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로에 선 조선 여성
한국고전여성문학회 엮음 / 소명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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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근대문학에 비추어진 19, 20세기 여성의 삶을 조명한 책이에요. 신작로라는 제목은 신작로가 근대를 상징하기 때문에 붙여진 제목인 듯해요. 남녀평등 사상이 지배적인 사상이 되고 문물도 현대화 되었으며 비교적 평화로운 시기인 요즘도 여성들의 삶이 그리 녹녹치 않은데요. 일본 등 주변 열강의 침략 하에 교조적인 성리학이 지배하던 조선에서의 여성의 삶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는데요. 이 책에서 그 모습이 생생히 전해지고 있어요.

 

사실 근대의 역사서들은 일본과 서구의 침략이나 이에 저항한 우리나라의 남성들의 모습에 치중되어 있죠. 그리고 각종 양요나 임오군란 갑신정변 그리고 동한농민전쟁 또 청일 러일 전쟁 등 굵직한 사건들과 이와 관련된 사건들에만 치중해 있지 그 속에서 엄청난 고통을 짊어졌을 일반 민중 들 특히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한마디로 근대 역사서에서 여성들의 삶은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첫 글인 1866년 병인양요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병인양란록’의 내용부터 충격적이에요. “읍네에서는 수만금 부자의 재물을 빼앗고 집에다가 불을 놓고 도망한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위급한 상황에 다 버리고 부인네들이 총각 모양을 하고 손목을 잡고 도망을 하였다.... 서양 사람이 여인을 볼 때마다 욕을 보이니, 평민 집은 얼마인지 수를 모르지만 사대부 황이천집 부인과 동네 양반 심선달 부인들이 욕을 보았다고 하니” 이는 강화도의 양반가 여인이 전통과 서구의 근대가 처음으로 폭력적으로 부딪힌 전쟁을 직접 겪고 쓴 한글일기 중 일부예요.

 

또 인상적인 글은 ‘20세기 초 강릉김씨 부인의 여행기인 ’경성유록’으로 당시 시대적 특성상 여성이 지방에서 서울로 유람을 가는 일은 흔치 않았는데, 강릉김씨는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잠겨 있다가 문득 서울로 여행을 떠나고 그 과정을 기록한 작품이에요. 이 여행을 통해서 강릉김씨는 여행을 ‘여자이기 때문에 못한다’에서 ‘여자지만 해냈다’로 자신에 대한 인식이 확연히 달라져요. 긴 여운으로 다가오는 작품이었어요.

  

한국고전여성문학회가 ‘고전여성문학’이라는 틀로 근대의 다층성에 접근하기 위해 열 명이 넘는 연구자들의 글이 실린 이 책에는 이렇듯 우리가 그냥 추측만 해왔던 근대를 살아낸 여성들의 참혹한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어요. 이 책에는 모두 14편의 글이 주제별로 3부로 구성되어 묶여서, 여성고전문학론. 몰락한 양반가 여성의 삶, 만주로 망명한 여성, 근대기 반가 출신 여성의 생애 경험과 기생·과부·여학교 주변 여성, 근대설화집 속 여성인물 등을 소개 하고 있는데요. 한 편 한 편이 근대 격변기 시대에 여성들의 삶을 전해 주고 있네요. 이 책이 힘들고 소외되었던 그녀들의 삶에 대해서 그녀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전해주는 귀한 책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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