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순간 정리를 시작했다
윤선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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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정돈을 잘 못하는 편이라, 주기적으로 정리 관련 책을 읽어준다. 다양한 정리 관련 도서들이 있는데, 미니멀리즘 관련 책, 정리 팁이 나열된 책, 파워블로거식 수납법, 일본식 인테리어 정리법 등등 여러 종류별 정리 도서를 한번씩은 다 읽어보았다. 그 중에서 사실 읽고 나서 뭔가가 남았던 기억은 별로 없다. 평범한 나 같은 사람은 가진 물건의 대부분을 버려서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도 없고. 예쁜 물건이 많거나 한 것도 아니라서 파워블로거나 일본식 수납법도 효과가 없었다. 


그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윤선현 정리 컨설턴트의 <하루 15분 정리의 힘> 이었다. 하루 15분씩만 정리해라, 서랍 한 칸씩만 정리해라, 지금 쓰는 것만 정리해라 등등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정리법을 알려주었고 책을 읽은 후로 꾸준히 실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윤선현 저자가 오랫만에 일반인 대상 정리 책을 다시 냈다고 해서 바로 구입해보았다. 이번엔 하루 15분 정리의 힘과는 다르게 에세이 식으로 쓰여진 책이다.


도미니크 로로나, 일본에서 청소로 유명한 스님 책도 읽어보았었는데 너무 어렵거나 불교 얘기가 많이 나와서 당황스러웠었다. 그런데 윤선현 작가의 책은 같은 한국인이 정리정돈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하는 책이라 와닿는 글귀가 많았다. 하루 15분 정리의 힘에서는 좀 더 실천적인 내용이었다면,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은 순간 정리를 시작했다 에서는 한층 깊은 정리의 철학적인 부분을 에세이 식으로 쉽게 다루고 있었다.


예를들어 "나에게 맞는 질서를 찾기 위해서는 낯설게 보기가 필요하다.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순수함으로 돌아가, 물건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같은 구절에서 멈추고 밑줄긋고 생각하게 된다. 낯설게 보기란 뭘까? 다소 철학적인 얘기인 것 같으면서도, 어린이가 되어 보라는 얘기는 실천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부분은 확실히 기존의 책과 달라서 인생을 정리한다는 개념에 대해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 새해를 맞아 출퇴근 하며 읽고 있는데 책도 작고 가벼워 한두챕터씩 읽기에 좋다. 나는 출근하면서 글 두 개 정도를 읽고 그 부분을 회사에서 적용해본다. 퇴근하면서는 글 하나를 읽고 집에 와서 집 정리에 한 군데 적용해본다. 이렇게 12월과 1월을 보내다보면 내년 준비가 어느새 마쳐져 있을 것 같다.

삶이 과정의 연속이듯, 정리 또한 비우고, 분류하고, 수납하는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정리가 특별한 기술 없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 정리도 삶도 어질러진 것들을 잘 수습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성장을 이루게 된다.

오랫동안 물건이 한 자리에 있게 되면 그것 자체가 관성이 생기고 되어 존재가치를 잃어버린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한 자리에 있으면 삶의 반경이 줄고, 제 스스로 변하지 않는 배경처럼 생명력을 잃어가게 된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익숙함에서 벗어났을 때 본연의 가치를 되찾거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잡지 〈생활의 수첩〉의 전 편집장 마쓰우라 야타로가 쓴 책 《일의 기본 생활의 기본 100》을 읽다가 어느 구절 앞에서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모으는 건 컬렉션, 고르는 건 셀렉션’

그렇다. 정말 정리가 안 되는 사람은 모으기만 하고,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물건을 고른다. 대체 어떻게 해야 ‘모으는 사람’이 아니라 ‘고르는 사람’이 되는 것일까. 이왕이면 어떻게 잘 고를 것인가. 무엇보다 물건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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