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라캉 1 - 라캉과 그의 시대
엘리자베트 루디네스코 지음, 양녕자 옮김 / 새물결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제1 서평자께서는 영어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제법 지식을 갖춘 분인 것 같지만, 지극히 단편적인 시각으로 책을 읽으시는 분이라는 사실에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사소한 인간의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모은 책이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는 그런 책을 그렇게 읽어버리시니 참으로 안타깝군요.

라캉의 사상적 고투와 새로운 체계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지적 영역으로 시야를 확장시키는 열정이, 단지 분석 시간을 줄임으로써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작전으로 보인다면, 그대는 차라리 책을 읽지 않았던 편이 더 나았을 것을 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라캉에 호의적이건 적대적이건 그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루디네스코가 라캉에 비호의적이었다고도 생각되지 않을 뿐 아니라, 라캉을 위한 변명을 쓰기 위해 그 두터운 책을 썼다고도 생각되지 않는 군요.

그 책은 라캉이라는 한 비범한(어떤 의미에서건 그렇습니다) 인물의 사상 형성 과정을 따라가며 그려나가는 프랑스 지성사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무시하지 마십시오. 프로이트와 안나 그리고 클라인 등 정신 분석학 본류의 관심사는 물론이고, 알렉상드르 코이레의 비교종교사 연구, 코제프의 헤겔 독해, 바타이유, 푸코, 그리고 프랑스와즈 돌토에 관해 다룬 곳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아주 특별한 서술 등등등, 이 세기 유럽 아니 현대 사상의 지형도를 바꾼 거인들의 사상적 실험들이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삶의 이면과 함께 제시되어 있는 데도 아무런 감동을 느낄 수 없다면, 그런 지성과 감수성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누구를 무조건적으로 특별히 숭배할 이유도 없지만, 강박적으로 비난하는 닫힌 독서 태도는 그대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는 커녕 오히려 척박하게 만들지나 않을지 염려되는 군요. 정신분석학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지 않더라도, 현대 지성계의 문제 의식과 프랑스 지성계의 흐름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그런 책입니다. 특히, 역자의 새련된 번역이 그 책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군요. (아마 처녀작이지 않은가 싶은데?) 책 날개에 소개된 라캉의 다른 저작과 돌토의 책이 기대되는 군요.

한마디, 출판사에서는 라플랑슈의 '정신분석학 용어집'을 번역할 의사는 없으신지? 하나더, 라깡의 평전이 나오기 전에 세계 정신분석학의 역사에 관한 균형잡힌 역사서가 먼저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군요. 적어도 피터 게이의 프로이트 평전 정도는 먼저 번역이 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출판 사정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고 하는 기대입니다만.

그리고 라깡이 그의 사상을 완성하기 위해 고투하던 동시대 파리에는 새로운 하나의 사상 혁명이 준비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군요. 라깡과 직접 관계는 없지만, 라깡 평전에도 등장하는 고등연구원(EPHE) 및 코이레, 듀메질 등과는 인연이 깊은 종교사연구의 흐름이 그것입니다.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종교사가 엘리아데의 회고록과 일기가 바로 그 당시 프랑스 지성계의 다른 일면을 전해주는 대단히 중요한 텍스트입니다. 아직 우리말 번역존이 나와 있지 않지만, 관심있는 독자는 불어본과 영역본을 구해서 읽으시길...루디네스코의 저작과 병행해서 읽는다면 20세기 중엽 프랑스 지성의 지형도를 그리는데 훨신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램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따오리 드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