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이외수 지음 / 동문선 / 1998년 8월
평점 :
절판
몇일전에 방을 정리하다가 책상밑에 아무렇게 너부러져 있는 책들을 발견했다. 책장에 들어가기 버거워서 임시방편으로 책상밑에다 그냥 쌓아놨던 것인데 지저분하게 엉켜있는걸 보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래서 이번기회에 책장을 하나 마련하기로 마음먹고 값싸고 이동간편한 조립식책장을 하나 구입했다. 막상 책들을 차곡차곡 넣다보니 생각보다 많이 허전한게 아닌가... 그래서 작은방(창고대용)에 들어가 새로운 책장에 더 끼워놓을 책들이 없나 살펴보며 여기저기 쌓여있는 책들을 뒤적뒤적거렸다. 그때 이외수(李外秀)라는 한문으로 쓰인 이름이 눈에 띄였다. 어라~ 우리집에 이외수 책이 있었나???
예전에 <황금비늘>이라는 책을 대여해서 읽었을때 알게된 작가, 또 사이버테러라는 공격을 당하기도한 작가, 가끔씩 TV에서 긴 머리를 등뒤로 땋아 늘어뜨린 채로 약간은 수척한 모습으로 보였던 작가.. 그래서일까 내 눈에 내 귀에 익숙한 작가라고 생각했기에 반갑기도하고, 빨리 읽어보고싶다는 충동이 앞섰다. 내일 소풍가는 초등학생마냥 설레였기 때문이랄까...
이외수님의 인생을 웃음과 눈물, 기쁨과 분노, 절망과 희망을 양념처럼 섞어놓은것같이 느껴진다. 부조리한 세상을 맨정신으로 살기엔 너무 버거웠을까.. 그는 알콜중독자가 되버리기도 했고, 극심한 우울증을 앓기도 했으며, 미수에 그친 자살시도도 하고, 남다른 외모(?)덕분에 철창속에 갇히기도 하며 그의 인생은 아무것도 아닌게 된 시절이 있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삶에서 난 지독한 행복을 느꼈다. 이외수님 자신만의 독특한 향기때문일지도..
교사인 아버지의 초등학교제자가 전투기 조종사가 되어 모교 상공을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선회하고 돌아갈때의 강한 벅차오름이 심금을 울리더니.. 방범대원들에게 장난감 총을 들이대고 손 들어! 라고 말할때는 배꼽이빠져라 웃어재끼게 만들었고.. 아내가 부러워한 2층집을 돈없고 백없는 그가 두둑한 배짱으로 계약했을때는 불안함과 동시에 어떤 희열감마저 느껴졌다.
저자가 책 초반에 이런말을 했었다. '나는 소설이 독자들의 머릿속에 어떤 의미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가슴과 영혼에 어떤 울림을 남겨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p.22> 이외수님의 소설을 많이 접해보진 못했지만.. 적어도 이책은 무기력해지려 했던 나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누구나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실패도 있고 좌절도 있으며 행복도 있기 마련이다. 다만 우리네의 인생을 얼마만큼 애증을 가지고 살아가느냐의 문제가 아닐런지.. 그런 점에서 이외수는 자신을 지독히 사랑하고, 인생을 지독히 사랑하고, 뭐같은 세상은 적당히 사랑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