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맹가노니 - 이야기의 탄생
이송원 지음 / 문예출판사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올해 개봉한 영화 중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자 가장 아쉬움이 남는 영화를 하나 꼽으라면 송강호가 주연을 맡았던 <나랏말싸미>가 아닐까 해요이 책은 영화 사도와 나랏말싸미의 각본가가 시나리오에 해설을 단 새로운 형식의 책으로 시나리오 창작 과정에서 참고한 자료와 각본가로서의 경험소회 등이 모두 담겨 있어요.

 

저자는 영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반영하지만 그와 구별되는 하나의 가능한 세계라고 정의하며시나리오에서 남은 목숨과 바꿔서라도 쉬운 문자를 만들려는 분투 끝에 위대함의 반열로 진입하는 인간 이도(세종의 본명)의 험난한 여정을 우리는 그리고자 했다고 해요그 길의 동반자로 신미(信眉스님이라는 실존인물에 주목하여세종과 맞서고 협력하고 격돌하는 영화적 캐릭터로 탈바꿈시켰다는 것이에요

 

이렇게 영화를 본 일부 비평가들이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 신미 캐릭터가 탄생하게 되는데요저자는 세종의 내면에 도사린 그림자를 분리하여 인격화한 또 다른 자아(alter ego)’세종의 마음속에서 벌어졌을 치열한 싸움을 외면화한 상대역으로 신미를 바라볼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어요한마디로 이 시나리오와 영화는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만들었다는 1443년 12월 30일자 실록기사 이전의 역사공백을 개연성 있는 허구로 재구성한 작품이라는 것을 강조해요.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의 세종대왕의 한글 창작에 대한 공감의식인데요저자는 시나리오를 쓰기로 결심했을 때그러니까 세종을 한 인간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과연 세종 치세가 태평성대였을까이미 태평성대를 일군 행복한 왕이 뭐가 답답해서 중국과 신하들 눈치를 보며 새 문자를 만든단 말인가세상에 없던 문자체계를 새로 만든다는 게 왕성한 지적호기심과 여유로운 취미생활로 가능한 일인가?와 같은 의문들이 들었다고 해요.

 

저자는 영화 일을 하면서 행복한 인간은 결핍을 느끼지 않으며 절박한 결핍이 없으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역설을 깨달았다고 하면서훈민정음이 위대한 창작물이라면 그 뒤에 거대한 결핍이 없을 리 없다고 단언해요이러한 시각과 의문을 가지고 실록을 들여다보고 당시 시대상을 읽어서 시나리오를 만들어 나갔다고 해요.

 

저는 이 영화를 두 번 보았네요처음 봤을 때 이 영화에 대한 논란이 있어서 약간 걱정을 하고 영화를 봤는데솔직히 큰 문제가 될 점은 없다고 생각했어요실록 등 기록의 행간을 시나리오가 채우는 것인데 견해가 다르더라도 창작으로 보면 될 것을 비난할 필요는 없겠죠두 번째로 이 책을 보고 영화를 보았는데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리면서 영화를 보니 영화의 또 다른 점이 보여서 좋았네요이 책과 영화를 같이 보시면 좋을 듯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