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From one Sapiens to another, '사피엔스'


 무릇 고전(古典)이라 하면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책을 말한다. 플라톤의 국가가 그랬고, 노자의 도덕경이 그랬다.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널리 읽히는 고전이다. 오래된 책이라 해서 모두 고전으로 남을 수는 없고, 이제 나온 책들 중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고전으로 남을 책은 분명 있다. 이렇게 보니 고전이 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조건이 필요한 것만 같다. 이에 나는 고전의 조건에 시대의 부름에 응한 책’, ‘시대의 문제에 답을 던진 책이라는 조건을 덧붙이고 싶다. 고전이란 그 시대에 널리 읽히고 읽혀서 오늘까지도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 책들 중에서 시간이 흐른 뒤 고전으로 남을 책은 무엇일까. 아직은 한 개인의 섣부른 판단에 불과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가야할 길에 대해 고민을 한 <사피엔스>가 이 시대의 책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세월 앞에서 자연스레 판단 될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유발 하라리가 지은 <사피엔스>가 나온 지 어언 일 년이 지났다. 아직도 출간 당시 센세이션을 잊지 못한다. 꽤나 두께가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의 입에 올랐고, 많은 이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가져다주었던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말 그대로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책이다. 어찌 보면 굉장히 단순한 주제라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시대의 책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인간에 대해서 돌이켜보고 진지하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물음과 해답을 구하는 사피엔스. 또한 이는 앞만 보고 달려왔던 사피엔스들에게 잠시 숨을 고르고 뛸 것인지, 아니면 천천히 페이스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많은 이들이 이 책에 열광했던 까닭은 이제껏 보지 못한 이론이나 지식 보다는 무심하게 생각했던 것에 대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피엔스>인간을 주제로 몇 가지 큰 틀에서 질문을 던진다. 왜 사피엔스라는 종만이 지구상에 살아남아 있는지, 인간은 왜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종이 되었는지, 인간의 문명은 왜 발전 했고, 과연 이런 것이 행복을 주었는지 등... 이런 질문을 들으면 대다수는 잠시 생각에 빠질 것이고, ‘글쎄라 하며 대답을 회피하거나 당연한 것을 왜 물어보냐며 의아해 할 것이다.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며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의심을 품어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피엔스는 굉장히 정교하고 치밀하게 위의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아간다. 인간의 첫 등장인 유인원에서 서서히 그 정체를 드러내고 있는 사이보그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인간그 자체에 대해 역사로부터 오늘을 보고, 오늘로부터 미래를 바라보며 사피엔스를 써내려 간다.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 사피엔스일까? 저자는 인류의 운명과 앞으로의 방향성이 걸린 아주 중요한 시기로 지금을 바라보고 있다. 시대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만큼의 확신 없이는 사피엔스가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시대의 상황에 답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책은 인류가 맞이해온 혁명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인지혁명에서부터 농업혁명을 거쳐 과학혁명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사고와 생활은 어떻게 변해왔나에 집중한다. 저마다의 혁명이 모두 빼 놓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나는 그 중에서 우리로부터 가장 먼 시기에 있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인지혁명을 가장 중요한 사건이자 흐름으로 보았다. 마치 먼 나라 이웃나라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인지혁명이다. 인지혁명에서 가장 와 닿았던 것은 허구의 등장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믿으면서 종교든, 신화든, 나아가 경제와 사상에 이르기까지. 사피엔스는 상상력이란 단 하나의 힘을 통해서 오늘날 가장 위협적인 종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인지혁명은 농업혁명이나 과학혁명처럼 물리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혁명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는 그러한 것들보다 상위에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실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의 사피엔스들도 허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매일 아침 일어나 무심코 보는 스마트폰 속의 세계가 허구라 한다 해도 우리는 그것을 믿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마치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인지혁명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 과거의 사피엔스를 이어주는 하나의 연결고리인 것만 같다. 그들과 마주한다면 그들은 우리의 허구를 믿지 못하고 우리는 그들의 허구를 이해하지 못할게 분명해도 과거와 현재의 사피엔스는 동일한 체계를 거치면서 상상하고 개인에서 단체로 나아간다.

