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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 하 - 조선의 왕 이야기 ㅣ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박문국 지음 / 소라주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역사 속 인물들은 업적이나 결과로 평가되어 영웅으로 미화되기도 하고 또 악인으로만 기억되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 도서라 해도 전혀 어렵지 않은 내용인데다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데,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과 속사정들을 알게 되는 재미도 있고 사건과 인물들에 대해 그들의 입장이나 다른 관점에서 또 다른 많은 부분에서 생각할 시간을 주는 책이다.
책의 목차를 보니 학창시절 ‘태정태세문단세...’ 하면서 왕들의 묘호를 암기했던 기억이 저절로 떠오른다. 조선왕조를 시대 순으로 차례차례 연결시켜 역사적 흐름과 시대적 배경을 함께 살펴보며 중심인물들의 성향과 왕의 성향, 대외관계 등 많은 복합적인 요소들을 파악하게 되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폭넓은 역사 시각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다.
100년이 넘는 세월에 걸친 대동법에 대한 논의가 당파에 따른 당론 대립이나 개혁과 수구의 대립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당시 정치인들의 수준을 잘 나타내준다. 공납의 폐단과 부패 세력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 때문에 의견 대립이 발생하여 당을 초월한 찬반양론이 생겨났던 것일 뿐, 양측 모두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겠다는 순수한 목표를 가진 건실한 논쟁이었던 것이다. 대동법이 왜 조선 최고의 개혁으로 평가되는지 가슴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예송 논쟁에 대해서도 한층 더 깊게 들여다보게 해준다. 표면적으로는 예법을 핑계로 힘 싸움을 벌인 당쟁으로 보이지만 더 중요한 핵심을 짚어 주고 있다. 노비제를 해체하고 자영농을 직접 육성하여 국가와 민생을 안정시키려 했던 서인, 그리고 왕권과 계급 질서를 중요시하여 호구 파악을 정확히 하려 했던 남인의 개혁 방안은 모두 전쟁 이후 혼란에 빠진 조선사회를 바로잡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사회발전을 위한 건전한 토론과 논쟁이었기에 붕당정치의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준 듯하다. 이후 조선사회를 개혁하려는 국가 정책과 실용 정치에 고루 반영되었다는 점에서도 결코 의미 없는 논쟁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권력 집단이 바뀌거나 외교에 실패하는 등 질서와 균형이 무너져 한없이 망가졌다가도 잘못된 권력을 비판하는 지식인들과 여러 세력들을 조율하는 왕의 권위가 조화를 이루었던 조선의 시스템이 새삼 감탄스럽다. 삼사의 대간 및 경연, 붕당 등을 통해 이뤄졌던 상호 견제와 균형이 있었기에 50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조선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기록 위주로 판단할 수밖에 없기에 그동안 알려졌던 역사에는 많은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옛 역사서들을 바탕으로 교육되었던 정보는 대부분 정정되지 않은 채 우리의 머릿속에 남아있다. 많은 부분에서 재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역사에 계속 관심을 갖고 평생 꾸준히 공부해야 하겠다. 기록을 맹신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시대 상황과 맞는지 여러 사료를 비교분석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소라주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