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상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54
데이비드 위즈너 지음 / 시공주니어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시간 상자를 열다 (행복한 꿈을 꾸다)


최근에 공상에 잠겨본 적이 있는가? 환상적인, 행복한 꿈을 꾼지 얼마나 되었는가? 삶에 치여서 꿈을 꿀 시간조차 없이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 쉬어가는 시간, 판타지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책이 바로 데이비드 위즈너의 <시간 상자> 이다.

 

어릴적 삼촌께서 책을 많이 선물 해주셨다. 주로 그림책이나 팝업북 등 상상력을 길러주는 책들이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시간 상자>이다. 이 책을 선물 받았던 당시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이 책의 깊이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었지만, 그렇다고 책이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위즈너의 작품이 대부분 그림으로만 구성되어있고 간혹 문장 한 두 마디 정도 나오지만, <시간상자>는 단 하나의 글자도 없이 그림으로만 표현이 되어있었다. 어린 나에게는 오히려 글이 없어서 감상하기 편했고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의 첫 장을 열면 바닷가의 모래를 연상시키는 면지가 나오며 여기부터 이야기가 시작 된다. 호기심 가득한 금발머리 소년이 바닷가에서 작은 생물들을 관찰하며 놀다가 파도에 떠밀려온 수중 카메라를 발견하게 된다. 카메라 안에는 낯선 세계가 펼쳐져 있었고, 지금까지 상상도 못했던 신비한 세계를 소년은 사진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신비한 바닷속 세계뿐만 아니라 사진 속에 다양한 아이들을 보게 된다. 사진 속에 사진이 있고, 그 사진 속에 또 사진이 있고. 이것은 소년 또래의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과 시간의 흐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시간 상자>는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소년의 눈에서 카메라의 눈으로, 큰 사진에서 작은 사진으로 시선이 옮겨지면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어트린다.

 

<시간 상자>는 상상력을 초월하는 표현들이 많았다. 기존의 있던 표현들을 넘어서 전위적이고 굉장히 모던하며 세련되었다. 그림책을 보았다는 느낌 보다 마치 대사 없는 판타지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자유롭고 섬세한 표현들과 미장아빔 기법을 그림책에 사용했던 점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언어라는 수단에 국한되지 않고도 그림으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 또한 실제로 존재할 것 같은 인물과 이야기가 현실감을 더한다. 익숙하지만 낯선 느낌이 더욱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초현실적인 그림체가 마그리트와 달리를 연상시켰고, 프레임을 자유롭게 사용했던 점이 재미있었다. 결말을 열어줌으로써 독자의 상상력과 마음을 열어준 책이다.

 

이 책을 처음 본지 11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행복한 꿈을 꾼 듯한 느낌을 받는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행복한 꿈을 꾸고 싶다면 (휴식이 필요하다면), 망설이지 않고 이 책을 보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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