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로 주위 사람들을 짜증 나게 만드는 기술
마티아스 드뷔로 지음, 김수영 옮김 / 필로소픽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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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아스 드뷔로


'크리스토퍼 콜롬버스와 함께 떠났던 선원들이 돌아와서 밤이 새도록 들려주었던 여행이야기에 그들의 아내들은 죽을맛이었을 것이다. 평생 똑 같은 이야기를 주구장창 늘어놓는 것을 참아야 하니 말이다.' 이 책이 쓰여진 이유는 이런 것이다. 주위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는 따분하고 허풍 가득한 여행이야기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복수 지침서.


책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어떻게 하면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며 주변사람을 괴롭힐 수 있는지 진지하고 전략적인 접근법으로 쓰여졌다. 어떻게 이야기 해야 상대방이 부러워 하는지,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상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이야기 할 때는 그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던지, 자신은 패키지 여행객과는 차원이 다른 마치 집시와 같았다는 둥. 이렇게 구체적이고 유머 가득한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누군가에게서 듣고 싶지 않았던 여행이야기를 떠올리게 되고 복수하고 싶어질 용기가 생긴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처럼 주위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는 복수 기술을 전수해 주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여행을 여행답게 하라는 충고서 처럼 들린다. SNS에 여행 사진을 올리고 장소를 옮길 때 마다 업데이트하고 그걸 모아서 블로그를 만들고 현지 사람과 찍은 사진들을 자랑스럽게 올려 놓고 현장감을 높이는 보여주기 위한 여행, 여행은 모험이라면서 현지 법규를 어겨가며 막무가내로 오지로 들어가는 무모함, 코끼리 코에 고프로를 매달아 코끼리 입장에서 본 세상을 촬영한다는 대책없는 노매너, 듣는 사람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현지 지명과 현지어를 섞어가며 말하는 허세들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우동 먹는 사진을 SNS에 올리기 위해 수십만원짜리 당일치기 일본 여행을 한다는 허영 가득한 인간들에 대해 주변사람들이 들려주는 짜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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