 

 역사에 만약이란 것은 없다지만, 책을 읽으면서는 자꾸 만약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상상력의 산물로 오늘이 이뤄졌다 치면, 과거의 사피엔스들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상상 혹은 선택이 마냥 최선은 아니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과학혁명에 이르면서 인간은 저들이 모른다는 것을 확실하게 모르기 시작했다 하는데, 과학에서는 그렇지 전반적인 세상을 보는 눈은 아직 인 것 같다. 모든 것을 안다고 가정하면서 그 속에 모르는 것도 하나의 앎이라 보고 사피엔스는 점점 신이 되려하고 있지 않은가. 상상을 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바래왔던 동경의 대상에 기어코 가까워지려는 사피엔스다. 하지만 사피엔스가 여전히 이제 막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어리아이에 불과해 보이는 건 왜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 - 진화의학자 로빈 박사의 특별한 건강 상담소
권용철 지음 / 김영사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몸을 위한 지피지기!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다. ·외부에서 찾아오는 질병들에 맞서기 위해서는 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물론 병을 잘 몰라도 의사의 처방을 통해서 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기 마련! 건강한 신체를 가꿔나가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매일 병과 함께하는 삶에서 벗어나 생생함이 가득한 삶을 보내기 위해서는 인체를 보다 근본적으로 알 필요가 있다. 잊지 말자. 병은 하루아침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대개 여러 습관들이 켜켜이 쌓여서 온다는 것을.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인체를 바라보고 이해해야 될까? 그 해답은 의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는 것이다. 대개 병이 발생하면 사람은 병원을 찾아가고, 의학이란 학문을 통해서 치료해 나간다. 동서양을 주축으로 해서 의술에는 다양한 치료법이 존재한다. 몸에 일어난 이상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서 치료해내는 것이 의학인 셈이다. 의학의 무궁한 발전으로 인하여 많은 이들이 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분명 기억해야할 점은 인간은 오늘 갑자기 등장해서 내일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1만 년 전부터 이미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종을 이어나갈 인간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나의 몸을 나의 탄생과 죽음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나의 조상에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인간이란 종의 변천사 중 일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지피지기를 가능케 할 의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 ‘진화의학이다.

 

  ‘진화의학어딘가 모르게 낯설게만 느껴지는 용어다. ‘의학을 담고 있지만 병을 낫게 하는 최선의 기술이 담긴 의학이 아니다. 이는 인류의 첫 등장에서부터 현재까지 있어서 인체가 어떻게 상황에 적응하고 이겨나갔는지를 진화론적으로 다가가는 새로운 개념의 의학이다. 이에 진화의학자가 제시하는 생생한 인체의 신비를 담고 있는 책,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를 소개하려 한다.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나의 몸에 대해서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나선 것처럼, 21세기를 사는 우리도 건강을 찾아 나선다. 건강에 대한 정보는 도처에 널려있다. 절대적으로 넘쳐나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건강이란 키워드를 향해 나서는 모습을 보라. 저마다 가능한 많이, 이제껏 몰랐던 새로운 정보들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나 이때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저마다의 존재는 각기 다른 신체적 특질, 상황, 환경에 놓여있다는 사실 말이다. 건강을 향한 항해를 나서는 이들은 하나의 건강만을 생각한다. 사실 건강은 상당히 모호한 개념이다. 나의 체질, 우리 가족의 유전성이 다른데 어떻게 하나의 건강만을 향해 달릴 수 있겠는가. 이에 진화의학은 건강관리법에 있어서 절대성을 벗어내라 말한다. 모두가 하나같이 외치는 건강 말고, 내 몸에 가장 잘 맞는 건강 관리법을 찾아 나설 때가 된 것이다.

