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와이너리 여행 - 식탁 위에서 즐기는 지구 한 바퀴
이민우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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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리즘에 빠진듯 했다. 적당히 애들을 키워낸 부부의 주말 낮 풍경처럼, 뭔가 편안하며 일상적이지만, 약간의 권태감과 지리한 느낌.... 그게 최근의 내 와인생활이었다. 분명 지금도 일주일에 두어병씩 즐기고, 이것저것 다양하게 사모으며, 새로운 정보가 있는지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는 모양새는 별로 차이가 없다. 하지만 늘 해오던 그대로의 생활이 반복되고 있었다. 전처럼 새로우면 새로운대로, 익숙하면 익숙한대로, 심지어는 실망스러움을 느끼면서도 가슴이 뛰던 그 두근거림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코로나 시국때문에 정작 더 많은 와인을 맛보고 즐기고 있지만, 이 생활이 원래 내가 애정해 마지않던 취미생활인가에 대한 확신이 옅어지고 있던 차였다.
그런 때에 이 책을 만났다. 그렇잖아도 내 무덤덤해진 와인생활에 활력을 다시 보태줄 수 있는 방법중에 하나로 와이너리 투어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시국이 시국인지라 감히 엄두도 내보지 못했던 터였다. 이렇게 간단한 와이너리에 관한 정보들과 묘사만으로도 마치 직접 와이너리 투어를 다녀온듯한 느낌을 받게 될 줄이야. 기대하지도 않았던 두근거림을 다시 느끼며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처음엔 너무 보편적이고 기초적인 정보와 지식의 나열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나름 와인을 마시며 줏어들은 지식들은 제법되다보니, 뭐 거기서 거기인 초보자 지향의 개론서인가 하며 가볍게 읽어내려갔지만, 내 기존의 시각을 넓히고 부족했던 정보의 부분을 충실하게 채워주는 느낌이 점차 커졌다. 내가 이미 마시거나 소유한 와인에 대한 단락일 때의 몰입감은 실제 와이너리 투어의 느낌이라 할만 했고, 새로운 의욕과 탐구심이 안에서부터 피어올랐다. 읽기 쉽고 단순하게 풀어놓았지만, 각 와인과 와이너리에 대한 이해도와 집중도가 남달라 푹 빠져 읽어나가게 되었고, 순식간에 다 읽은뒤에는 마치 장기간의 와이너리 투어를 다녀온듯한 큰 만족감과 함께, 다시금 와인생활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원래 칼럼으로 기재했던것을 모아놓은 것이라 그 이야기의 통일성과 체계적인 전개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으나, 오히려 단락단락 짤막하고 간결하게 정보들이 구분되어 있어 전달되는 정보가 선명하고 수월하게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기존의 와인생활을 권태기 부부의 삶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늦둥이'정도의 큰 임팩트는 아니라 할지라도, '새로 맞이한 반려견 식구' 정도의 떠들석하고 즐거운 생활의 활기와 변화정도는 충분히 주었다. 이제 막 와인생활을 시작한 사람에게도, 그리고 나처럼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모두 추천할만한 책이다.
코로나가 얼른 종식되었으면 한다. 이 책 곳곳에 출처놓은 와이너리를 꼭 방문해보고 싶다. 다시금 기대감에 가슴이 뛰고 즐거운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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