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 : 오치제를 바른 소녀 FoP 포비든 플래닛 시리즈 7
은네디 오코라포르 지음, 이지연 옮김, 구현성 / 알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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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정치적 올바름에 대하여, 근래 들어서 많은 반발과 반작용이 있다. 소수에 대한 보호를 빌미로 다수가 억압받는 역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소수를 보호한다는 기치는 분명 숭고하나, 그 가치에 대하여 강요하는 상황이 된다면 또 다른 억압일 뿐이다. 그런 부분이 현 서브컬처에서의 정치적 올바름이 가지는 아쉬움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눈길을 현재에서 잠시 돌려, 정치적 올바름의 순수한 의미만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정치적 올바름의 본질은 어쨌거나 소수를 향한 배려다. 다수가 역차별을 당해서도 안 되지만, 다수의 이름 앞에서 가해지는 폭력도 지양될 바이다. 그걸 위한 것이 정치적 올바름이다. 서브컬처에서 다뤄지는 바도 그걸 강조하려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한다. 본 작품 ‘빈티-오치제를 바른 소녀’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라 보면 된다.


SF는 미지와 상상 하에서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다룬다. 그러면 여기서 물어봐야 한다. 우리는 그런 것들이 실제로 나타난다면, 대범하게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있는가. 작품을 만드는 입장인 본인도 감히 그걸 쉽게 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아마 몇몇 분들도 그러리라 생각된다.


‘빈티-오치제를 바른 소녀’의 주인공 빈티는, 소수에 속한 입장이자 소수를 대하게 되는 입장에 처한다. 인류라는 카테고리 내에서는 소수. 그렇지만 인류 대 타 종족 입장에서는 소수가 아닌 것이다. 이런 기묘한 입장은 그녀에게 많은 내적 갈등을 몰아넣는다. 소수로서 행동해야 하고 다수로서 행동해야 한다.


괴물로 보이는 메두스와의 교감은 그 과정이다. 소수민족으로서 자신을 이야기하고, 또한 다수인 인간을 대표하여 그들과 갈등하고 소통한다. 그리함으로써 소수가 처하는 현실을 겪고, 다수가 생각해야 하는 바를 고민한다. 본 작품은 SF를 표방하지만, 아울러 그런 다수와 소수 사이를 다루는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다.


작중에서 등장하는 메두스는 무척 흉측하다. 설화에 나오는 괴물처럼 형상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인간 중 소수인 빈티가 보기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소수다. 하지만 엄연히 지성이 있고 고등한 존재다. 메두스와 인간 사이에 생기는 갈등은, 지성의 문제가 아닌 외형과 가치관에서 비롯된다.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가? 그렇다. 인종이 인종을 서로 이해하지 못하던 근세~근대의 우리와 유사하다. 본 작품이 SF 형식을 빌어서 보여주는 상황이 이러하다. 똑같은 인간임에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린 우리가, 외형조차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는데 얼마나 오래 걸릴까. 이렇듯 가벼운 SF에서 가벼이 넘기는 것을 진중하게 다룬다.


‘빈티-오치제를 바른 소녀’는 분명 정치적 올바름을 다뤘다. 하지만 앞부분에서 언급한 남용과 달리, 좀 더 순수한 의미로 다뤘다고 할 수 있다. 실존했던 역사적 사실을 SF로 치환하여 다루고 그 해결과정을 그리고 있다. 좀 더 복잡하면서도 원본은 살아있도록.


이쯤에서 본 서평을 보는 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과연 우리는 SF처럼 완전히 다른 종족을 마주했을 때, 혹은 창작자로서 그런 종족을 만들었을 때, 그들과 같은 지성체로서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겠는가. 만일 불확실하다면, 한 번 정도 ‘빈티-오치제를 바른 소녀’를 읽어보는 것이 좋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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