 

  ‘우리 몸은 원시시대에는 진화의학자 로빈 박사가 제시하는 다양한 인체의 비밀이 담겨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지만, 우리의 조상들은 이미 헤아릴 수도 없는 시간 전부터 지구에 등장해서 인간으로 살았었다. 따라서 단편적인 시간으로만 우리의 인체를 바라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이 쌓아온 시간을 하나씩 뒤집어 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이와 동시에 건강에 대한 근원적인 관심을 제공한다.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하며, 그 속에서 어떻게 생존을 택해왔는지라는 관점에서 건강을 바라보면서 더욱 확장된 건강이란 개념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매일같이 접하는 나의 인체에도 아직도 모르고 있던 비밀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과도 같은 희열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우리는 왜 아픈가?’라는 프롤로그로부터 시작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 몸이 아픈 이유는 (예를 들어) 독성 물질을 섭취하였을 때 스스로가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서 자기방어 기제를 펼치는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외부에서 닥쳐오는 질병에 대해서 스스로가 해결하고 극복해나가는 방식의 진화를 택해온 인류임을 알 수 있다.

 

스트레스, 물리칠 수 있는 우리의 해결과제

  이 책은 네 개의 파트로 이뤄져 있다. 몸이 왜 갑자기 무너졌는지, 몸과 어떻게 타협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 마음으로 유전자 스위치를 다스리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흥미로웠던 파트는 마음으로 유전자 스위치를 다스린다-우리의 크고 작은 마음 문제들이었다. 현대인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스트레스다.

  저자는 이 스트레스를 진화의학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스트레스가 현대에 들어서 등장한 것이 아닌 과거 혹독한 환경을 살아가는 인류에게도 분명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스트레스는 생존 전략에 이득으로 다가왔지만, 오늘날 인류에게는 그 이상으로 존재하다 보니 과부하가 되어 인류를 괴롭히는 만성 질병 등을 가져다주는 악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니 인류의 진화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스트레스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진화의 흐름을 거슬러 가다 보면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상 깊었던 해결 방안 중 하나는 인간이 지니는 이기심과 생존을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집단생활을 하는 종들은 결코 이타적이어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있을 때보다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집단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들에게 그저 인간이라는 종으로 집단에 속해있다고 생각하라고 말한다. 생각보다 단순하게 스트레스를 물리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오늘날에 들어서 심리학이니 뭐니 하며 인간의 행동을 학문으로 규정짓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을 펼치면서 인간의 행동을 어떠한 이치와 이론에 규정시켜 분석하기보다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구축되어 온 아주 자연스러운 생존법칙의 산물로 바라보는 것이 인간을 더 쉽게 이해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존재하는 건강에 대한 모든 정보를 뒤집어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건강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진짜 건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1만 년 전부터 꾸준히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를 가해온 인류의 신체를 다시금 바라보자는 것이다. 책을 통해서 인간의 사고는 무궁하게 발전되었지만, 신체는 아직도 원시시대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지능이 높고 신체가 낮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도 역시나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러주는 것이다. 결코 오늘날 이룬 것에 자만하지 말고 자연 속에서 여느 종들과 함께 변화와 적응을 반복해나가고 있는 인간을 보면서 우리는 보다 단순하고 근원적으로 인간이란 종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가 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욱진, 나는 심플하다
최종태 지음 / 김영사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가 겨냥한 것, 그가 이룩한 것 <장욱진, 나는 심플하다> 최종태 지음

 <장욱진,나는 심플하다>는 한평생 장욱진을 스승으로 모셔온 조각가 최종태의 글이다화백이 살아 계셨을 적 깊은 인연의 끈을 유지해온 왔던 최종태 작가에 의해서 장욱진 화백은 글로서 다시 살아난다. <장욱진,나는 심플하다>는 남겨진 자가 추억하는 화백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책이다.

 

심플하지만 결코 심플하지 않은

어느덧 장 화백의 탄생 100주기를 맞이하였다그는 이미 가고 없지만우리는 여전히 그의 탄생과 떠남을 기억한다. 100주기라는 기념비적인 시간 앞에서 <장욱진나는 심플하다>를 통해서 다시금 그를 떠올려 보고자 한다책 제목에서 다소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나는 심플하다!’는 장 화백이 생전에 심심찮게 외쳤던 말이라고 한다문장이라기보다는 간결한 외마디로 느껴진다하지만 빙산의 일각이란 말이 있듯심플을 외치지만 그 속에는 결코 심플하지 않은 무언가가 담겨 있다모든 것이 차고 넘치는 세상 속에서 장 화백이 심플을 외친 것은 결코 심플하지 않은 무언가를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으레 경전이 성인의 말을 몇 단어와 문장으로 함축하고 있듯장욱진의 그림 속에는 모든 것을 다 비워내고 비워내어 알맹이만 남았을 때 비로소 볼 수 있는 알맹이가 있다그의 그림을 보면 종교와 예술이 함께 손을 잡고 발맞추어 걸어가며 자연의 길을 향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은 작품 속에는 맑고 투명한 눈으로 바라본 자연이란 이상향이 있다.

