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태어나서 - 한국인의 삶과 죽음 송기호 교수의 우리 역사 읽기 1
송기호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누구인가?

과거는 나를 구상하고

단체의 역사는 개인을 이룬다.

최근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서양인들은 동양인들을 대체로 구별하지 못해서 나에게 '니하오' 나 '곤니치와 ' 등 잘못된 인사를 건네곤 했다. 동양화 중에서도 한국화를 배워온 나였지만 막상 그런 오해를 받으니 내 안에 있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그들에게 잘 설명할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었다.

그런 나에게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찾아주고자 이 책을 집어 들게 된 것 같다.

(16페이지) 커피 아파트 그리고 산

"

우리는 전통적으로 음과 양의 조화를 염두에 두어왔다

"... 이와 같이 음양을 맞추어서 산이 많으면 낮게 산이 없으면 높게 집을 지어야 한다고 하였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200년이 넘는 건물들을 본 적이 있었다.

오래되었지만 3층이나 4층 등 높이 올라간 건물들을 보며 우리나라의 한옥들은 죄다 1층인데 혹시 서양보다 기술력이 떨어져 1층 밖에 짓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책에 나온 음과 양의 조화를 떠올려 보니 과연 서양의 땅에는평지가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국토의 70퍼센트를 산이 차지할 정도로 산이 많지 않던가!

그래서 우리나라의 전통가옥은 대체로 낮게 지었구나 깨달음을 얻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아파트들은 어떤가?

"이 큰 도시(서울)의 그 많은 집들 중에 2층의 집은 몇 채 안 되는데, 그 2층 집은 모두가 서양인이 온 후에 지어진 것이다. 제이콥 로버트 무스 책 "

현대 우리나라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아파트는 서양에서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세계화가 진행되는 요즘 서양의 것들이 물밀듯 들어오는 홍수 속에서 꿋꿋이 전통의 뿌리를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역시 과거의 기록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76페이지) 끈질긴 전통문화

그렇다고 이 저자가 모든 전통을 옹호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 그러나 이처럼 거창한 왕실 의례의 대부분이 천 년의 전통이 아니라 실은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전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허망해질 것이다. 에릭 홉스봄 등 책"

책에서는 전통의 허구성을 날카롭게 꼬집는 부분도 나와있었다.

변치 않는 전통으로 알고 있던 태권도가 전통 태껸과 일본의 가라데가 합쳐져 새로 만들어진 것이라니...

전통적인 것이라고 하면 의심하지 않고 무조건 받아들였던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부분이었다.

한류 열풍이 부는 요즘, 우리는 이제 우리만의 것, 만들어지지 않은, 참다운 전통을 구별하는 법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반대로 과거의 전통이 그 시대만의 고유한 상황에 맞춰진 것이라면 현시대에 맞추어 변형된 전통도 우리의 새로운 전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채소를 소금에 절여만든 딤채가 소금값이 치솟자 소금 대신에 고추를 넣어 만든 김치가 된 것처럼 말이다.

(90페이지 ) 사대와 자주

"만일 남의 신하로 되지 않는 것을 자주라고 한다면 이것은 한 갖 문자 상의 체면이나 얻으려고 하는 것이지 나라의 멸망은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고종실록 23년(1886) 7월 29일 "

사실 사대주의에 빠져있던 조선의 역사서를 보기란 때로 나에게 수치마저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따라서 어떤 외교 방식을 추구하든지 그것은 모두 생존 전략의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 중국의 영향력은 지금의 강대국과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였고, 우리의 의지는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렇게 수치스러워했던 사대주의는 우리나라의 생존을 돕는 어쩔 수 없는 외교적 선택이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누가 과연 최종 승리자인가? 수. 당나라와 맞대결을 벌였던 고구려인가 아니면 명나라와 청나라의 제후국이 되었던 조선인가?

오늘날에도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중국의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여기서 사대와 자주의 교묘한 줄타기를 볼 수 있다.

중국에 조공을 바치고 책봉을 받는 제후국이면서도 내부적으로 때로는 황제 체제를 갖추거나 자존의식을 키우는 이중성을 띠게 된 것이다. "

과거의 우리나라는 이렇게 사대를 하는 와중에도 자주 의식을 키워왔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와 다르게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게 된 요즘에는 더욱 절실한 자주의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제는 중국 일본 미국의 것을 빌려온 것이 아닌, 순수한 우리나라만의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과거의 기록을 토대로 현대와 과거를 연결 짓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읽다 보면 저자와 나의 나이가 달라서 그런지 완벽히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으나 나와 작가의 생각을 비교하며 옛 기록을 한 글자 한 글자 짚어보는 느낌이 들어 어려워 보이는 문서도 이해하기 좋았던 것 같다.

이 땅에서 태어난 나는 누구인가?

나를 이루는 이 땅의 과거는 무엇인가?

이 땅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은 무엇인가?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지나쳤던 우리의 전통을 과거의 기록을 통해 다시 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후에 2,3권에서 생활상을 더 자세히 다룬다고 하니 그 책들도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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