둘째치고. 블랙&레드 조합이라니 시선이 안 갈 수가 없다.



시대물을 다룬 만화는 언제나 재미있었다.

내가 사는 세계로부터 벗어나 전혀 다른 세계관으로 초대하는 그런 만화는 나도 모르게 자꾸 시선이 간다.

시대물을 다룬 만화는 보통 스토리도 매우 탄탄한 편이었기 때문에 

그림체가 별로더라도 우선 펼치고 봤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여기...ㅠㅠ

시대물이면서 스토리는 물론이고 그림체까지 완벽한 만화가 있다.

<붉은 여우>


올레마켓에 연재중이라고 하는데, 나는 단행본으로 처음 봤기 때문에

우선 단행본의 첫 느낌을 말해보자면,

단행본의 묵직한 고급스러움에 깜짝 놀랐다.

그래서 처음에는 웹툰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본문을 펼치면 '붉은' 여우라는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서인지 

검은 바탕을 중심으로 붉은색이 굉장히 많이 사용되었다.

검정색과 붉은색의 조화라는 색 조합만 봐도 치명적인데 내용은 더 치명치명하다.


'붉은 여우'라는 괴이한 저주의 존재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붉은 나라라고도 불리는 아름다운 나라, 이바나.

소이나가 이바나의 군주인 아사가에게 시집을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하는데,

그 안에 얽힌 사건들과 로맨스가 정신없이 읽게 만든다.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에는 '붉은 여우'의 저주가 있다.


읽다가 소름 끼치기도 하고, 처절함에 안쓰럽기도 하고

로맨스에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그 사랑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흡인력이 엄청난 덕분에 상당한 분량인 두 권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정말 현기증 난다.

다음 권이 절실하게 필요한 만화다.


이런 퀄리티의 만화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음 권이 빨리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완결이 나서 책꽂이에 꽂혀 있는 걸 보게 되면 뿌듯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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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닷컴
소네 케이스케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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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진지하고 심각한 상황에도 왜인지 웃음이 터지는 재미와 생각지 못했던 반전 때문에 뒷통수를 맞은 느낌. 소설 속 비밀을 알고 읽으면 느낌이 또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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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술과 이념은 처음에는 사람을 취하게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한다."


프롤로그의 첫 문장을 읽고 이제 큰일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이 책장을 덮을 때까지 이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겠다는 예감 때문이었다.

작년, <댓글부대>를 읽기 시작했을 때의 느낌과 같다.

그저 약속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하여 친구를 기다릴 겸 꺼내들었던 책이었는데

결국 친구가 와서 나를 기다리게 되고 말았다.

이번에도 역시 자기 전에 가벼이 읽으려 꺼냈던 소설이었는데 당하고 말았다.


장강명의 소설은 '가벼이' 읽으려고 꺼내들면 안 된다.

꺼내들면 끝을 보게 되는 소설이기 때문에 특히 자기 전에는 금물!


장강명 작가 특유의 신문기사 같기도, 논평 같기도 한 

긴장감 휘몰아치는 문체로 시작하는 프롤로그는 통일이 된 가상의 한국을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이 영화화가 된다고 해도 문장에서 뿜어져나오는 

특유의 긴장감은 오직 소설에서만 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역시나 그 세계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 불편한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어쩌면 정말 일어날지도 모르는,

그리고 이미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건들이라서

정신없이 읽어내려 가게 만든다.


<표백>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등 제목만으로도 화제를 모으는 작가,

불편한 것을 더 불편하게 풀어내는 작가, 장강명의 신작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다.

정말 놀라운 속도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작가이지만

속도보다도 놀라운 것은 작가가 선택하고 있는 세계관이다.

좋은 작품은 그 시대를 담아내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은 언제나 시대를 적확하게 담아내고 있지만

이 표현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그의 소설관은 언제나 근미래를 그리고 있다.

근미래 중에서도 끔찍하고 암담한 세계관에 집중하여 그려내고 있어서인지

꽤 섬뜩한 타로를 보는 느낌이 든다.


어떤 반전이 나와도 이 시국보다 놀라울 리 있겠느냐만은

잠깐 이쪽 세계를 잊고 싶을 때,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근미래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싶을 때,

끝장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읽기 좋은 소설이다.


장리철을 따라, 또는 은명화, 강민준 아니면 박우희를 따라 다른 등장인물들을 따라

<우리의 소원은 전쟁>의 지독한 세계관을 질주하다 보면

어느새 그 불편하고도 지독한 세계 속에서 

씁쓸함과 연민과 애달픔과 애정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 이것이 장강명의 작품이다.

