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하는 인류 - 인구의 대이동과 그들이 써내려간 역동의 세계사
샘 밀러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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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는 서평 이벤트를 통해 작성된 서평입니다.

이주민은 두려움과 무시의 대상이었다. 언뜻 보면 대단히 모순되어 보이지만, 현재도 그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이주라는 것이 다시금 사람들의 관심에 오른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그러한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우쳐 가는 것 역시 생각해 볼 만한 점이다. 사람들이 국경을 정하여 서로의 어떠한 선을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인류사적 관점에서 볼 때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연합, 지역연합과 같은 구상이 실현되면서 EU처럼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게 되거나, 트럼프처럼 미국-멕시코 국경에 방벽을 쌓겠다 하는 등 이주에 대한 정책 역시 각 국가의 정파에 따라 크게 뒤바뀌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인류가 이주하는 것은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다. 저자는 책에서 인류 시초부터 최근까지도 이주가 지속적으로 일어났다는 것과,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이 어떻게 이주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일례로 알렉산더 대왕이 단순히 정복 전쟁만 치룬 것이 아니라, 그도 어떻게 보면 이주민으로 볼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과 더불어 그 속에 숨겨져 있던 - 알 만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을 - 대규모 통혼 정책을 그의 이념으로 소개하면서 그것 또한 그가 가지고 있던 대규모 이주 계획이라고 밝힌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영국 이스라엘 운동'과 같은 세부점들을 왜 상세하게 다루었는지 하는가 하는 점이다. 미천한 식견을 가진 필자로서는 영국 이스라엘 운동이나,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사실은 '잃어버린 열 개 지파'의 후손일 수 있다는 것을 신봉하는 이들의 주장을 세세하게 담은 점 등 지엽적이거나, 세부적인 점들을 필요 이상으로 책에 담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해당 부분에서, 필자는 저자가 서문과 생각을 담은 노트에서 밝힌 그의 목적인 "이주민에 대한 관점을 달리 하고 인류 역사에서 이주가 늘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인정"하게 하는 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의아해 했다. 사실, 내용을 음미하기에는 시간에 쫓기며 읽어나가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이쯤 돼서, 저자가 서문에서 인용한 스위스 극작가의 말을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우리가 원한 건 일손이었는데 대신에 사람들이 왔다." 오늘날 이주를 하기보다 이주해 오는 사람들이 많은 국가들에서 흔히 들을 수 있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주장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주'에 대한 편견과 차별, 두려움과 무시가 정당한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기후 변화의 시대에 - 북쪽으로의 대규모 이주와 같은 극적인 변화도 포함하여 - 일어나게 될 이주의 물결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이들을 위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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