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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
페테르 우스펜스키 지음, 공경희 옮김 / 연금술사 / 2014년 10월
평점 :
사람들은 모두 인생을 살면서
후회되는 순간들이 많다. 다시 그 시간대로 돌아가 실수를 만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여태까지 살아온 모든 기억을 가지고 과거의 어느 때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당연히 인생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
인생을 다시 살아보고 싶다고 간절히 바란다.
소설 속에서 이반 오소킨에게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과거로 돌아간 그는, 자신의 행동이 어떤 상황을 불러 올지 미리 알고 이해했더라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해놓고선 독자의 기대를 계속해서 저버린다. 다른 결과를 얻지는 못할 거라는 마법사의 말에서 이미 짐작했음에도, 그래도 한 번쯤은 실수를
만회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한 독자들을 지치게 만든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어이없는 상황들을 피해갈 순 없기에 처음엔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매일 매일 일상이 쌓여 이루어지는 인생. 뭔가 큰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아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오소킨의 인생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흘러간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독자라면 다른 선택을 할 텐데, 결과를 뻔히 알면서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오소킨의 생각들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전 삶에서 잘못 되었다고 여겼던
그 실수들을 똑같이 되풀이하는 오소킨의 행동들에 안타까움을 넘어서 답답한 마음이 점점 커져간다.
과거로 또 보내줄 수 있지만
다음번엔 자신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마법사의 말이 아니더라도, 그의 되풀이 되는 인생을 보면서, 책을 읽기 전에는 조금 부럽기도 했던
과거로의 인생 여행이 이제는 지루한 여행으로 느껴진다. 그런 여행의 기회가 온다면 무척 망설여질 정도로.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도 이 이야기는
상당한 명상의 효과를 주는 듯하다.
우리에게 오소킨과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거의 어느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을 수 있을 지 없을 지, 작가는 그런 내기 같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이
달라지지 않으면, 과거든 미래든 결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가 잘못되려는 순간마다 마음을
다잡고 신중하게 행동하여 인생이 달라졌다면, 죽을 결심을 할 만큼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권총을 품고 집을 나섰을 때 그는 이미
미래를 포기했었다.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 시간낭비인줄 알면서도 우리는 회한의 순간들을 마음속에 담고 산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나 자신이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심리학에 관한 도서나 육아 도서 등에서 많이 들어본 말이기도 하다. 사람에게 변화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이
이야기를 통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깨달음만으로는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한마디가 긴 여운을 남긴다.
(연금술사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