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회랑 : 국가, 사회 그리고 자유의 운명
대런 애쓰모글루 외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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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좁은회랑 #대런애쓰모글루외 #시공사

 

국가와 사회의 관계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방대한 연구와 깊은 통찰이 엿보이는 책입니다. 국가 안에서 또는 사회 안에서 개인으로서의 역할과 의무, 권리 등등을 리바이어던의 개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 책에 나온 표현을 빌리자면 족쇄 찬 리바이어던의 국가 형태는 좁은 회랑안에 위치하며, 국가와 사회가 끊임없이 견제하고 보완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국가가 이 좁은 회랑 안에 위치해야만 국가는 국가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고 개인은 자유를 보장받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가장 잘 해나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며 책의 내용에도 상당히 만족합니다.

수많은 이론을 끌어다가 설명하면서 정작 자신이 하고픈 말은 단어 하나밖에 안 되는 수많은 인문서적들과 달리 저자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고 연구의 깊이도 상당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번역이 매끄러워 읽고 이해하기도 참 좋았습니다.

 

1. 족쇄 찬 리바이어던

리바이어던Leviathan’이란 토머스 홉스가 쓴 책 원제 리바이어던 혹은 교회적 및 정치적 국가의 소재형체 및 권력에서 등장하는 용어로 원래는 구약성서 욥기 41장에 나오는 바다 괴물로 인간의 힘을 넘는 매우 강한 동물을 뜻한다. 홉스는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 동물에 비유했다. 이 책에서는 커먼웰스commonwealth, 국가state, 거대한 리바이어던 이 세 가지 용어는 다 같은 의미를 지닌다.

이 책 좁은 회랑에서는 리바이어던을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1. 부재의 리바이어던(만민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 무정부상태) 2. 독재적 리바이어던(국가에 의해, 국가 권력을 통제하는 이들에 의해 지배받는 상태) 3. 족쇄 찬 리바이어던(국가와 사회가 서로 견제, 보완하는 상태 즉 좁은 회랑 안에 있는 상태) 4. 종이 리바이어던(독재적 리바이어던의 형태를 띠나 지배의 역량이 결여되어 있는 형태로 예를 들어 식민지를 간접 통치하는 국가의 형태)이 그에 해당한다. , 족쇄찬 리바이어던을 가장 이상적인 국가의 형태로 간주한다.

족쇄 찬 리바이어던이란 국가는 법을 집행하고 폭력을 통제하고 분쟁을 해결하며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하며, 동시에 사회에 의해 제어가 가능한 국가를 말한다. 족쇄 찬 리바이어던 상태에서의 국가는 시민들의 바람과 필요에 반응하며, 시민을 위해 규범을 만들기도 하고 자유를 촉진하기 위해 규범을 느슨히 풀도록 개입하기도 한다. 국가는 사회에 책임을 지지만 국가가 필요 이상으로 시민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게 되면 사회는 국가를 경계하며 정치에 개입하고 권력을 다툰다. 이렇게 국가와 사회가 서로의 역할을 하면서 견제하고 보완하는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루어 나갈 때 족쇄 찬 리바어어던으로서 좁은 회랑안에 위치하게 된다.

족쇄 찬 리바이어던은 분쟁을 공정하게 해결하고 공공서비스와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고 지배를 막으면서 자유의 기분적인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 동시에 사회가 국가의 권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며 국가를 신뢰하고 국가와 협력하며 국가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허용하는 리바이어던이다. 또한 사회에서 엄격하게 행동을 규제하는 다양한 규범(법이 아닌 일부 집단의 악행이나 잘못된 관습)의 사슬을 끊음으로써 자유를 증진하는 리바이어던이기도 하다. 족쇄 찬 리바이어던은 사회의 위에(독재적 리바이어던) 혹은 아래에(부재의 리바이어던)에 위치하지 않고 사회와 나란히 선다. 국가의 힘과 사회의 힘이 서로 시소의 맞은편에 앉아 끊임없이 수평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상태가 바로 족쇄 찬 리바이어던이고, 이는 레드퀸 효과가 활발히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좁은 회랑 안에서의 국가와 사회의 모습이다.

레드퀸 효과란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오는 인물로, 국가와 사회가 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빠르게 달리듯이 자신의 자리를 유리하기 위해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 좁은 회랑 밖에서는 리바이어던이 부재하거나 혹은 독재로 인해 자유가 구속된다.

자유란 자신의 행동을 마음대로 선택한다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그런 선택을(자유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2. 국가의 시장경제 개입은 경제적으로 득일까 실일까?

