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섭리 - 아브라함부터 예루살렘 성 멸망까지, 성경과 함께 읽는 고대 중근동 전쟁사
이재호 지음 / 두란노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쟁은 하나님의 심판인가? 하나님과는 전혀 상관없는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결과물인가? 인간의 역사를 논할 때 전쟁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전쟁은 늘 인류와 함께 해 왔지만, 그럼에도 가까이 있기엔 너무 먼, 부담스러운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전쟁은 성경에도 등장한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잔인하고 두려움의 대상인 전쟁이 성경에 포함 된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전쟁과 섭리의 저자 이재호 목사는 인류와 함께 해 온 전쟁을 하나님의 섭리의 관점에서 다루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연현상계에서 나타난 전쟁이라는 실재와 그것을 해석하는 도구로서 섭리라는 관점으로 접근하였다.(p.21) 특히 성경에 나타나는 전쟁을 고대 근동 지역의 정치적 역학관계, 종교적 세계관, 문화적 정체성에 근거하여 분석하였다. 특히 저자는 육군 장교로 임관한 후, 육군대학, 국방대학원을 졸업하고 전·후방 각지에서 참모 및 지휘관으로 복무한 군인의 정체성이 충만한(?) 목사이다. 그 군인의 정체성으로 성경의 전쟁을 바라봄으로 더 객관적이며 상세한 데이터를 제공함으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윌리엄 올브라이트(William F. Albright)와 에드윈 틸레(Edwin R. Thiele) 등이 주장하는 전통적 연대기의 구분방법을 사용한다. 분열왕국에서 서로 왕의 재임기간을 계산하는 방법이 달랐고, 틸레의 방법이 가장 정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책은 상당히 역사적으로 정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책은 크게 4부로 나뉘어진다. 1부에서는 찬란한 고대제국과 이스라엘로 성경에서 아브람부터 사사 시대까지(B.C. 1801-1120) 다룬 부분이며, 2부는 해양세력의 부상과 통일왕국의 길로 사무엘부터 르호보암까지(B.C. 1048-926)를 다루었다. 3부는 견고한 앗시리아의 흔들리는 이스라엘로 아비얌부터 아몬까지(B.C. 911-677)의 시대를 다루었다. 4부는 바벨론의 부상과 이스라엘의 멸망으로 요시야부터 시드기야까지(B.C. 620-586) 다루었다. 그리고 4부로 나뉘어진 사이사이에는 참고지식으로 이스라엘 주변 국가들에 대한 간단한 사전정보를 제공해준다. 그래서 우리는 이스라엘에 발생한 전쟁의 의미를 더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세부적으로 각 장이 전체적으로는 성경에 나타나는 전쟁을 흐름 순으로 나타내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에 성경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역사적으로 증명된 성경 밖의 전쟁들을 소개함으로 주변 지역의 상황을 통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는 전쟁사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로 주변 국가와의 관계, 국제 정세를 알지 못하는 데서 나온다고 판단한 저자의 생각의 연장선(p.18)이다.

그리고 책의 분량만을 놓고 봤을 때, 3부의 견고한 앗시리아의 흔들리는 이스라엘부분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아무래도 모든 나라와 같이왕을 구했던 이스라엘의 타락한 모습을 책의 분량으로 잘 대변하고 있지 않나 싶다. 가장 혼란스럽고 서로를 죽고 죽이며 피 흘림이 가득한 전쟁의 잔혹사를 잘 나타내고 있다.

 

책을 접한 후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손에 가득 쥔 채 읽어 내려갔다. 저자는 누구보다 전쟁을 잘 알았던 군인으로서 실제적인 전쟁의 상황 속으로 들어가기에 능통했다. 그리고 현지의 지형지물의 파악으로부터 이루어진 전쟁에 대한 상황 설명은 마치 내가 직접 전쟁에 참여한 군인과 같은 생동감을 전달해주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홍해 도하 지역(p. 63)의 위치와 시내 산의 위치(p. 70)에 대한 부분이다. 저자는 홍해의 도하 위치와 시내 산의 도하 위치를 전통적 견해에서 벗어난 위치로 이해한다. 서평자가 그동안 알고 공부해 온 바로, 홍해 도하 위치는 홍해 꼭대기에서 오른쪽 부분에 위치한 부분으로 인정된다. 그리고 시내 산은 시나이(시내) 반도 내에 위치한다. 그 외의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최근에 아라비아 부근에 시내 산이 위치한다는 견해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견해가 터무니없는 것으로 인정되어지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홍해 도하의 위치와 시내 산의 위치를 별다른 설명 없이 단정지어 설명하고 있다. 만약 저자가 홍해 도하 위치와 시내 산의 위치를 책에서처럼 그렇게 결정한 이유에 대한 설명을 제공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것이 아니라면 위치를 수정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틸레의 연대 구분 방식을 사용하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인용(p. 12)하는 것을 보아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신앙의 색깔을 갖기도 하지만 홍해 도하 위치와 시내 산의 위치를 보수진영의 의견과는 다른 것을 보여줌으로 아쉬운 마음이 있다.

 

성경을 전쟁이라는 주제로 이해하며 또한 하나님에 대한 이해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목회자로서의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저자가 제시한 목표와 방법론의 설명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이 책은 인류 역사 전반에 일어난 전쟁을 신의 섭리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그 가운데 계시된 하나님의 뜻을 조명하고자 한다. 이로써 불신앙의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역사의 주관자로서 하나님의 존재를 분명히 알리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p. 21)

성경을 해석하는 것 가운데 문법적-역사적 관점의 방법이 있다. 이는 성경의 텍스트를 중시 여기며 또한 성경이 쓰여진 당시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는 것이다. 이는 석의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성경을 연구하는 것은 성경의 유기적 영감을 믿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인간 저자의 모든 상황과 환경을 사용하셔서 하나님의 목적에 맞게 유용하게 사용하심을 믿는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이 쓰여진 문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성경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그 과정 가운데 한 가지 방법으로 전쟁이 존재하는 것이다. 전쟁은 늘 함께 해왔기에 그 당시의 전쟁을 잘 이해한다면 성경의 의미를 더 풍성하고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전쟁과 섭리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바른 관점에서 읽고 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성경을 더 깊이 이해하길 원하는 독자라면 성경 옆에 두고 함께 읽어나가길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