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 김승옥 문학선 나남문학선 12
김승옥 지음 / 나남출판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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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한국 단편의 고전이라는 평가를 자주 들어왔던터라 이제야 읽어보았다. 무진기행 외 다수의 단편들이 존재하지만, 무진기행을 통해 우리는 작가 김승옥의 편린을 훔쳐볼 수 있다.

무진기행은 회귀와 일탈의 한 중간점에 있는 우리시대 평범한 인간의 자화상이다. 소설을 쓰는 당시 약 1960년대로 해석되지만 당시에는 상상하기 힘든 짧은 순애보적 사랑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당시에는 파격적이었겠지만 지금은 다소 유치하고 서글프기까지 한 어른들의 장난스런 동화이다.

삶과 일상에 찌든 사람들은 항상 일탈을 꿈꾸지만 그 일탈은 한낱 부질없는 꿈들의 연속이다. 그것이 사회와 가족의 울타리속에 묶여있는한....약간의 일탈이 너무도 아름답게 느껴지고 약간은 유치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은 김승옥만의 글쓰기가 있기 때문인것 같다. 너무도 정확한 표현과 짜임새 등은 그의 글이 왜 현대 단편소설의 한 지평을 그었는지 말해주고 있다.

무진기행의 깨끗함에서 다소 파격적인 성의 소재를 통한 그의 다른 소설들로 시대의 변화를 타고 흘러갔지만 인간본연의 심성을 자극하는 그만의 필력은 오늘날까지 유효하리라고 본다.

아름다운 세상이 있는 것은 그 안의 사람들때문인데 결코 그 소설 속에서 나오는 인간들은 아름답지 않고 상처투성이다. 단지 그 상처 투성이가 너무도 자연스레 일상에 묻어 있어서 마치 이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독자들에게 느껴지는 것은 그의 글이 가진 저력인것 같다. 작가 김승옥이 80년대 절필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작품활동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책 마지막 장을 덮으며 더욱 간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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