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월요일 : 앨리게이터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전건우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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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황금가지 서평단에 선정되어 작성된 글입니다.


나에게 공포 장르의 가장 큰 묘미는 '긴장감'이다.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시리즈의 시작을 맡은『앨리게이터』는 읽는 내내 긴박한 마음을 가지고 긴장감을 유발 시키는 문체가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공포 장르에서 많이 느껴볼 수 있는 심리적 긴장감의 묘미를 잘 활용해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다.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전신마비가 된 화자는 엄마와 엄마의 새 애인 '봉주'와 함께 살게 된다.

봉주는 폭력적으로 화자와 엄마를 위협하고, 전신마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화자는 그저 괴로워할 뿐이다.


그들에게 '앨리게이터' 같이 위협적인 존재 봉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덩달아 절망을 느끼게 된다.

'앨리게이터'처럼 거대한 폭력과 조롱이 아무리 그들을 억눌러도, 화자를 향한 엄마의 모성애와 하나 뿐인 가족 엄마를 지키겠다는 굳건한 마음이 터질 때 우리는 그들에게 이입할 수밖에 없을 거다.


비록 많은 사람들에게 닿진 못해도, 있는 힘껏 쥐어 짜낸 그들의 외침은 무의미한 게 아니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목소리는, 『앨리게이터』는 큰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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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화요일 : 사람의 심해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이마음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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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황금가지 서평단에 선정되어 작성된 글입니다.


모든 본능에서 비롯된 말과 행동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내면을 형태화한다면 엉망진창일 테다.

은연중에 나오는 말과 행동, 표정은 모두 내면에서 비롯된다.

밖으로 표출되지 못한 욕망은 인간의 내면에서 쌓이다 못해 넘칠 것 같으면서도 결국엔 다시 삼킬 수밖에 없는 걸 현실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크고 작은 사회 속에 속한 나도 마찬가지다.

가장 가깝고 희생 또한 마다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울 가족관계가 결함이 돼 썩어문들어져 깊은 심연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사람의 심해』는 죽은 사람의 시체에서 수산물이 나온다는 오직 소 씨 가문만이 갖고 있는 기이한 특징을 중심 소재에 둔다. 줄곧 억압 된 인간의 내면과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라면 가족의 시체도 과감하게 훼손할 수 있는 소 씨 가문의 잔인함을 보여주며, 섬찟함을 느끼게 하고 불편한 기분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게 공포 장르의 묘미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사람의 심해』는 소 씨 가문의 관습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나온 초점화자 '정유'의 시선을 따라간다.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육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내면을 형태화한다. 억제된 욕망이 묘사된 대목은 섬세하고 긴장감 넘치는 문체로 읽는 이들로부터 하여금 숨 막히게 한다.


읽는 내내 왜 이렇게 불편한 기분이 들까 생각했다.

단지 장면화 된 부분이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기 때문만이 아니라고는 확신할 수 있다.


오직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잔인한 관습을 이어가는 가족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나온 정유가 유일한 생계 수단인 회사에서 받는 부당한 대우에 견딜 수 없는 모습에 초점을 두고 보자.

우리가 사는 사회 일면의 모습이기도 하지 않나.

내면에서만 끙끙 앓고, 결국엔 거대한 권력 앞에서 무력감을 견뎌야 하는 게 현실이지 않은가.


『사람의 심해』는 이런 불편한 마음에서 비롯된, 하지만 반드시 직면해야 할 문제를 두고 '공포' 테마를 잘 활용해 조금은 속이 시원할 수 있는 결말을 냈다.

보이지 않지만 복잡하고 심오한 형태의 '내면'을 밖으로 끄집어 내어 흡입력 있게 이끌어간 것도 너무 좋았다.

사람의 몸이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특징을 잘 활용해 이런 독창적인 이미지를 구사한 것도 굉장히 훌륭하다.


무력감과 생명의 끝인 죽음은 얼핏 보면 닮았다.

죽음과 무력감, 보편적으로 끝과 포기를 내포하지만, 『사람의 심해』는 이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공포 장르의 묘미도 느끼면서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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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미로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이야기 2
천세진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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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교유서포터즈에 선정되어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잠을 자고 있을 때 빼곤 항상 무언가를 상상하고 서사를 만들어낼 정도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겐 이 소설을 만난 건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표지에서부터 예측 하긴 했지만 동화 같고 판타지 소설 같은 배경.
환상적이면서 낯선 공간에서 벌어지는 그들의 모험은 마치 여태 우리에게 닿은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살아 숨 쉬고,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는 세계관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야기가 살고 있는 한 행성 같기도 하다.