 

爲道日損그림을 향한 길

혹자는 장 화백의 그림을 보면서 저게 뭐야나도 그리겠는걸이라 할 수도 있다물론 나도 순수하게 고백하자면 처음 그의 그림을 보고서는 저런 생각을 했었다하지만 이제 와 책을 덮고 그의 그림을 다시 보니 그는 작가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성인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음이 느껴진다노자가 말하는 성인에 가까운 모습이었다노자는 위도일손(爲道日損)이라 하였다매일 매일 비워 가는 것이 도의 길이라는 것인데장욱진 화백의 그림을 보면 그러한 것을 느낄 수 있다비울 수 있는 것은 모두 비우고화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탐내는 대작의 길도 거부하며 그는 소박하고 익숙한 것들에 주의를 집중한다어린 시절 함께 놀던 강아지아침마다 지저귀는 까치들우리네 일상에 있는 자연이 한데 어우러지는 도의 길과도 같은 그림을 그는 그려나갔다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을 보면 그림을 그렸기보다는 그림을 만들어나간다는 느낌이 든다.

 

홀로 외로이함께 다 같이

장욱진 화백은 세속을 벗어나 자연을 향해 간 사람이었다그렇기에 여느 화가들과는 다른 노선을 걸어왔다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직접 헤치며 걸어나갔다그렇기에 그의 길은 분명 외로웠다하지만 홀로 외로이 걸어가는 길목에서 그와는 비슷하지만 다른 외인들을 만날 수 있다. <장욱진나는 심플하다>는 장욱진 화백의 생애를 조명함과 동시에 조각가 김종영과 화가 김환기의 삶도 함께 비춰본다저자가 이들과 나눈 인연의 끈을 통해서 그들 삶을 만나볼 수 있다그 누구보다도 확고한 예술관과 작품세계를 펼쳐나간 이들을 보면서 시대가 요구하는혹은 시대가 만들어내는 진정한 예술가의 면모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분명 각자 다른 길을 걸어 나갔다하지만 한그루의 나무들은 한 데 모여서 예술이란 큰 숲을 만들어나갔으며이 시대에 두 번 다시는 만나볼 수 없는 위대한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책장을 덮고 잠시 생각에 잠기니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이 절로 떠오른다장욱진 화백은 이미 떠났지만그의 작품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남겨진 이들 또한 그의 작품을 통해서 그를 추억하고 있다탄생 100주기라는 기념비적인 시간 앞에서 그의 탄생과 소멸위대한 작품의 등장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책, <장욱진나는 심플하다>가 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의 대통령들 - 누구나 대통령을 알지만 누구도 대통령을 모른다
강준식 지음 / 김영사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로운 선택지 앞에 서서'

