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사자 와니니 창비아동문고 280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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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중에 누가 제일 잘 쓰냐고 물어보면 취향에 맞으면 유은실 제너럴하게는 이현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재도 가리지 않고 진짜 제너럴하게 잘 쓴다. 역사동화도 너무 잘 써서 언젠가 뜯어보고 싶다고 재어놓고 있는데 라이온킹 그림자 같은 암사자 이야기를 이렇게 잘 쓸 일? 뒤로 가서 설득력이 약해질 때마다 힘주어 말하는 게 좀 거슬리는 것 빼곤 진짜 너무 좋네. 오히려 현실동화는 너무 디테일해서 손이 잘 안 가는 면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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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다빈치, 꿈을 설계하다 - 데니스 홍과 함께 나누는 꿈 이야기 샘터 멘토 시리즈 1
데니스 홍 지음 / 샘터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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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시는 분인지 사진을 볼 때마다 궁금했는데 이제 정확하게 알겠다. 그리고 존경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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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필코 서바이벌! 살림 YA 시리즈
박하령 지음 / 살림Friends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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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 내가 반 전체 왕따가 될 뻔한 적이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우리반 공부 너무 못한다고 각성하라고 반 전체 점수와 석차를 교실 게시판에 붙였다(지금 생각하니 이거 완전 인권침해인데... 20세기 일이라..). 애들은 욕을 하면서도 게시판에 가서 자기 앞뒤에 누가 있는지를 봤다. 그런데 내 입이 방정이었다. 12과목이라 총점이 1200점이었는데 명단을 쭉 보다가 1004점 맞은 애 이름을 한 번 입 밖에, 500점 맞은 애 이름을 또 한 번 입 밖으로 낸 것이다. 1004점 맞은 애는 자기도 신기하다며 같이 웃었지만 500점 맞은 애는 자기를 무시한다고 난리가 났다. 그애는 노는 애였고 친언니가 바로 한 학년 위의 노는 언니였다. 우리반 노는 애들이 다~ 내 책상 앞에 몰려왔다. 나한테 직접 얘기한 건 아니고 자기 친구 편들어준다고 ˝공부 못하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 이런 식으로 하루 종일 겁을 줬다. 그애 언니도 우리반 교실 앞에 와서는 ˝어느 가시나고? 주디를 찢어뿐다!˝ 하면서 큰소리를 내고 갔다.

내가 아무 배경(?) 없는 애였으면 진짜 끌려가서 몇 대 맞았을 것이다. 나는 전혀 노는 애가 아니었지만 집에서 내놓은 친오빠가 근처 인문계 남고 일짱이었다. 애들은 몰랐으면 했지만 노는 애들 사이에선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 아무도 나한테 직접 따지지 못했던 것이다. 일생에 도움된 적 없는 오빠의 존재가 유일하게 고마웠던 순간이었다. 그래도 분위기는 살벌해서 며칠 간은 우리반 애들이 아무도 나한테 말을 걸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쉬는 시간마다 눈물이 찔끔 나는 걸 참고 교과서 글씨만 뚫어져라 보는데 그 기분은 차마 말로 다 설명 못한다. 결국 내가 그 500점 소녀에게 정말 미안하다, 나는 점수가 높고 낮고를 떠나서 500점을 딱 맞춘 게 신기했을 따름이지만 그것도 상대방 기분은 생각을 못한 것 같다. 상처 받았으면 정말 미안하다. 하고 구구절절이 사과를 하고 끝났다.

<기필코 서바이벌>은 주인공 장서란이 전따가 된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무 이유도 없이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이의 가해자로 지목된 것이다. 장서란은 결백했고 자신이 왜 함정에 빠졌는지 생각해보다가 깨달았다. 네가지가 없어서 그렇다는 걸. 그렇다고 억울한 누명을 쓸 수는 없는 일. 장서란은 자신이 누명을 쓰게 된 이유를 파고 들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이는 중학교 때 친했던 그룹의 아이들 사이에서 생긴 다른 문제로 죄책감을 느끼던 중이었고, 그 비밀을 공유하는 한 아이가 그걸 덮으려고 평소에 싸가지 없던 주인공을 끌어들인 거였다. 아니 맘에 안 들면 안 놀면 되지 왜 누명을 씌워? 기집애 엄청 못됐네. 하고 내가 흥분하는 이유는 어릴 때 그 일 때문이겠지. 여론 몰이 하는 것들이 제일 나빠! 그러면서. ㅎㅎㅎ

작가는 그 과정을 추리소설처럼 단서를 하나씩 하나씩 보여주면서 끌어간다. 교통사고난 아이 병원에서 알게 된 단서로, 또 다른 아이들을 찾아 나가며 그애들에게 단서를 수집하고 그것들을 모두 조합해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아이에게 덫을 놓아 마침내는 걸려들게 한다. 범인에 대한 심증은 처음부터 있지만 물증은 없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간다.

