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11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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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팽이 친구 레닌 공작에게 들었다는 이야기라는 말에서부터 왠지 웃음이 난다. 주인공의 성격과 행동으로 미루어 독자들은 그가 누구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편에는 여러 사건들을 접할 수 있는데, 첫 번째 사건에서 아무도 알아낼 수 없을 만한 살인사건을 법의 심판대신 이 책의 여주인공인 오르탕스를 집안의 속박에서 자유를 얻게 해주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독자들도 있을 것 같다. 정의를 위해 목숨을 거는 인물은 아닌 관계로 소설 속 인물로서 이런 식의 해결법이 그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녀를 순수하게 도운 것인지 환심을 얻기 위한 것인지 모호한 태도를 일관했지만 그의 추리력과 결단력에 감동을 받은 오르탕스는 그와 함께 모험을 하기로 한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음을 무기로 용의자를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만드는 전략을 쓰면서도 자신의 판단과 행동에 대해 지나치게 호언장담하여 허풍장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흔들림 없이 당당하고 단호한 태도로 용의자를 추궁하는 모습에 확실한 증거라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하곤 하지만 심리전을 즐기는 그의 베짱과 모험심이 결국 사건을 해결로 이끌어간다.

때로는 자신에게 증거가 없었음을 실토하게 되거나 낭패가 되어버리기도 하는데 상대의 수법에 감탄하며 그런 상황을 즐기고 다른 방법을 모색하며 가끔은 속임수도 쓰지만 그런 무모함이 독자들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듯하다.

 

탁월한 감각과 추리력으로 사건의 과정과 원인을 간파하고 사람들의 심리를 단숨에 꿰뚫어 보는 탐정으로써의 완벽한 면모를 지녔지만, 자신의 그런 능력을 과시하는 모습들이 조금 얄밉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론 소년 같은 순진함이 보여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아닐까 한다. 이 특별하고 이상한 인물의 오랜 세월 계속되는 인기 비결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삶을 영위하는 태도에서 독자들이 마음속에서 꿈꾸던 자유로운 모습을 대리만족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코너스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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