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가 사는 곳이 궁금해 그림책으로 만나는 지리 이야기 2
김향금 글, 서현 그림 / 열린어린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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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후 열풍이다. 나에게는 특히 거세다. 팔랑팔랑 밖을 나돌아다니기 좋아하는 나를, 일요일 저녁 집에 붙잡아둔다. 윤후를 보면 월요일이 시작된다는 슬픈 현실에 처음엔 거부하려고 했지만, '월요일이 오면 뭐 어때.' 하게 되었다. 힘들었던 일주일을 탈탈 털어버리게 하고, 다시 다가오는 일주일을 살아갈 수 있게 한다.
너무 오바인 것 같기도 하다. 내 아들도 아닌데...
그런데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분명 고 자그마한 녀석은-어쩜 강아지똥을 닮을 수 있단 말인가!!!!- 그간 맛보지 못한 기분 좋은 설렘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윤후는 대도시 서울에서 태어난 아이다. 2주에 한번씩 아빠 손 잡고 다른 삼촌. 친구들과(형, 동생도 포함) 시골로 여행을 간다. 나는 그 여정에 폭 빠져서 같이 집도 고르고, 강아지와 우쭈쭈하고, 텐트를 치고, 빙어를 후루룩 먹고, 거미를 보며 눈물 짓는다. 다른 시청자도 마찬가지일 거다. 이 프로그램의 매력은, 아이들의 여행 속에 나도 너도 모두 퐁당퐁당 뛰어들게 만드는 것. 뒤에서 지켜보는 것에서 한걸음 나아가 나란히 발맞추게 하는 것이 큰힘이라 하겠다.

 

시골을 한번도 접하지 못한 아빠들에게도 자그마한 마을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모자람 없이 오냐오냐 예쁘다 잘한다 칭찬만 듣던 아이들에게 자그마한 마을은 처음엔 '결핍'이었다. 닌자고가 없고, 눈 돌아가는 마트가 없다. 그래서 결핍에서 오는 낯설음은 아이들을 당황하게 했다. 하지만 아이가 가진 힘은 우리 어른이 상상할 수조차 없다. 편안한 침대가 없고, 시원한 에어컨이 없다고 불평하는 건 어른일 테지.. 아이들은 현재 그들이 살고 있는 집보다 (표면적으로) 좋지 않은 방을 보고도 우와 감탄하고 웃는다. 마을이 가진 다른 것들을 어느새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구 뛰어놀 수 있는 끝없이 너른 놀이터가 있고, 걸음마다 마음을 붙잡는 이름 모를 풀이 있다. 높다란 건물과 수많은 사람들에 막혀 그간 볼 수 없던 것들이 서로에게 여백이 되어 하나가 된다. 이 마술에 아이들은 꾸밈없이 스스로 본연의 자연스런 모습을 내놓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나는 완전 시골예찬론자이다. 도시는 좋지 않은 것투성이고, 시골이 사람이 진짜 살아야 할 곳이라고 소리 높여 주장하는 사람 같다. 하지만 나는 늘 도시로 도시로의 삶을 꿈꿔왔다. 자그마한 마을에서 살던 시절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지만,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돈 벌며 먹고 살자니 할 일이 없어(나에게 맞는 일)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온 것이다. 그 좋은 곳에서 왜 떠나왔느냐는 물음을 많이 받았다. 나는 답답했다. 간단하게 말하면 고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한정되어 있었다. 공무원 되기는 죽기보다 싫었고, 농사 짓는 건 영 체질에 안 맞았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 때마다 조금씩 내 생활반경을 넓혀 나가다가 결국 멈춘 곳이, 서울이다. 살아보니 좋긴 하다. 3D 영화를 걸어가서 보고, 소극장에 가서 배우들의 열정에 취하고, 전시회에 가서 그림을 감상하며 이런저런 생각에 취했다. 사지도 않을 거면서 백화점을 돌기도 했고, 누가 들으면 촌스럽다고 비웃겠지만 지하철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금씩 지쳐갔다. 태생이 촌이라 회귀본능이 있어서 그런지 요즘, 이곳에 머물러야 할지 다시 조금 내려가야 할지 고민이다.

 

... 열린어린이에서 나온 책 <내 친구가 사는 곳이 궁금해>를 보면서 누가 보면 길고, 누가 보면 짧은 내 서른살 일대기가 오래도록 흘러갔다. 대도시, 작은 도시, 마을에 사는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담은 정보 그림책인데 나는 또 한껏 빠져들어 내 이야기를 풀어놓고야 말았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나를 돌아보고 여러 생각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게 하는 책을 반긴다. 정보를 머릿속에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책을 읽고 난 다음 스스로에게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가가 훨씬 중요하다. 최근 뇌를 잘 쓰지 않아서 그런지, 정보를 꾸역꾸역 담아놓은 책은 순간은 머리에 스치지만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다. 설마,, 정보를 머릿속에만 담아두는 거라고 생각하는 어른이 아직도 많은 건 아니겠지?!. 무슨 책이든 책이란 건 마음에 남아야 한다. 배움으로 웃음으로 눈물로.. 하다 못해 타임킬링용이라 해도 제대로 두세 시간 푹 빠져 읽으면 그걸로도 나는 그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추억이 가슴에 남는 정보 그림책이다. '그림책으로 만나는 지리 이야기' 시리즈명을 달고 있는 두 번째 책인데, 곧 세 번째도 나온단다. 그땐 또 어떤 내 마음의 방을 열게 할지 기대된다. 자신의 일대기를 되짚고 싶은 어른에게, 앞으로 자신이 살아갈 곳을 스스로 만들어갈 아이들에게 권하고프다.

 

생뚱맞게 하나 덧붙인다. 후야 지금처럼 따뜻하게 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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