사르트르는 인생은 탄생과 죽음 사이에 있는 선택이라 말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서 오늘 아침은 무엇을 먹을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지, 나아가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 그려가는 과정 속에는 모두 선택의 순간이 담겨져 있다. 오늘도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 중에는 무의식적인 것도 있고, 적어도 몇 분간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판단도 있을 것이다. 내가 내리는 모든 선택은 나의 가치판단에 의해 행해진 것이기에 가치가 있고 그럴만한 당위가 있다. 하지만 모든 선택이 그 자체로 옳은 것이 되기란 쉽지 않다. 개인의 판단 오류나, 그 때의 즉흥성 등 여러 요인에 의해서 우리는 종종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피지기의 자세로 무언가를 택할 때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시야를 갖출 필요가 있다. 내가 내린 선택은 내 안에서만 영향이 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학습하지 않았는가. 내가 내린 미약한 날개 짓은 나와 당신, 우리 모두에게 크나큰 폭풍을 가져다주는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20174월 풍전등화와도 같은 대한민국을 보며 우리는 다시금 선택의 중요성을 느낀다. 새삼스레 종이 한 장과 도장 하나의 힘의 가치를 생각하며, 다가올 대선을 앞둔 지금에 한 권의 책을 소개하려 한다. 누구나 대통령을 알지만, 누구도 대통령을 몰랐다. ‘대통령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건네주는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을 권하고자 한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듯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에 관한 책이다. 이승만부터 박근혜까지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11명의 대통령이 등장한다. 판단을 하고 선택을 내리는 것은 어쨌거나 유권자의 몫이겠지만 보다 나은 선택을 위하여 이 책은 일종의 참고서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어떤 대통령이 있었고 그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를 보면서 과연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대통령은 무엇이며, 어떤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는 책이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본격 투표 독려 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책 속의 대통령들이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이와 같은 일들이 두 번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 투표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책으로 와 닿았다. 사실 대통령도 어쨌거나 사람이 하는 일이라, 정책을 펼치거나 언행을 할 때 개인의 판단과정이 개입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개인의 앞세우기 전에 가장 위에 있는 공직자로서 어떻게 행해야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과연 개인의 사사로운 선택을 먼저 앞세워도 될 만한 것인지, 스스로 자기 반성을 통해서 꾸준히 단련시켜 나가야 한다. 하지만 역사가 말해주듯, 우리의 대통령들은 지극히 사사로운 개인적 무엇에 많이 사로잡혔던 것 같다. 대의를 추구한다지만 그 속에는 개인의 사의가 엄청 들어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말년이 명예롭지 못하고,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게 일상다반사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대통령들의 모습을 보면서 결국 투표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담겨있는 것이 우리네 삶이고 정치라지만, 그 중심에는 어쨌거나 나 자신이 있다. 무언가를 택하는 것은 결국 나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고 제 목소리를 다 하는 것의 또 다른 표현 방식인 셈이다. 그래서 대통령들이 걸어온 현대사를 바라보면서 되새기고 또 되새겼던 것은 다름 아닌, 나의 권리를 위해서 내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자는 것이었다. 돌고 돌아서 깨달은 진리였지만, 이들의 행동을 비춰서 보았기에 더욱 깊게 새겨들을 수 있었다. 더 이상 바보로 남을 수 없고, 주어진 권리를 외면할 수도 없지 않은가.

 

왕관을 꿈꾸는 이들에게'

왕관을 쓰려는 자, 무게를 견디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을 왕에 빗대기에는 시대착오적인 면이 많지만 다수의 대통령들은 그 자리에 있으면서 스스로 착각 아닌 착각을 해왔던 것 같다. 그 속에는 개인의 포부, 욕심, 야망 등이 있었다. 개인적 욕심이 공공을 향할 때는 다수를 위해, 사리사욕을 위할때는 소수를 위한 잇속 챙김이 만연했던 지난일이었다. 이 책을 진정 권하자면 나는 유권자들도 좋지만 대통령에 오르는 자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읽기 전에 '나는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라던가 '대통령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자기 반성은 필수로 하고 나서 말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에는 이미 걸어간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이제와서 글로 고친다고 해도 바뀌지 않는 분명한 역사적인 사실 속에 남은 것은 반성하는 자세와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 뿐이다. 다음 대통령은 누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라는' 사람을 앞세우기 전에, '나라를' 맨 우선순위로 앞세우길 바란다. 모든 대통령이 이중적인 모습을 가졌다지만 공직자로서의 일관성은 보여줘도 괜찮은 것이 아닐까. 아니 공직자로서는 당연히 초지일관의 청렴한 자세를 선보이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의 대통령들 - 누구나 대통령을 알지만 누구도 대통령을 모른다
강준식 지음 / 김영사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라는‘사람을 앞세워서 사욕을 챙길 것인가, ‘나라를‘ 위해 이 한 몸을 다 바칠 것인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자, 이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투표를 하는 자 이 책을 참고서로 옳은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나포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