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량 생산품의 디자인론 - 세상을 보는 사토 다쿠의 디자인 해부학
사토 다쿠 지음, 마카베 도모하루 엮음, 안혜은 옮김 / 컴인 / 2019년 8월
평점 :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즉 사진과 동영상으로 이 책의 저자인 사토 다쿠를 본 적이 있네요. 예술가라기에 상당히 소탈해 보이는 외모에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도 분명해 보였네요. 이 책은 한마디로 요즘 뜨는 스타 디자이너인 저자의 디자인론을 펼치는 책이에요.
저자는 먼저 디자이너는 자칫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표현력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그런 요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해요. 즉 자신을 주체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환경을 주체로 생각하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런 자세를 가지면 작은 차이에도 전달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해요.
저자에게 디자인이란 그 제품이 어떤 물건인지 알리는 일이고 디자이너의 역할이란 상품의 가치를 발견하고 끌어내서 디자인 기술로 연결하는 것이라는 데요. 이 책에서 저자는 상품의 개발 경위, 상품의 역사 등을 활용하여 기업이 막연하게 가지고만 있던 상품의 이미지를 디자인의 형태로 구현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이 책에서는 그가 작업했던 다양한 디자인들의 과정들이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어요. 그중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저도 많이 사서 씹었던 껌인 ‘롯데 자일리톨’의 디자인에 대한 것이에요. 이 껌의 디자인은 껌의 원료인 자일리톨의 특징인 ‘치아에 좋다’점에서 착안하여 ‘구강’의 이미지와 껌을 어우러지게 디자인한 상품이라고 해요. 게다가 편의점이나 역 가판대나 어디서든 어떻게 진열되든 심벌마크를 볼 수 있게끔 설계하였는데, 대량 상품의 디자인은 상품이 놓이는 장소 또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었다고 하네요.
이외에도 상품과의 거리에 따른 정보 변화를 준 ‘메이지 맛있는 우유’나 상품의 소비자를 철저히 조사하여 파악한 ‘닛카 위스키 퓨어몰트’ 등의 기업 컨택부터 의사소통과 디자인 과정 드이 전부 담겨있는데,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하나하나가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읽어 내려갔네요. 저자는 이러한 과정에는 클라이언트, 상품 개발자들과의 긴밀한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한 ‘대량 생산품의 디자인론’에 대해서 역사를 되짚어 보면 다채로운 작업을 해 온 대부분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오히려 대량 생산품 ‘디자인’을 금기시하고 제대로 논의할 것이 못 되는, 수준 낮은 문제로 취급하지 않았나 싶다고 되짚어 봐요. 그런데 현실은 그 어떤 유명 디자이너가 작업한 그래픽이나 제품보다 대량 생산품을 더 가깝게 느끼고 매일 사용하며 살아간다는 것이죠. 즉 디자이너가 대량 생산품들을 외면하는 것은 삶 자체를 외면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일본 스타 디자이너의 눈을 통해서 현 세대의 대량생산 제품들과 그 디자인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