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미술 - 자연과 일상이 예술이 되고 위로가 되다 예술 너머 2
이성원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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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나 스스로 많이 바뀌었다고 느낀 것이 '주변을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바쁘게 움직이며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인데, 아이 손을 잡고 천천히 걷게 되면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에게 무엇이든 말해주고 싶어서였다. '이건 목련이야.' '이건 단풍나무야.' 그런데 이름을 불러줄 때마다 참 예뻤다. 초록이 생생한 나무, 노란 꽃잎이 대견스러운 민들레, 몽실몽실한 구름까지, 무엇 하나 서로 똑같지 않고 하나하나 있는 그대로 예뻤다. 눈을 마주치고 들여다보니 안 예쁜 게 없구나.


이성원의 <자연미술>을 읽게 된 것도 표지와 '자연미술'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자연'으로 '미술'을 한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초록색 나뭇잎 사이로 빼꼼히 드러나게 부엉이 하늘, 하트 하늘, 멍멍이 하늘을 그려놓은 표지가 재치 있고 어떤 책인지 한 눈에 보여준다.


저자는 중고등학교에서 '자연미술'을 가르치는 이성원 선생님이시다. 아이들에게 주변의 자연을 관찰하며 새로운장면을 발견하고 연상하고 연결하고 그리고 만들며 표현하도록 이끌어 주고, 아이들의 자연미술 작품을 사진으로 남겨 그 찰나의 자연을 예술로 남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자연미술> 안에는 선생님의 자연미술 작품도 있고 학생들의 자연미술 작품도 소개되어 있는데 제목과 작품이 어쩌면 그리 잘 들어맞는지 공감하고 웃고 즐기며 감상했다. 어떤 학생은 벌레가 갉아먹은 나뭇잎과 풀로 그럴 듯하게 '나뭇잎 바이올린'을 만들기도 하고, 친구들과 같은 학교에 진학하지 못할까봐 애가 타는 한 아이는 건물 벽에 있는 구멍에 자신의 그림자를 겹쳐 '뻥 뚫린 내 가슴'을 표현하기도 한다.


또, 작품을 설명하거나 자연미술을 소개하는 저자의 부드러운 글도 따뜻하고 마음에 와닿는다.


수정 구슬처럼

반짝 빛나는 순간의 햇빛도

갈대와 바람이 만든

동그런 선들도


가져올 수 없다.

가져갈 수 없다.

49쪽


위처럼 그 순간만 만끽할 수 있는 자연미술의 특성을 시처럼 알려주기도 하고, 아래처럼 삶을 사는 자세를 다잡게 하는 글을 툭 던져주기도 한다.


나무가 웃을 수 있다면 돌도 웃을 수 있다. 주변 사물들이 웃는 모습을 보려면 내 마음이 먼저 웃고 있어야 한다. 마음에 불편한 일이 좀 있더라도 떨치고 웃는 마음으로 나가서 천천히 걸어 보자.

그러면 만나는 것들마다 다 웃고 있을 것이다.


세상 만물이 다 우리의 거울이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73쪽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나도 내가 먼저 웃어봐야겠다. 그러면 세상이라는 거울이 나를 보고 웃어주겠지.


자연의 커다란 운행을 피부로 느낄 때 우리는 그 속에서 내가 아주 작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며 대자연이 지켜보는 앞에서 소꿉놀이를 하는 듯한 평화를 얻는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레이첼 칼슨이 말한 것처럼 '어린이에게는 자연에 대해 함께 놀라워해 줄 한 명 이상의 어른이 필요하다.'

41쪽


글이 길지 않고 사진이 많아서 부담없이 읽었다. 부모로서 우리집 이이와 '자연미술'을 마음껏 해주고 싶고, 한 사람으로서는 '자연미술'을 내가 즐기며 하고 싶다. 저자가 집 앞 다리 밑의 개울에 우두커니 앉아 살랑이는 물고기와 개구리, 풀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상실로 휘몰아치는 마음을 잔잔하게 가라앉혔던 어느 열다섯의 5월처럼 나 역시 내 안의 평화로움을 찾고 싶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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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손님 관찰기 행복한 관찰 그림책 5
강영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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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손님 관찰기>는 우리24 편의점의 토끼 점장이 편의점에 방문하는 단골 손님들을 살펴보며 편의점의 하루를 소개하는 그림책이다.





마을에는 우리 편의점말고도 세탁소, 서점, 음식점, 문방구 등 여러 가게가 있는데 , 그 가게의 주인이 다들 편의점의 단골 고객이라서 다양한 가게도 구경하고 주인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재미가 있다. 달콤한 군것질을 좋아하는 세탁소 아저씨와 딸기우유를 좋아하는 그 아내는 함께 스쿠터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요가 학원도 꽃집도 나오고 귀여운 학생들마저 등장하니  '편의점의 단골손님 관찰기'가 아니라 마치 하나의 '마을 관찰기'같다.

많이 봤던 풍경과 내가 겪었을 법한, 반복되는 일상이 쳇바퀴처럼 답답한 것이 아니라 평화롭고 안정적이다. 부드럽고 깔끔한 동물 그림을 좋아하고 그림 이곳저곳을 차근차근 톺아보기를 즐기는 편이라서 <단골손님 관찰기>를 보면서 내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즐거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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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랭면
김지안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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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 딸기>, <감귤 기차>, <튤립호텔> 등 귀여운 그림책으로 유명한 김지안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다. 제목부터 여름 내음이 폴폴 풍기는 그림책 <호랭면>이다. 제목과 표지를 보면 딱 그림이 나온다.


호랑이와 냉면의 만남이로구나!





