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62번째 세계의 태임이 ㅣ 텔레포터
남유하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12월
평점 :
162번째 세계의 태임이
남유하 작가의 세계관은 흥미롭다.
그녀의 단편 모음집 <나무가 된 아이>를 인상깊게 읽었다.
그녀는 이야기를 비틀고, 꼬집는다. 교실에서 나무가 된 아이,
마녀라고 놀림 받아가 화형 당한 이야기, 뇌 엄마와 소통하는 딸 등등.
그랬던 그녀가 SF 작법서를 출간했으니, 이번 작품 역시 기대가 되었다.
최근 SF가 대세다. 동화와 청소년소설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이 작품은 평행세계라는 큰 줄기를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101/pimg_7344511824138777.jpg)
모든 아이들이 인공 자궁 ‘에그’에서 태어나는 시대.
자연주의 엄마를 둔 주인공 ‘한태임’은 엄마의 자궁에서
태어나 비만이 있고
‘배양육’이라는 별명으로 놀림까지 받는다.
평소 최초의 타임머신에 관심을 갖고 있던 태임이는 반 아이들과
타임머신이 있는 과학관에 도착한다.
버스에 내리며 태임이는 모자를 쓴 누군가가 버스 광고판에
부착한 것이 반짝이던 걸 의심할 겨를도 없이,
평소에 태임이를 괴롭히는 아리 패거리가 최초의 타임머신에
밀어넣어 숨을 쉴 수 없다.
그런데 그 타임머신이 작동했다! 15년 10시간 후의 미래로.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101/pimg_7344511824138779.jpg)
사실 그 타임머신이 작동한 건 15년 후의 평행세계에서 거식증에 걸려,
아리 패거리에게 복수하고 싶어하는 미래의 태임이가 손봤기 때문이다.
태임이는 믿을 수 없었다. 거시증에 걸려 비쩍 마른 15년 후의 태임이는
버스 광고판에 폭탄을 설치하고,
아리 패거리를 비롯해 태임이를 뺀 모든 아이들을 죽이게 되니까.
태임이는 평소 잘 따랐던 담임 ‘솔 선생’의 어머니와
아직 에그에 있는 솔 선생의 딸을 생각해 돌이키고 싶어한다.
폭탄을 제거하기를. 그래서 타임머신을 타고 15년 후의 미래로 간다.
그곳에서 다시 만난 한태임은 과학관 관장.
태임이는 미래의 자신에게서 또 다른 평행세계임을 전해 듣고,
죄책감을 갖지 말라는 말에 안도하려고 애쓴다.
세 번의 시간여행을 해도 달라질 게 없다고 느낀 태임이.
태임이는 배가 고파 식당으로 갔다가 미래에서 평행세계 정리사가 되어
과거로 온 피클, 아리를 만난다.
아리는 태임이가 갔던 162번째 세계의 비정상적인 분기점에
대해 얘기한다.
162번째 세계에 갔던 태임이는 비정상적인 분기점을 단박에 알아챈다.
아이들과 솔 선생이 탄 버스가 폭발하던 순간. 아리는 태임이가
되돌리고 싶어서 두 번째 시간여행을 했을 때 유일하게 살렸기 때문에
살아있던 것이었다.
아리는 ‘차원 이동기’라는 은색 막대를 들어 보이며 일주일 전,
사고가 난 그날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아이들과 선생님을 살리자면서.
하지만 태임이는 헷갈린다.
포도주스를 먹으며 보랏빛으로 물든 입술을 혀끝으로 핥으며 웃던 아리.
그 사악한 미소가 여전했기 때문이다.
아리는 시간이 없다며 내일 다시 만나자고 한다.
태임이는 아리가 순순히 도와줄리 없다는 걸 생각하지만
일단, 아리를 만나기로 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101/pimg_7344511824138780.jpg)
역시나 아리는 162번째의 세계를 없애고 싶어서 태임이를 찾아왔던 것이다.
차원 이동기를 통해 이동하려는 사이, 태임이는 가지 않으려고 끈질기게 노력한다.
그리고 그때 미래의 피클이 된 평행세계의 정리사 태임이가 찾아온다.
미래의 태임이의 도움으로 피클에서 해고됐던 아리는 자신의 세계로 돌아간다.
40년 후, 미래의 태임이는 현재의 태임이에게 폭탄을 설치했던
161번째 태임이를 설득하라고 말한다.
현재의 태임이만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그러나 설득하지 못하면 무의 공간에 갇힌다고.
차원 이동기에 기록이 남지않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161번째 태임이를 만난 현재의 태임이는 그녀를 설득하고 무의 공간에 갇힌다.
태임이는 161번째 태임이를 설득할 수 있을까?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101/pimg_7344511824138781.jpg)
나는 무의 공간에 갇힌 태임이가 자신을 돌아보며 정리하는 동안,
검은 표지로 이어지는 책의 편집이 훌륭했다고 본다.
문의 공간에서 마음을 정리하고 용기를 낸 태임이.
시간여행의 분기점마다 새롭게 생성되는 평행세계와
그 세계마다 존재하는 ‘나’와 ‘나’ 아닌 또 하나의 ‘나’.
또 다른 나를 후회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용기낸 태임이.
결국 태임이는 또 다른 나를 구원한다.
남유하 작가만의 색깔로 잘 풀어낸 평행세계가 인상적이다.
요즘 SF를 거론하며 남유하 빼놓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평행세계와 타임머신, 차원 이동기의 투명하고 몽글몽글한
포털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강추!
또 다른 평행세계에서 지내는 또 다른 ‘나’는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현재의 나는 이제 막, 2024년 새해를 맞이했는데.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