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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 - 진화의학자 로빈 박사의 특별한 건강 상담소
권용철 지음 / 김영사 / 2017년 4월
평점 :
내 몸을 위한 지피지기!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다. 내·외부에서 찾아오는 질병들에 맞서기 위해서는 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물론 병을 잘 몰라도 의사의 처방을 통해서 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기 마련! 건강한 신체를 가꿔나가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매일 병과 함께하는 삶에서 벗어나 생생함이 가득한 삶을 보내기 위해서는 인체를 보다 근본적으로 알 필요가 있다. 잊지 말자. 병은 하루아침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대개 여러 습관들이 켜켜이 쌓여서 온다는 것을.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인체를 바라보고 이해해야 될까? 그 해답은 의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는 것이다. 대개 병이 발생하면 사람은 병원을 찾아가고, 의학이란 학문을 통해서 치료해 나간다. 동서양을 주축으로 해서 의술에는 다양한 치료법이 존재한다. 몸에 일어난 이상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서 치료해내는 것이 의학인 셈이다. 의학의 무궁한 발전으로 인하여 많은 이들이 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분명 기억해야할 점은 인간은 오늘 갑자기 등장해서 내일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1만 년 전부터 이미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종을 이어나갈 인간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나의 몸을 나의 탄생과 죽음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나의 조상에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인간이란 종의 변천사 중 일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지피지기를 가능케 할 의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 ‘진화의학’이다.
‘진화의학’ 어딘가 모르게 낯설게만 느껴지는 용어다. ‘의학’을 담고 있지만 병을 낫게 하는 최선의 기술이 담긴 의학이 아니다. 이는 인류의 첫 등장에서부터 현재까지 있어서 인체가 어떻게 상황에 적응하고 이겨나갔는지를 진화론적으로 다가가는 새로운 개념의 의학이다. 이에 진화의학자가 제시하는 생생한 인체의 신비를 담고 있는 책,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를 소개하려 한다.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나의 몸에 대해서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나선 것처럼, 21세기를 사는 우리도 건강을 찾아 나선다. 건강에 대한 정보는 도처에 널려있다. 절대적으로 넘쳐나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건강이란 키워드를 향해 나서는 모습을 보라. 저마다 가능한 많이, 이제껏 몰랐던 새로운 정보들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나 이때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저마다의 존재는 각기 다른 신체적 특질, 상황, 환경에 놓여있다는 사실 말이다. 건강을 향한 항해를 나서는 이들은 하나의 ‘건강’만을 생각한다. 사실 ‘건강’은 상당히 모호한 개념이다. 나의 체질, 우리 가족의 유전성이 다른데 어떻게 하나의 건강만을 향해 달릴 수 있겠는가. 이에 진화의학은 건강관리법에 있어서 절대성을 벗어내라 말한다. 모두가 하나같이 외치는 건강 말고, 내 몸에 가장 잘 맞는 건강 관리법을 찾아 나설 때가 된 것이다.
‘우리 몸은 원시시대’에는 진화의학자 로빈 박사가 제시하는 다양한 인체의 비밀이 담겨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지만, 우리의 조상들은 이미 헤아릴 수도 없는 시간 전부터 지구에 등장해서 인간으로 살았었다. 따라서 단편적인 시간으로만 우리의 인체를 바라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이 쌓아온 시간을 하나씩 뒤집어 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이와 동시에 건강에 대한 근원적인 관심을 제공한다.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하며, 그 속에서 어떻게 생존을 택해왔는지’라는 관점에서 건강을 바라보면서 더욱 확장된 건강이란 개념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매일같이 접하는 나의 인체에도 아직도 모르고 있던 비밀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과도 같은 희열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우리는 왜 아픈가?’라는 프롤로그로부터 시작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 몸이 아픈 이유는 (예를 들어) 독성 물질을 섭취하였을 때 스스로가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서 자기방어 기제를 펼치는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외부에서 닥쳐오는 질병에 대해서 스스로가 해결하고 극복해나가는 방식의 진화를 택해온 인류임을 알 수 있다.
스트레스, 물리칠 수 있는 우리의 해결과제
이 책은 네 개의 파트로 이뤄져 있다. 몸이 왜 갑자기 무너졌는지, 몸과 어떻게 타협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 마음으로 유전자 스위치를 다스리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흥미로웠던 파트는 ‘마음으로 유전자 스위치를 다스린다-우리의 크고 작은 마음 문제들’이었다. 현대인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스트레스다.
저자는 이 스트레스를 진화의학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스트레스가 현대에 들어서 등장한 것이 아닌 과거 혹독한 환경을 살아가는 인류에게도 분명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스트레스는 생존 전략에 이득으로 다가왔지만, 오늘날 인류에게는 그 이상으로 존재하다 보니 과부하가 되어 인류를 괴롭히는 만성 질병 등을 가져다주는 악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니 인류의 진화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스트레스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진화의 흐름을 거슬러 가다 보면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상 깊었던 해결 방안 중 하나는 인간이 지니는 이기심과 생존을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집단생활을 하는 종들은 결코 이타적이어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있을 때보다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집단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들에게 그저 인간이라는 종으로 집단에 속해있다고 생각하라고 말한다. 생각보다 단순하게 스트레스를 물리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오늘날에 들어서 심리학이니 뭐니 하며 인간의 행동을 학문으로 규정짓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을 펼치면서 인간의 행동을 어떠한 이치와 이론에 규정시켜 분석하기보다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구축되어 온 아주 자연스러운 생존법칙의 산물로 바라보는 것이 인간을 더 쉽게 이해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존재하는 건강에 대한 모든 정보를 뒤집어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건강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진짜 건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1만 년 전부터 꾸준히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를 가해온 인류의 신체를 다시금 바라보자는 것이다. 책을 통해서 인간의 사고는 무궁하게 발전되었지만, 신체는 아직도 원시시대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지능이 높고 신체가 낮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도 역시나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러주는 것이다. 결코 오늘날 이룬 것에 자만하지 말고 자연 속에서 여느 종들과 함께 변화와 적응을 반복해나가고 있는 인간을 보면서 우리는 보다 단순하고 근원적으로 인간이란 종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