때는 한복을 입고 다니던 옛날, 덥고 더워도 너무 더운 어느 여름날이었다. 아홉 살 김 낭자, 이 도령, 박 도령은 절대로 녹지 않는 신비로운 얼음을 찾아 구범폭포로 길을 나선다. 그리고 드디어 구범폭포를 찾아 시원하고 맛있는 냉면을 맛보게 되는데, 이렇게 쉽게 이야기가 끝나면 서운한 지 커다랗고 아주 커다란 누군가가 등장한다. 과연 세 아이는 어떻게 될까?





큰 그림도 적지는 않지만 만화 형식으로 화면을 여러 칸으로 나누어 그린 장면이 많은 점이 눈에 띈다. 전작 <튤립 호텔>에서도 이렇게 칸을 나누어 그린 부분이 있었으나 테두리는 없었는데, 이번 <호랭면>은 진한 사각 테두리로 칸을 나누니 더 만화같은 느낌이 든다.


그동안 김지안 작가님의 그림책에서는 토끼, 고양이, 다람쥐, 곰, 멧밭쥐 등 동물들만 봤는데 김지안 작가님이 사람을 그린 걸 보게 된 점도 새롭다. 사람도 동글동글 귀엽다. 게다가 호랑이마저 어찌나 깜찍하고 사랑스러운지, 귀여운 동물 그림책 전문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호랑이가 아니라 호랭이다, 호랭이.


여러 그림마다 살짝쿵 숨어 있는 냥 선생, 호랭이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구범 폭포라는 이름에 걸맞게 호랑이가 여러 마리 나오는데, 그 가운데 주인공인 냥 선생의 특징을 찾아 다른 호랑이와 구분해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우리집 꼬맹이는 꼼꼼하게 구석구석 보고 또 보며 즐거워한다. 요즘 더워도 너무 더워서 괴로운데, 시원한 냉면을 먹으러 훌쩍 나서고 싶어지는 귀엽고 유쾌한 여름 그림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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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택배 회사
이혜원 지음, 강은옥 그림 / 해와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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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택배 회사>는 공룡과 택배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한 그림책이다. 제목을 보고 웃음이 슬며시 나왔던 것은 현관문 앞에 놓여 있는 택배 상자를 보면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해서 눈을 반짝이는 우리집 아이가 생각났던 까닭이다. 혹시나 자기 장난감일까 기대하는 모습도 귀엽다.




그림책 <공룡 택배 회사>는 원시인과 공룡, 택배라는 묘한 조합을 가지고 시작한다. 인간들이 택배를 주고 받는 장면을 본 공룡들은 자신들도 택배를 너무나도 받고 싶은 나머지 직접 '공룡 택배 회사'를 차린다. 각자 자신이 받고 싶은 선물을 정성껏 포장하여 자기 자신에게 배달하는 모습은 능청스럽기도 하고, 어린 아이가 역할놀이를 하며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같아서 귀엽다.






책에는 티라노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 스피노사우루스, 안킬로사우루스처럼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공룡들이 등장한다. 좋아하는 먹이가 서로 다른 공룡들의 특성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더 키득거리며 웃을 수 있다. 뻔한 듯 반복되는 이야기에는 반전이 있는데, 다른 공룡과 달리 스피노사우루스가 안경을 쓰고 있다는 점만 밝혀 둔다. 안경을 써본 사람이라면 아차, 싶은 장면이 나온다. 목욕탕에서 엄마 찾던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공룡과 택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한 번쯤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읽어보기에 귀여운 그림책이다. 단, 책을 읽고 나서 부모가 무한 택배 역할놀이에 동참해야할 지도 모른다는 위험성(?)이 있다.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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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면
민 레 지음, 댄 샌탯 그림, 노은정 옮김 / 대교북스주니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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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면>은 엘리베이터를 소재로 하여 동생에게 자꾸 양보하게 되는 첫째의 마음을 달래주는 그림책이다. 유아정책가이자 작가, 민 레가 글을 쓰고 칼데콧상 수상 작가, 댄 샌탯이 그림을 그렸다.





맏이 아이리스는 여느 아이들처럼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는 것을 좋아한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은 늘 아이리스의 차지였다. 그런데 어느날, 아직 작고 어려서 아빠 품에 안겨있던 동생이 손을 뻗어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아이리스보다 먼저 눌렀다. 다음날도 동생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먼저 눌러버리자 아이리스는 잔뜩 심통이 난다. 상심한 아이리스는 수리공 아저씨가 버리고 간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부품을 주워와 방문 옆에 붙여놓는다. 그리고 아이리스가 방문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문을 열자,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첫째는 태어나서부터 부모의 모든 사랑과 관심을 온전히 혼자 받으며 자라는데, 둘째가 생기면 아무래도 더 보살핌이 필요한 둘째에게 부모의 손길이 자주 가다보니 첫째들이 느끼는 상실감이 있을 것이다. <문이 열리면>은 이런 첫째의 마음을 위로하고, 첫째가 동생을 마음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려낸다. '문이 열리면'이라는 제목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옆에 붙인 방문이 열리면서 자유로운 공상을 마음껏 꿈꾸는 상상의 문을 연다는 의미인 동시에 아이리스가 동생을 향한 마음의 문을 연다는 의미가 아닐까.


 엘리베이터라는 소재가 매력있고 독특한 발상이 흥미롭다. 작가들이 펼치는 상상의 세계가 충분히 표현될 만큼 그림도 생동감이 넘치고 화려해서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그러나 글이 적고 검은색 테두리로 두껍게 여러 컷으로 나눈 만화 형식인데다가 역동적인 장면이 많아서 그런지 눈이 조금 어지럽고, 6살 우리집 아이가 직관적으로 이야기를 이해하기에는 어려웠다. 짧은 만화영화,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면 이 화려한 환상의 세계를 더 쉽고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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