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 광기의 시대를 생각함
문부식 지음 / 삼인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무엇보다 읽기에 힘이든다. 내가 그 시대를 살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구절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않으면 도무지 다음 구절로 넘어갈 수 없었다. 또한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이 책에는 작가의 형용할 수 없는 번민, 고뇌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각장은 대부분 1980년대 작가의 인연이 닿았던(자의든 타의든) 친분있는 인물 중심(사건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구성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루함을 덜 느끼게 해준다. 또한 이 책의 부분들이 모두 당대비평에 실린 것들이라 이어지는 내용을 쓸 수 없었을것이다.

하지만 그 시대배경이 같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하나이다. 국가폭력과 일상적 폭력 그리고 성찰. 이정도로 줄일 수 있을것이다.

박정희 시대때의 빠른 속도주의, 인간성이 결여된 비이성주의로 근거를 찾아 볼수있는 이른바 국가폭력은 전두환 신군부에 이르러 절정에 이르게 된다. 더이상 사람이길 원하지 않았던 국가 앞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인간이아닌 자신의 삶을 버린 이가 되어버렸다. 이는 물론 많은 민주화투사들이 몸소 항거함으로써 이제는 진실이 어느 정도 밝혀지고 여론 또한 상당부분 正論의 뿌연 길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는 2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는데 국가폭력에 대응한 또 다른 폭력의 정당성, 과연 문민정부, 국민정부로 이어져 오는 지금 이순간에 우리 내부의 파시즘적 요소는 없는가? 하는 것이다.

이 둘은 각기 논쟁거리로서 상당부분 사회적 파장을 가져왔다. 전자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얼마전에 있었던 '동의대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명예보상및 민주화운동으로의 인정'에 관한 것으로 요약된다. 작가는 과연 이 항쟁이 정당하였는가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문제를 제기한다. 아주 힘들게 말이다. 그 안에는 자신의 과거에 있었던 일이( 82년 미문화원방화사건) 크나큰 아픔과 시련으로 다가온다.

어설픈 양비론이 아니라 작가는 인간적인 아픔과 고뇌에 담긴 말을 건넨다. '성찰'...이 글의 수많은 단어중에 내가 문득 성찰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것은 왜일까? 내가 너무 단편적인 면만 보지 않았나? 하는 두려움이 온다. 작가는 끈임없는 성찰을 요구한다. 물론 지금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과거에는 표면적으로 드러났던 신군부에 의해 악랄히 자행된 사건에 대한 성찰보다 지금의 국민 국가라는 이름아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내면에의 모습들...인간만이 살길이다라고 외치며 작가는 일상적인 파시즘을 논한다. 근 50년동안 자행된 국가폭력아래 길들여져 있던 우리가 국가의 손이 아닌 우리 자신들의 손으로 우리도 모르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주목한다.

이제 문제는 그것이라고 말한다. 군대, 학교등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기관들에 대해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우리만의 특수한 일들에 대해 작가는 고뇌한다. 과연 시대는 바뀌었느냐고... 제목후반부의 '광기의 시대'가 과연 끝이 났는가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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