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 - 2016년 제61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김채원 외 지음 / 현대문학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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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고등학생 시절에 그녀의 초록빛 모자를 책으로 사서 봤었다.

나남출판사에서 나온 책이었다. 그 책은 단편집들이었는데 마치 .. 좋아하는 가수의 테입을 계속 듣다보면 메인곡 뿐 아니라 모든 곡들이 다 좋다고 느껴지듯이 초록빛 모자 뿐만 아니라 모든 글들이 다 내 마음에 쏙 들어왔다.

내 삶의 일부를 형성했다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로 글들이 좋았다.

누구나 경험하겠지만 글을 계속 읽다보면 생각을 그 글들처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작가의 책이 내겐 그랬다.

 

그리고. 1989년 이상문학상을 겨울의 환으로 받는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바로 그 해이다.

이후 그녀의 작품들이 나올 때마다 사서 모았다.

환시리즈로 나온 책도 사서 사진들과 함께 고이 모셔두고 읽었던 것 같다.

 

그러나 결혼과 동시에 그 책들은 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희안하게도 김채원씨도 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나 스스로 아이가 좀 자라 다시 책을 기웃거리고 옛추억을 떠올릴 여유가 생겼을 때, 우연인지,, 내가 고등학생 때 읽던 책의 작가의 나이가 되었을 때 쪽배의 노래가 나왔다.

 

하루키에 열광한 우리세대들이 있을 때 나는 이 작가에 열광했었고 주변에서 아는 사람이 없음에 실망했었던 것 같다.

 

우리세대의 작가들 다 어디론가 사라져..

가끔 작아진, 우리가 젊었던 시대보다 더욱 입지가 줄어든 작가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우연히 다시 검색 중 올해 현대문학상을 받고, 곁들여 초록빛 모자가 실려있다는 걸 알았을 때 확인하자마자 그 책을 구매하기까지 10초도 안걸렸던 것 같다.

 

함께 늙어간다는건...참 좋은 일같다.

김채원씨가 광화문에서 쓴 글을 읽으며 나 또한 거기를 자주 지나다녔기에 이제는 함께 떠올릴 수 있다.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오랜 팬으로서 글을 남기고 싶어 오랜만에 마이리뷰를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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