소설은 제목에서 예측 가능하다시피 이야기에 대한 사유가 진득하게 묻어난다.
이야기가 가진 힘, 이야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 위태로운 마음을 버틸 수 있게 하는 이야기.
소설은 환상의 배경 안에서 이야기의 존재를 구체적인 장면과 묘사 그리고 대사로 보여준다.
분명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공간임에도 '구루 할아버지'의 대사가 의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인물들의 대사들에서 현대 사회인(또는 예부터 쭉 유지되온 사람들)의 특징을 쉽게 떠올려 볼 수 있다.
이야기는 개인의 욕망으로부터 탄생되기도 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문제의식이 이야기가 되어 발전의 뼈대가 되기도 한다.
이를 여러 '호수마을'의 특징들로 다채롭게 묘사하여 보여준 것이 참 흥미롭다.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이야기" 시리즈에 걸맞게 어른과 아이의 시야를 모두 넓혀주는 마치 디즈니 영화 같은 소설이다.

속담과 사자성어같이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삶의 지혜를 간직할 수 있는 것도, 지식을 색다르게 접할 수 있는 것도, 나와 다른 이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다른 차원에 살고 있을 수 있는 이들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것도 모두 이야기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야기꾼 미로』는 우리를 가보지 못했던 행성으로 끌어당겨 매력적인 장면들로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을 마치 마술쇼같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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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그네 - 교유서가 소설
하명희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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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교유서포터즈에 선정되어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한 편씩 끝날 때마다 짙어진 생각이 있다.

나는 불순한 마음 하나 없이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애정을 느껴본 적이 있었는지.

내 삶의 일부분이 '전환' 될 만큼 열정적으로 누군가에게 감사하며 베풀어 본 적이 있는지.

혹은 원래는 있었는데 점차 사라진 것이 아닌지.

무디어져 있던 나에게 『밤 그네』는 인간과 인간이 함께 얽히고 연대하며 사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값진 가치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준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책에 수록된 소설들의 공통점은 대상의 '부재'를 다루고 있음과 동시에 '다정'을 다루고 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했던 대상의, 내 삶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대상을 잃고

아픈 시간을 거슬러 반추하고 되돌아본다.

이는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지만, 누구든 언젠가 반드시 겪어야 할 일이다.

여덟 편의 소설을 통해 본능적으로 거부감 드는 필수적인 마음에 직면하는 기분이었다.

상실 앞에 놓인 인물들의 마음은 슬픔과 고통으로 요동치고 있다.


남겨진 이들은 서로를 붙잡으면서 울고 주저앉기를 반복한다.

그 현장을 거슬러 반추하고 또 반추하다 마주한 고유한 마음이 잿빛이었던 세상 속에 환히 떠오르는 걸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함께 나눈 마음과 이야기들은 상실을 겪은 이들과 사회적 폭력과 억압을 받은 이들에게 내미는 따뜻한 손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인간에 대해 인간적이어야 한다.'

해당 문장이 내포하고 하고 있는 '인간적'인 인물을 소설들은 다양한 다정의 방식으로 보여준다.

「작년에 내린 눈」의 할머니와 두 여자들처럼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앞에 두고 호의적인 태도로 서로의 주머니 속에 있는 걸 건네는, 어떻게 보면 작아 보이는 마음부터, 「먼 곳으로 보내는」의 진숙처럼 자신에게 잊지 못할 영향을 준 연숙의 아빠를 위해 남은 인생을 재가요양 간병인으로서 보내다 갔던 마음까지.

다정한 마음으로부터 만들어진 진심 어린 문장들은 아마 내 삶 속에 평생 잔상을 남길 것이다.

하명희 작가는 사람을 버틸 수 있게 하는, 대상을 향한 마음들에 대해 집요하게 바라보며 보여준다.

그 마음이 가진 힘이 얼마나 거대하고 받는 이에게 얼마나 값지게 남는지 말이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은 나도 어쩌면 은연중 한 번 이상은 마주한 적 있어서 그러지 않았을까.

가상의 인물처럼 느껴지지 않는 인물들의 생동감 있는 마음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와닿았을지 궁금하다.

인간을 살게 하는 인간의 다정함


수록된 소설 곳곳에는 다정이 발휘하는 힘이 실려있다.