이 말 외에 더 무엇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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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좋은 소설은 시간을 일그러뜨린다. 구병모 작가의 <한 스푼의 시간>도 그랬다. 아들의 죽음에서부터 배송된 로봇 은결의 이상한 시간으로 시작한다. 은결의 시간은 뭔가 다르다. 로봇이니까 다른 게 당연하지, 라는 게 아니다. 은결의 감정이 아주 느리게 진행된다는 것이 다르다. 인간이라면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응당 갖고 있었을 거라 생각했던) 감정의 회로에 불이 켜지는 과정을 면밀하게 보여준다.

 

시호의 눈가에서 불규칙하게 난반사되는 눈물이 은결의 인공신경을 파고든다. 일단 하품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이 눈물이 슬픔 또는 아픔, 외로움, 그리움, 기쁨, 어디에 해당하는지 은결은 자신이 보유한 상과 일일이 대조해보지만 그 무엇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그의 연산은 포연을 닮은 안개 속을 헤맨다. 난투가 벌어진 듯 배열이 뒤섞이다 희미해지고 이윽고 투명해지는 01. 감정과 무관한 거라면 그저 만취 상태일 수도 있고, 때로는 그 모두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눈물은 어떤 생리작용보다도 해독이 어렵다. 은결의 인공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마을에 한 아이가 태어나고 누군가는 죽고 결국 은결의 곁에 있던 주인 명정도 떠나가고 은결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기도 했다가 먼 훗날 새로 태어난 한 생명을 돌보는 일. 태어났다 지워지고 다시 생기고 하는 순환 속에서 하겠다해보겠다의 차이에 대해, 무너져 내린다는 느낌에 대해, 단어 하나하나를 음미하면서 은결은 자신을 자극하는 수많은 감정을 손끝으로 더듬더듬 짚어나간다. 그런 은결의 담담한 말투와 행동을 지켜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때가 있다. 그것은 읽고 있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매일매일 느끼고 있었던 감정을 가만히 그리고 천천히 생각해볼 수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 새삼, 감정을 느끼고 있는 스스로가 고마워진다.

 

무너져 내린다는 느낌은 어떤 것입니까.”

(중략) 무너진다는 건 결국 그 현상을 대하는 사람의 슬픔이나 분노에 좌우되는 게 아닌가. (중략)

누군가 죽으면 옆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시호 님이 그랬던 것처럼 울거나 소리치고 무너지는 거군요.”

 

-사람이 무너지면 무너진 그 사람이 죽나요. 아니면 옆에 있던 사람이 숨을 거둡니까.

-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지, 둘 다일 수도 있고 둘 다 아닐 수도 있다. 사람이 건물과 다른 건 부서져도 대강 이어 붙일 수 있다는 점일까, 다시 일어난다는 점일까. 나는 아내가 떠난 뒤 무너졌지만 죽지 않았고, 아들을 그렇게 보내고 나서도 무너지는 줄 알았지만 역시 이렇게 살아 있는데 두 번째는 아무래도 네가 여기 왔기 때문이겠구나.

 

책장을 덮고 나자, 아주 긴 세월을 살아낸 느낌이 들었다. 먼 우주에서 한 스푼에 담긴 아주 작은 시호와 준교, 세주와 명정의 시간을 들여다본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먼 곳에 존재하는 눈 내린 작은 마을인 듯, 자세히 살펴봐야 볼 수 있는 물방울 속 환상의 거리인 것처럼.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은 소설에서 말하듯이 모든 것이 축약된 세제 한 스푼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 한 스푼은 고작한 스푼이 아닐 것이다. 녹아버리지만 물속 전체에 퍼져 녹아 있는, 한 스푼이자 전부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일 것이다. 그 작디작은 세제 한 스푼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슴이 아릿했다가도 눈물을 슥 닦으며 개운하게 미소 지을 수 있었던 것은. 그래, 살아 있지, 우리는 살아 있구나. 결국, 이 작은 세상에서 아등바등 숨 쉬고 있는 스스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나를 포함한 숨 쉬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기를, 소설에 다 녹아가면서도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여기에 어떤 말을 더 덧붙여야 할까.

그냥, 단어들과 함께 <한 스푼의 시간>이라는 물속에서 녹아내리면 된다. 단지 그뿐, 다른 말은 더 필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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