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을 보았다 바다로 간 달팽이 11
구경미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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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첫 생애 ‘내 집’에 문제가 생기는 건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새 건물이 부실공사라는 사실도 한숨이 나오는데, 아래층에 물이 새는 원인을 제공하는 죄로 생활하수를 마음대로 흘려버릴 수 없게 된 인호네 가족이 딱하다.

부동산은 시공업체로, 시공업체는 하자가 있으면 분양업자를 찾아가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건물에 사는 사람들 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달이의 말처럼 때론 법이 너무 멀리 있기도 해서, 어른들 대신 아이들이 움직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음, 달이, 인호, 만하. 네 명의 친구들이 모여 부모도 자식도 없이 혼자 산다는 그 노인의 집에 몰래 들어가 엘피판을 훔쳐 갖고 나온 바로 그 날 장씨 노인이 죽었다는 것을 다음 날 알게 된다. 노인의 비서가 인터뷰를 하고 난 후 본인은 기부천사, 장씨 노인은 괴물이란 별명을 얻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수상하게 여기고 자신들끼리 조사를 시작한 주인공 아이들이 사건을 해결해가는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월남 참전자들의 고엽제로 인한 고통과 희생, 경찰의 허술함과 대중매체의 잘못된 역할 등을 고발하고 있다. 조사를 받게 된 한음이가 경찰서에서 기억해낸 엄마의 70년대 책 속의 구절에 ‘형사는 물어 조진다’라는 구절을 추가하는 장면은 독자들에게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아이들에게 황당한 미션을 내주는, 엉뚱해 보이지만 범상치 않은 쌍둥이 달이와 밤이의 부모님은 비현실적이지만 독자들은 아마도 내 부모님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 같다.

돈과 성공에 대한 욕심이 부른 살인사건이 고독사로 위장되어 버린 무거운 소재의 이야기지만, 유머 있는 표현으로 웃음을 주어 청소년 독자들의 긴장을 풀어준다.

독자들을 대변하여 경찰서와 검찰청을 난장판으로 만든 한음이의 할아버지처럼, 답답한 현실에서도 그런 방법으로라도 상황을 급진전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북멘토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http://cafe.naver.com/hanuri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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