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았다
케네스 배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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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고 가겠다. 이 책에서 교훈을 찾을 수는 있지만 많이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의 서평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꽤나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해 서평을 쓴 이유는 바로 이 책을 기행문으로 본다면 좋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줄거리는 주인공인 케네스 배가 북한에서 735일간 감금되어 있으면서 있었던 북한 조사관과의 마찰, 악조건 속 임재하시는 하나님의 기적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써 놓은 기행문이다. 북한 안에서 케네스 배는 많은 역경을 견디고 하나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미묘한 기적들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또한 북한 사람들의 하나님에 대한 무지, 그들이 북한이라는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하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그를 감시하는 보초가 그에게 한 가지 묻겠소. 하느님이라는 말은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예수라는 사람은 처음 듣소. 말해 보시오! 어느 마을에 사는 사람이오? 조선에 사오? 중국에 사오?” 처음에 케네스 배는 장난을 하는 것인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보초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고 기록했다.

이 책을 보며 북한의 패쇠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 그리고 그들의 영적 상태에 대해서 더욱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은 다른 북한 기행문들에 비해 잔인함이 덜하다. 나는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 ‘분명히 잔인한 장면이 나올 것이다. 그게 전형적인 북한 기행문 아닌가?’ 라는 생각을 가지고서 책을 넘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나에게 가혹하다고 느껴지는 장면은 있어도, 잔인하다고 느껴진 장면은 전혀 없었다. 또한, 다른 기행문들은 대부분 그들이 어떻게 굶어 죽고, 그들이 어떤 가혹한 형벌을 받는지와 같은 이야기를 다루는 반면에, 케네스 배는 북한 사람들의 메마른 영적 상태와 그 안에서 살아가며 메말라 가는 자신의 영적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이러한 다른 관점으로 북한에 대해 접근한 것이 나에게 있던 북한에 대한 편견을 좀 깰 수 있게 도와주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내가 보기엔 이 책에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분명히 책의 내용과 북한에 대한 다른 접근방식, 그리고 실제로 자신이 경험한 일을 자신이 쓴 기행문 겸 자서전, 나의 흥미를 끌고 책 페이지를 쉽게 넘기기에는 좋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내가 얻어간 무언가가 없었다. 언제나 하나님과 동행하기? 나에겐 너무 평범하게 다가옴과 동시에 작가 또한 너무 추상적으로 이 교훈을 표현했다. 작가가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북한에서 산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이 교훈을 나에게 어떻게 적용시켜야하지? 하는 질문이 계속 내 마음 속에 남는다. 작가가 이 책의 모토 자체를 북한 사람들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라는 취지에 썼다면 아마도 나는 지금 이 책에 대해 만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를 한 책에 표현하려고 하니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작가의 의도가 불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의 서평을 쓰는 이유는 북한의 현 상황에 대해 외면적인 것과 동시에 내면적인 상황, 우리가 모르는 그들의 영적 상태 등 진짜 우리가 모르던 여러 이야기를 다루어서였다. 아무래도 학교가 워낙 북한에 대해 관심이 많고 기도회도 많기에 많이 들어온 북한 주민들의 외적인 상황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내면 상태에 대해선 무지한 나를 보고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을 내가 읽으라고 매우 권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 외면적으로 아는 사람, 그들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이고 하나님에 대해 모르고 사는지에 관해 알고 싶고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하지만 무언가 북한에 살며 케네스 배가 느낀 것, 그리고 내가 그 안에서 나에게 적용해보고 싶은 것, 그러한 것들을 얻어가고 싶어 읽는 사람들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읽다가는 아무래도 책에 대한 흥미보다는 자괴감이 들 것 같다. 누군가에는 좋은 책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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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2017-10-19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 굿. 좋네요. 글을 통해 소통할 줄 아는 것은 참 좋은 배움이랍니다. 고마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