같은 마음이 모인 공동체 안에서 탄생한 작은 세계가 누군가에겐 숨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고,

손을 건네고 말을 거는 행위만으로 죽어가는 생명에 숨을 불어넣어 주는 게 되기도 한다.

이토록 다양한 형태를 띤 다정들이 하명희 작가의 시선을 거쳐 서사화되고, 구체적인 형태로 묘사된 걸 볼 수 있다.

나는 이것을 「먼 곳으로 보내는」에서 강하게 느꼈다.

"생리는 불편하고 힘들고 더럽고 귀찮은 거"라고 평생 인식하며 살 뻔했다던 진숙은 연숙의 아빠가 건넨 생리 축하 한마디로 연숙의 아빠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 마음이 화자인 미숙, 연숙, 선숙 그리고 키가 컸던 연숙이 아빠를 평온과 행복이 가득했던 그 바다의 기억 속에서 평생을 살게 만들었다.

진숙의 자신이 "받은 좋은 것들을 돌려주기" 덕분에 연숙은 죽은 아빠를 보내주기가 너무나 아프고 괴로웠지만, 아빠의 발가락에 분홍색 매니큐어를 칠하며 웃으면서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행복했던 그 여행의 바다를 평생 간직할 수 있었다.

모두 다정의 말 한마디로부터 피어오른 결과다.

지금 현재에도 타인과 소통하고 대화하며 살아가는 우리.

각자에게 있어 현재의 마음가짐을,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든 타인의 마음은 무엇인가.

각자에게 깃들어있는 고유한 마음이 누군가를 살게 한다는 것을 소설들은 확실하게 인지하게 만든다.

오직 다정한 사람들로부터, 그 마음을 헤아리는 사람으로부터.

간직하는 마음의 힘


결코 잊힐 수 없는, 잊어선 안 될 사건들과 기억들이 있다.

사회적 폭력과 멸시에 맞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연대라는 걸 소설들은 보여준다.

잊지 않고 간직한 마음이 발휘되는 순간, 상처받고 사라진 이들과 그들의 소중한 사람들은 치유받는다.

소설에서는 언급하기도 마음 아픈 세월호 사건, 이태원 참사 사건, 부마민주 항쟁을 겪은 이들이 등장한다.

소설은 아픈 기억을 겪고 살아남은 이들이 버틸 수 있는 값진 마음들에 대해, 이를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마주하게 만들고, 애도의 마음을 담았다.

그들이 지나온 시간들의 무게를 담은 문장에 묵직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책을 모두 읽고 먹먹한 마음이 채 가시지 않아 교유서가 유튜브 채널에서 하명희 작가의 인터뷰를 찾아보았다.

지난 만남을 되돌아보고 떠나보내는 발걸음들을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던 게 가장 컸던 것 같다.

영상 후반부 한지혜 작가의 말씀처럼 『밤 그네』는 "하명희 작가의 강이 바다를 만나기 바로 앞에 놓여 있는" 광활하게 펼쳐져야 될 마음들을 위한 책이다.

누구든 찾아가 볼 수 있는 바다의 생동감이 주는 아름다움처럼, 사라지지 않는 마음들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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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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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소설에서 나타나는 특징이지만 일곱 편의 소설은 모두 우리의 삶과 너무나 맞닿아있다.

그렇기에 읽는 내내 숨이 턱턱 막혀왔다.

뭐랄까, 과거든 현재든 은연중에 안 좋은 감정을 안고 있는 게 싫어서 외면한 나의 진짜 심리를 마주한 불편한 기분이었다.

책 뒤표지에 있는 공선옥 소설가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소설들은 여러 군데"상처 난 곳을 헤집어 화근을 보여주며", 잔상을 텍스트로 정교하게 형태화해 한 편의 이야기들로 보여준 것 같았다.

속으로만 안고 가야 하는 불편한 진실들의 서사다.

일곱 편의 초점 화자들은 모두 연령대와 성별, 상황과 위치 모두 다르다.

나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화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편 한 편 이야기를 넘길 때마다 아픈 곳을 건드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건 왜일까.

나의 내면에서, 사회에서, 개인의 집단에서, 필연적인 인간관계에서 개인의 편의를 위해 애써 고개를 돌렸던 것이 가지고 있는 힘을 소설이 온전히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책을 다 읽고서야 말할 수 있다.