어른스럽고 냉철한 한편 섬세한 주인공의 심리를 잘 풀어내는 서술이 훌륭했다. 복잡한 사건들은 다소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도 보였지만 그래도 끝에 가서 잘 마무리를 지었으니 됐다. 살림 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럴 만 하다고 생각한다. 2017 책따세 추천도서라고 하니 많은 아이들이 읽었으면. 그리고 당당해지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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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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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표백>을 읽고 실망 많이 했다. 복잡하고 일관성이 흔들리는 인물들, 과잉의 정서가 넘쳤다. 그래서 장강명이라는 작가가 화제가 될 때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왜 그가 그런 평가를 받는가.

<한국이 싫어서>라는, 구미가 당기는 제목의 책이 나왔어도 계속 읽지 않은 건 그런 이유였다. 그런데 그 책을 읽은 건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서다. 실망한 기억은 나는데 얼마나 실망했는지는 잊었다. ㅎㅎ 눈앞에 있는 <한국이 싫어서>는 여전히 구미가 당겼다.

읽으면서 재미있었다. 편안하게 잘 읽히면서도 군데군데 뾰족하고 날카롭고 비틀린 면이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계나가 쭉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얘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그렇게 답답하지 않았다. 이민생활수기 같달까. 흡인력 있는 소재를 잘 골랐고 쉽게 읽으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었다. 쉽게 읽히는 책이 꼭 쉽게 씌여진 것은 아니라는 걸 알기에 작가의 치열한 노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표지가 너무 예쁘다.

한국이 언제 이렇게 살기 힘든 사회가 됐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 학교에서 배운 우리 사회는 늘 장밋빛 미래만 있을 것 같았는데. 사회에 나와보니 모든 게 녹록치 않다. 부모님 세대도 살기 쉽진 않았겠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낙관적인 생각이 현실화되긴 했다. 그러니 우리에게 그렇게 낙관적으로 가르쳤을 것이다. 그래서 참고 또 참으며 책상 앞에서 그 시절을 보냈지. 그런데 기다린 행복은 오지 않는다. 어쩌면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만약 계나같은 처지였다면 나도 어디든 갔을 거다. 내 앞가림만 해도 되면. 부모님 뭐하시는지, 어느 대학 나왔는지, 어느 직장에 다니는지, 연봉은 얼마나 되는지 묻는 게 실례라는 생각조차 없고 그런 정보들로 사람을 평가하는 데 질렸다. 더 무서운 건 나도 모르는 새 점점 그렇게 사람을 보게 되더라는 것. 어떻게든 약점은 감추고 허영스러울 만큼 스스로를 내세우는 나를 보면서 자기혐오가 생겼다. 그래서 때때로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내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기준으로 평가받지 않는 곳에 가고 싶었다. 혼자서 잘해도 충분한 곳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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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집 - 종묘, 경복궁, 자금성, 파르테논 신전 새롭게 보기
구본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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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물이 있는 낡은 한옥집에서 자랐다. 우리집 옆에는 붉은 벽돌 이층집이 있었고 집 뒤에는 오층 짜리 아파트가 있었다. 큰 길을 건너고 로터리를 지나면 칠팔 십 년이 넘은 목조 적산가옥들이 즐비한 길이 나왔다.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살았던 거리였다. 엄마 손 잡고 가끔 가는 우체국은 1900년대 초에 지어진 러시아식 건물이었다. 늘 벗어나기를 바랐는데 막상 대학을 가고 다른 도시에 살게 되었을 때, 비슷비슷한 아파트 단지와 원룸촌을 걸으며 문득문득 우리 동네가 그리웠다.


가끔 건축 에세이를 읽고, 건축물 하나 보겠다고 수천 킬로미터씩 긴 여행을 했던 건 분명 내가 자란 동네 탓도 있을 거다. 딱히 실용적이거나 편리하거나 아름다웠던 것도 아닌데 그 동네의 부조화스러운 조화로움을 오래 보고 자라서 그런지. 읽어낼 이야기가 많이 숨어있는 건축물을 보는 걸 좋아한다는 걸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2년 전 이맘 때 친한 동생에게 어느 건축 전문 기자의 부음을 전해 듣고 아차 싶었다. 땅콩집의 창시자(?)로 유명한 사람이어서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해 일부러 그의 책을 읽지 않았던 터였다. 그리곤 잊고 있었는데 오늘 ‘우주소년‘이라는 동네 책방에 갔다가 최근 발간된 그의 유고를 집어왔다. 머리말에 공공건축에 대한 얘기에서부터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막 뿜어져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인 종묘, 이세 신궁, 경복궁, 자금성의 건축 양식과 건축물의 구조를 꼼꼼히 설명하면서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가장 작은 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글도 재미있게 잘 쓰고 훌륭한 기자였겠지만 그 전에 따뜻한 시선을 가진 좋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는.

요 몇 년 사이 철학도 비전도 없이 그저 정치인이나 기업가의 과시용 업적 쌓기로 지어진 몇몇 건축물이 자꾸 생각나서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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