족쇄 찬 리바이어던의 상태에서 국가는 과연 어디까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정해진 기준이 없기도 하고 각국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상황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가의 시장 개입은 단지 경제에만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정치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사회와 경제 시장에 개입하면 자연스럽게 국가 권력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권력의 특성상 영향력이 커지면 독재적 리바이어던으로 가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국가의 시장경제 개입은 정치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하지만 환경문제나 시회 인프라 구축, 공공재, 독점기업의 횡포, 사회 보험 등등 민간이 주도하면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경제 부문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가의 새로운 책임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국가의 확장과 더불어 사회가 새로운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국가와 관료들을 감시하고 제어해야 한다. 스웨덴의 경우 시장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시장 안에서 소득 재분배의 기능을 할 수가 있어서 조세를 통한 소득 재분배의 역할이 줄어들고 그만큼 국가의 재정적 역할을 줄임으로써 국가에 대한 견제를 유지하기가 더 수월했다.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살펴보면 금융기업과 정치권력의 유착으로 인해 규제가 느슨해졌고 소득 격차가 심해졌으며 결국엔 거대해진 금융기업의 무리한 자산 운용으로 파산에 이르자 전 세계적인 경제 불안을 초래하였고 국가가 그 대가를 대신 치름으로써 다른 데에 쓰일 수 있었던 막대한 자금이 금융위기를 막는데 쓰였다.

스웨덴과 미국의 경우를 비교해보면 국가가 적절한 수준으로 경제에 개입하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는 득이 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국가의 경제 개입은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기에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사회와 함께 국가 개입 과정을 감시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의 시장경제 개입이라는 대의 명분 하에 개인의 사생활 침해나 특정 기업에 대한 옹호 같은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의 힘의 균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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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한정 양장본) - 가장 작고 사소한 도구지만 가장 넓은 세계를 만들어낸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홍성림 옮김 / 서해문집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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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출간


좋은 책 감사합니다. 연필에 대한 역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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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박건웅 지음, 님 웨일즈 외 원작 / 동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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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독립운동가는 알려진 분들이 너무나 적습니다.
김산 선생님에 대해 이번에 잘 알게 되어 기쁩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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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한정 양장본) - 가장 작고 사소한 도구지만 가장 넓은 세계를 만들어낸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홍성림 옮김 / 서해문집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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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만큼 알찬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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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한걸음의차이자신감 #자신감 #사를페팽 #아이템하우스



'단 한 걸음의 차이 자신감'을 조금 전에 다 읽었습니다.

최근에 읽은 자기계발서들 중 가장 인상적인 책이었습니다.

책의 서두에 김경집 인문학자가 쓴 추천사에 일단 매료되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속이 시원하네요. 이 책을 읽으신 분이나 읽으실 계획이 있는 분들은 이 추천사를 건너 뛰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책은 자기 위안이나 셀프 칭찬 같은 내용의 말로 무조건 잘 하고 있다는 달콤한 메세지를 주는 책이 아닙니다.

자기 신뢰와 타인(즉 관계와 세상에 대한)의 신뢰, 나아가 삶의 신뢰에 대해 기술하고 있으며, 그렇게 하기 위해 어떤 생각과 자세를 유지해야 하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며 이를 용기있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제를 명확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기 신뢰->관계(타인)와 세상을 신뢰->삶의 신뢰 라는 방식으로 점진적인 전개과정으로 이해해도 되지만, 제 생각엔 이 세 가지가 동일한 선상에 있는 개념입니다. 연속적으로 또는 동일하게도 이루어지는 것이죠.

책의 중간 지점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아주 중요한 철학적인 개념이 등장합니다. 이 것을 제가 생각한대로 저의 언어로 풀어 보겠습니다.



[우리는 어떤 무엇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자아나 정체성은 복잡미묘하고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며 변화무쌍하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확고부동하고 불변하는 존재는 우리 자아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존재로 되어가고 있는 과정이며, 그 되어가는 모습을 신뢰하거나 신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늘 다른 상황에 놓여있는, 변형가능한 액체괴물(아이들 장난감입니다)같은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해가면서 항상 다른 변화의 기회를 찾아가는 것이 우리의 자아이고 정체성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자아는 실존할 수 없으며, 자아의 가치는 자아의 외부에 존재한다.(멈춰 있으면 보이지 않는 위치로만 존재한다)]



평소 제가 생각하던 내용이 보여 기쁜 마음에 그 내용을 제 스스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 보았습니다. 결국은 자아란 스스로 그것만이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계속 기회를 가지면서 더 나은 상태로 변화해가며, 여기서 필요한 것은 그렇게 변화, 개선해가는 자아를 믿는 자아신뢰라는 의미입니다. 자아를 믿기 위해서는 부모를 비롯한 타인의 신뢰도 필요 하고, 셀 수 없이 많은 가능성 중에 이 삶을 살아가도록 선택받은 자신에게 자신의 삶에 대한 믿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꼭 필요한 것입니다.

자신을 믿기 위해서는 말콤 글래드월이 얘기한 엄청난 노력에 의한 실력도 필요합니다. 행동해야 하는 것이죠.

무작정 너 자신을 믿고 타인을 믿고 세상을 믿고 네 삶을 믿으라는 정적인 조언이 아니라 사고도 감정도 행동도 다 동적인 형태여야 한다는 메세지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자기계발서가 읽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글은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지만 천천히 읽어 보면 스스로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하고, 우리가 자신감을 가져야 할 정당성을 설명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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