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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브렌다 - 본성 대 양육 논쟁의 전환점이 된 일란성쌍둥이에 관한 기록
존 콜라핀토 지음, 이은선 옮김 / 알마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이 성 정체성을 갖게
되는 것이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 유전이냐 환경이냐, 생물학이냐 양육이냐의 논쟁은 계속되어 왔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생물학적이
아니라 문화적인 데서 비롯된다는 학설을 우리는 들어본 적이 있다.
불완전한 생식기가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한 모두가 인정하는 권위자로 명성을 날리던 성 전문가 존 머니 박사. 성 정체성이 성염색체와 출생 이전의
호르몬에 의해 결정되는지, 출생 이후의 호르몬 수치에 의해 결정되는지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 볼 수 없는 애로사항이 있던 그에게 둘도 없는
기회가 찾아왔다. 포경수술을 하다가 성기를 잃게 된 아기는 발달상으로 정상인 유아를 상대로 실험 할 수 있는 기회였고, 한 개의 수정란에서
출발하여 DNA의 유전자 정보가 같고, 뇌와 신경계에 미친 태내 호르몬의 영향이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였기에, 머니의 성 연구사상 큰 위치를
차지하는 사례였다.
남녀의 차이는 생물학적 필연이
아니라 사회의 기대와 편견에 의해 탄생한다는 케이트 밀레트의 주장에도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던 이 사례는 의학 및 사회학 교재에 실렸고, 그 후
이 선례에 따라 생식기에 손상이 있거나 비정상적인 신생아에게 성전환수술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법이 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성 정체성과 성 지향성은 전적으로 부모와 사회에 의해 결정된다는 존스홉킨스팀의 결론은 미국정신의학회에서 호프하이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59년 캐나다 의료진이 중성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중성으로 태어난 어린이의 신체구조와 성 정체성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은 위험한 가정임이
드러났고 반음양 환자들도 성인이 되면 염색체, 생식선, 호르몬이 정한 성으로 자신의 성을 인식하는 양상을 보였다. 존스홉킨스팀이 “불확실한
이론”을 바탕으로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고 우려했지만 캐나타팀의 논문은 그냥 묻혀버린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
1960년대 중반 무렵 미국의 유명
학술지에 실린 다이아몬드의 논문은 머니의 권위에 대항하는 배짱 넘치는 도전이었다. 중성의 유동적인 성 심리를 설명하는
이론과 관련해서 그들은 태내에서 발생과정상 혹은 호르몬의 불균형을 겪었다고 지적하며, 머니의 주장처럼 중성으로 태어난 신생아를 남성 혹은
여성으로 만들 수 있다 하더라도 이를 모든 인간이 출생 당시에 성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증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했다. 1997년 6월, 밀턴 다이아몬드
박사와 키스 시그먼드슨 박사의 ‘쌍둥이케이스’ 논문으로 머니 박사의 연구 실패가 폭로 되자 전 세계 의학계는 충격에 휩싸였고, 영아기
성전환수술을 둘러싸고 열띤 공방이 펼쳐졌다.
거세수술을 받은 아기가 여자아이인
브렌다로 살면서 겪은 고통스러운 시간들과, 강제로 부여된 성별과 성전환 수술을 거부하고 원래의 성으로 돌아간 이야기는 몹시 충격적이다. 머니의
실험은 성 정체성의 신비가 아니라 의학 사상 가장 심란한 비극이라 할 수 있는 사상초유의 성 심리실험이었던 것이다. 학술적인
연구 욕심으로, 사고로 성기를 잃은 아기를 여자아이로 키우면 된다는 섣부른 희망을 준 행위에 대해 분노가 느껴진다.
어쩌면 신도 원치 않는 결정권을
휘두르며 월권행위를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p 42)
(알마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