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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위한 물고기 한 마리
카르스텐 페테 티데 지음, 임정희 옮김 / 푸른나무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아주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성서지식이 있다면 단숨에 읽어 내려갈 만한 정도의 재미로 가득하군요. 물론 이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이들에게는 다소 진부한 내용의 반복일 수도 있겠지만, 부분부분 논쟁거리로 입에 올릴 만한 에피소드들도 분명히 있네요. 특히 사해문서의 경우에는 그 문서가 가지고 있는 폭발성 때문에 선뜻 개방적으로 취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전부터 품고 있던 저로서는, 간접적이지만 조금이나마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음에 만족합니다.
저자는 전문인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사전지식이 깊지 못하면 단순한 흥미거리의 범주를 벗어나기 힘들겠다라는 염려가 듭니다. 오히려 전문지식이 있는 이들이 읽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거나 혀를 차게 할 만한 내용들이 가끔 등장하네요. 만약 이 책을 읽고 기존의 기독교적 믿음에 위배되는 것 같아 석연치 않은 마음이 드시는 분들은 다시 한 번 이 책을 정독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기록된 예수의 세상에 대한 개방성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의 내용을 일일이 다시 짚어볼 필요는 없겠으나, 평소 복음서의 집필연대에 대해 석연치 않은 느낌을 떨쳐 내지 못하고 있던 저에게는 이 책이 제시하는 초기연대설이 꽤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다시 한 번 주변 자료들을 검토해 보고 싶네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만, 책의 외형은 그다지 좋지 않네요. 저는 미리 이 책에 대해 알고서 선택했으니 그렇지만, 무얼 읽을까하는 마음으로 서점에 들른 이에게 선택 받을 만한 겉모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좀 칙칙하지요? 그리고, 약간 문제 삼을만한 것도 있네요. 대지를 해칠 정도의 것은 아니지만, 논리상 명백한 오역이거나 오타의 흔적이 몇 군데 있습니다. 지명, 인명을 비롯한 고유 명사의 번역에도 약간의 혼선이 있지 않았나 생각되지만 이 점은 어느 번역자에게도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납득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게 해 주신 출판사와 역자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