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팝의 고고학 1980 - 욕망의 장소 한국 팝의 고고학
신현준.최지선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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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한국 팝은 두 가지 문제였다.

하나는 시대의 문제였고, 또 하나는 음악의 문제였다.

음악을 공부하며 듣지 않는 내게 음악 비평의 언어들은 쉽게 귀에 익지 않는다. 장르의 구분도 무의미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k팝'은 장르나 콘텐츠의 구분이라기보다 하나의 시스템에 가까웠다.

이제는 그 시스템이 섬세해지다 못해, '과잉'으로서만 자기 자신을 떠받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음악은 나에게는 그런 것이다. 장르로서도, 시스템으로서도 불완전하게 보이는 것. 그래서 나에게 있어 음악은 결국 '사람'이었다.

바쉬티 번연의 음악이 다른 음악들보다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번연의 음악이 나왔던 시기 때문이다.

첫 앨범을 내고 긴 시간 잊혀졌다가 다시 나온 새로운 앨범들은 그 내부에 시간의 간극까지 담고 있기에 감동적이다.

음악은 영화보다 짧고, 순간의 이미지를 담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 짧은 순간의 경험과 시간의 축적이 음악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음악은 그래서 언제나 고고학이고, 또 언제나 살아있는 박물관이었다.

1980년대는 말초적인 시대다. 시대는 중요한 것을 막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증폭했다.

쏟아지는 말초 신경 자극제들 속에는 음악도 있었다. 조용필은 그래서 이 책의 시작을 연다.

변화된 미디어 환경과 산만한 장소들 사이를 오가는 조용필은 그 당시 시대의 분위기와 짧은 순간을 응축해놓은 하나의 덩어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이 서술하는 조용필, 그리고 1980년대의 사람과 시간은 분명 계보학보다는 고고학에 가깝다.

사소하고 다양한 장소를 거쳐, 또 다양한 인물을 거쳐 이곳 저곳으로 튕겨져나가는 산만한 역사적 흐름을 만든다.

책을 집필한 신준현의 자기소개도 이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지은 책의 종수는 꽤 많고 주제의 종류는 그의 성격만큼이나 산만 혹은 다양하다"

산만한 책이 무조건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책'이 아닌 '작업의 과정'이라고 바라본다면 달라진다.

책에 나열되는 수많은 이름들, 우리는 이 이름의 나열을 하나의 인덱스로 삼아 다음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책 자체가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여는 줄바꿈과 같다는 말이다.

이 고고학과 산만하다는 측면에서 1980년대 역시 맞닿는다.

1980년대는 1960년대, 또 1970년대와는 다르다.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눈에 띄었던 시대가 80년대다.

동시에 한국의 1980년대는 학살과 페스티벌이 공존했던 때다.

한국 팝의 고고학은 이 양면적인 시대를 엿보기 위해 사람에 접근한다.

이범희, 나훈아, 이문세, 신형원, 이응수, 들국화, 김현식, 손무현까지,

이 이름들의 집합과 인덱스 모음은 시대와 음악, 시스템 바깥의 것들까지 접근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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