삶이 일면적이지 않음을 인지하고,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삶에 관심을 두어 시야를 넓혀야 할 것을 책은 요구한다.

나는 사회에서, 혹은 개인의 구성원 안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고,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가.

책에 실린 단편소설들은 조금씩 일그러지는 관계와 개인의 내면을 둘러싸고 있는 세목들을 집요하게 바라봐 현미경을 두었다.

잠시 나를 내려놓고, 각자 다른 위치에 있는 인물들이 되어보며 알게 모르게 남아있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그들의 개별적인 삶에 온전히 몰입했다.

뚫어지게 바라본 시야 속에서 그들은 내면에 잠재된 진실과 가까워진다.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설들을 보면 비교적 주목받지 않는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시선을 두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기 '어려운' 위치에 놓여있는 이들이다.

이들은 우리에게 마냥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다.

개인주의 사회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의 입장과 마음을 섬세하게 헤아리는 건 힘든 일이란 걸 알지만, 그럼에도 우린 알아야 할 것이 있고 이들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

이들을 위축하게 만드는 건 이들이 못나서, 부지런하지 않아서,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들을 하찮게 만드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란 걸 소설은 확실하게 인식시킨다.

어떤 사람의 위치와 직업이, 혹은 사회적으로 부여받은 역할이 "당연한 것"이라며 은연중에 일반화하지 않았는가.

그저 배경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는가.

남들이 인정하지 않기에 덩달아 특정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하찮은 존재로 여기지 않았는가.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면서도, 은연중에 가볍게 여기던 이들의 입장이 되어 보게 만드는 소설이 가진 힘에 감탄했다.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개인의 피치 못할 사정들

일곱 편의 소설이 가진 공통적 특징은 사회 문제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보단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이 가진 결함을 가지고 소설은 결함의 종류도 '보편'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게 많다는 걸 말한다. 

나아가 이 결함이 어떻게 표면으로 드러나는지 세세히 그린.

언뜻 보면 평범한 개인이 오랫동안 붙들고 있는 보편적이면서도 개별적인 문제들을 보며, 나 지신과 나와 가까이 지내는 타인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싶은 개인이 무의식적으로 늙은 부모에게 의지하고 싶어 하는 모습, 직장을 가질 수 있을 만큼 나이 먹은 성인이 열등감 때문에 아버지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 번듯이 사는 청년이 끊어낼 수 없는 가난 속에서도 꿋꿋이 사회생활을 하는 모습.

그녀의 소설들은 한 개인이 갖고 있는 결함의 굴레에 대해 고민의 흔적을 보여주면서, 나름대로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떳떳하게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를 보낸다.


생각의 전환,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때


보면 화자가 결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소설이 마무리되는 작품도 있지만, 몇 개의 작품에선 본인이 생각하는 결함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살아가기로 다짐한 인물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남긴 잔상은 그저 괴롭고 아팠던 상처로 머무르지 않는다.

늘 자신의 곁에서 사랑을 주며 성실히 살아온 작은아들에게 독백을 통해 진심을 고백하고, 오랜 시간 가족을 위해 희생하던 인물이 자신의 이전 삶을 정리한 후 미련 없이 새 삶을 향해 떠나고, 인간관계로부터 오해와 고민을 안고 있던 인물이 다른 관점으로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며 상처를 극복한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흔한 특정 행위를 통해 자신의 억눌린 감정과 진심을 되돌아보고, 이를 표현해낸 그녀의 필력에 감탄했다.

우리 모두가 타인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상처와 내면의 복잡성을 가지고 있을 테다.

이를 극복하고 진정한 삶을 향해 당찬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소설은 이들을 통해 보여주며 응원한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김려령 『기술자들』이었다.

그중 나는 「세입자」를 가장 인상 깊게 봤다.

가장 편안해야 할 집에서도 개인 공간이 없고, 의지해야 할 가족이 나를 위협하는 존재로 있는 상황에서 꿋꿋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가상 인물에 몰입했다.

이토록 잔인하고 지독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나.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렇지만 일곱 편의 소설 속 인물처럼 각자가 가진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과 과정은 모두 다르다.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기술'은 나에게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섬세하게 그려낸 이야기를 보면 발견하게 될 거다.

조명 받지 못한 삶을 소설을 통해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 작가님께 정말 감사하다.

김려령 작가님의 소설은 언뜻 보면 흔하게 흘러가는 우리의 일상과 삶을 단순 흔하게 두지 않고 풍요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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