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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 아기 음식
박명숙 지음 / 시공사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32개월이 막 지난 아토피쟁이 남자아이의 엄마다. 내가 이책을 접한건 작년 10월이니까, 그 화제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 전인가보다.
남편쪽을 닮은 알레르기체질로 고생하는 아들을 볼때마다 '아토피만 없어도 성공했는데...'라며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아무튼 완치는 아니라도 어떻게든 가려움증을 덜어주기라도 해야했다. 여기저기 뒤적거린결과 결국은 옛날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가장 정답임을 알았지만 막상 실천한다는 것은 더욱 난감하던차였다. 대책없이 시골로 이사를 갈 수도 없고, 내가 농사를 지을수도 없고, 더욱이 나물이고 무침이고 조림이고 하는 음식들을 나는 거의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식습관의 개혁을 이룬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했기 때문이다.(나는 본래 볶고 튀기는 음식을 좋아하고, 계란 햄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인스턴트음식을 무척 즐기는 편이었다)
그때 서점에서 우연히 찾아낸 이 책은 그순간부터 매끼니 나의 손을 떠나지 않는 바이블이 되고 말았다. 우선 이 책은 '무공해/유기농 식품으로 만든 신토불이 아기음식' 이란 제목부터가 맘에 든다. 그리고 앞부분엔 왜 무공해/유기농 식품이어야 하는지가 간단하지만 정신이 바짝 들정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있다. 그리고 단계별로 이유식과 유아식이 소개돼있고, 그것들은 모두 '쉽고 부담없고 빠르게 만들수 있는 밥과 반찬 및 간식'이라는 점이 바로 아기음식을 위한 요리책으로서의 소임과 본분을 정말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뿐인가, 맘은 있는데 어떻게 해보지 못했던 유기농식품에 대한 쉬운 접근을 위해 마무리엔 이에 대한 세세한 정보들을 세심하게 적어놓았다.
이 책을 읽고서 우리집 식습관이 확 바뀌었다고는 말하지는 않겠다. 우리는 여전히 일주일에 한번쯤은 지글거리는 고기도 먹고, 아토피의 적이라는 계란으로 찜도 해먹고, 부침개도 자주 해먹는다. 아이가 너무 우기면 햄이랑, 사탕이랑, 과자를 사 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에겐 뭐가 우리 몸에 좋은 것인지에 대해 항상 일러주고, 되도록 조금씩만 먹게끔 유도하고 있다. 나 역시 물김치와 된장국을 자주 주고, 가급적 찌고 삶고 데치는 조리법을 쓰되, 식용유는 현미유로, 계란은 유정란으로 대체하는 식의 대안을 선택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에 소개된 몇몇 유기농식품 단체들을 통하면, 감자로 만든 라면이라든지, 쌀과 잡곡으로 만든 씨리얼, 한과, 수제햄. 우리밀 칼국수 등 안심하고 먹일수 있는 제품들을 만날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었다.
엄마의 의식개혁 덕분인지 아이는 이제 먹지 않아야 할 음식앞에는 '가려운 햄버거, 가려운 피자, 가려운 초콜릿...'식으로 선별을 할 줄 알게 됐다. 알면서도 먹고 싶다고 우기면 못이기는척 사주기도 하지만.....이쯤되면 아이의 아토피는 좋아졌냐고 묻고 싶은 사람들이 있겠지만, 거짓말 안보태고 말하자면 큰 차도는 없다. 이게 날씨같은 환경요인에도 영향을 많이 받기때문에 식생활이 조금 달라졌다고 해서 애가 눈에 띄게 좋아질리가 없다는게 나의 소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가 지난 겨울 감기와 중이염을 각각 한번씩 밖에 앓은적이 없다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전혀 실망할것은 아니라고 본다. 감기에 자주 걸리지 않는 것은 아이의 면역력이 점점 증강되고 있기 때문이고, 그렇다면 알레르기 체질도 점점 개선되리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오히려 아이가 알레르기 체질인게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해본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런 식습관에 관심을 갖지도 않았을테고, 더불어 잘못된 먹거리로 병들어가는 내몸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환경에 대해서도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조차 갖지 못했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싶은 다소 게으르면서 평범한 주부다. 만약 누군가가 '우리애를 건강하게 키우고싶은데, 남들 따라하자니 자신이 없어...'라고 생각한다면 이책을 꼭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