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약탈 국가 - 아파트는 어떻게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이 되었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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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여 년 간 서울의 강남과 같은 상당수 부동산 가격이 수십 배 이상 상승했어요. 그래서인지 주위 분들에게 ‘아 그 때 강남에 집을 샀어야 했는데’ 하며 좋은 투자기회를 놓친 일화를 듣곤 합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죠.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내리막을 걷던 부동산 경기가 2013년의 저점을 찍고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과 여러 환경에 힘입어 부동산 경기가 좋아져 요 몇 년 동안 평균적으로 계속 오르기만 했습니다. 저도 마침 2013년에 부동산 매수 기회가 있었는데 주저하다가 사지 못했습니다. 결국 그 부동산은 몇 년간 특정 지역의 경우 2~3배 이상 올랐죠.

 

그런데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새 정부는 부동산이 과열이라고 단정하고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리 쏟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강남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대해 대통령도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2020년 신년사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서 반드시 원상복귀를 시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부동산 가격은 꺾이지 않고 계속 오르는 형세예요.

 

저자는 이러한 형태를 한국이 진보-보수 정권이 번갈아가면서 발전시켜온 약탈 체제라고 지칭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사회에서 역대 정권들이 부동산을 통해 어떻게 ‘합법적 약탈 체제’를 만들어왔는지 이 책을 통해서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설명해요. 그러면서 내 집 마련해보겠다고 뼈 빠지게 일해 저축한 사람들, 전세-월세 값이 뛰어 살던 곳에서 쫓겨나게 된 사람들의 처지에서 보면 폭력으로 빼앗은 약탈보다 나쁜 약탈이 바로 합법적 약탈이라고 분노하고 있어요.

 

아이러니 한 것은 줄기차게 부동산을 잡겠다고 강조해온 진보 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오히려부동산 약탈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에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한 채당 3억 1400만원(지난 정권 대비 52%) 폭등했고 오히려 이명박 정부 때는 오히려 1500만원 하락했어요. 정책을 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 서울 강남에는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강북에는 뉴타운 개발을 통한 자산 증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 후 이를 밀어붙였고, 1989년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 토지공개념 3법이 도입된 것도 군사정권의 연장이라 할 노태우 정부네요. 오히려 택지소유상한제는 김대중 정부 때 폐지됐고, 개발이익환수제는 노무현 정부 때 효력이 자동 정지됐다고 해요.

 

이처럼 부동산을 잡겠다고 했던 진보 정권들의 표리부동이 이어져 왔는데요.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와 같은 불로소득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실제 행동으로는 사실상 불로소득을 장려하는 정책을 써왔다고 해요. 그러면서 저자는 이 정부는 ‘발전의 균형’이 아니라 ‘투기의 균형’을 이뤘는지도 모르겠다며 부동산 약탈을 외면하는 진보좌파는 가짜라고 지적해요. 강준만 교수의 책들을 꾸준히 읽어 오고 있는 독자에요. 이 책을 보니 과연 정부 정책에 대해서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그리고 정권에 정체성에 대해서 의문이 들게 되네요. 요즘 무섭게 오르는 아파트값을 보고 그 배경과 역사를 제대로 아시고 싶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책과콩나무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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