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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ㅣ 비타 악티바 : 개념사 26
선우현 지음 / 책세상 / 2012년 1월
평점 :
이 책에서, 평등을 구현할 현실 무대로 등장하는 사회는 근대 이후의 자유주의(자본주의) 사회 체제이다. 그런데 이 자유주의(자본주의) 체제는, 한편으로는 물질적 재생산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자유 경쟁 시장 제도’를 도입하여 구성원들의 각기 다른 기여에 대한 차등적인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유지하고자 시도한다. 그럼에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구성원 각자의 권리와 자유 등이 신분이나 계급, 지위 등과 상관없이 공정하고 평등하게 구현되는 정의 사회를 지향하는 ‘민주주의 이념’을 도입하여 이를 현실화하고자 애쓰고 있다.
이 책 <평등>은 이러한 현실적 상황을 맞이하여, 현상적으로 서로 충돌하고 양립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이는 자유와 평등의 두 이념의 실체적 진상을 드러내 보여주고자 한다. 즉 자유와 평등은 내적으로 긴밀하게 상호 의존적인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바, 그런 탓에 진정한 자유 실현의 기초로서 평등이 요청되고 또한 작동하고 있는 바, 양자는 양립 가능할 뿐 아니라 서로 불가피하게 결합하여 의존하고 있음을 밝혀내고 있다.
이러한 전제와 문제의식에 따라 이 책에서는, 루소와 마르크스의 평등주의 철학을 끌어들여,
‘실질적인’ 자유 구현의 토대로서 작용하는 것이 평등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아울러 개인들 간에 차등적으로 자유의 향유가 이루어지는 불평등의 상태가 만약 ‘정당화될 수 있는 불평등’이라면 그것은 우리가 추구하고 동시에 수용할 만한 ‘사회적 평등’임을 또한 논증해 보여주고자 한다. 롤스의 ‘자유주의적 평등주의’ 또는 ‘정의의 철학’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이에 해당된다.
이렇듯 이 책은 평등을 강조하고 중시한다고 해서 소위 좌파적 입장에만 치우쳐 있지 않으며, 자유주의 체제 내에서 현실화될 수 있는 정당한 불평등 상태를 하나의 ‘공정한 불평등으로서의 평등’으로 수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만큼 평등 못지않게 자유와 그것의 실질적 구현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의 입장 혹은 우파적 관점 또한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지면상 상세히 논할 수는 없지만, 이런 한 두 가지 점만 놓고 보더라도 이 책은 나름 공정하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평등을 자유와 연결 지어 논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정 이념적 관점이나 정파에 기울고 있지 않다. 그런 만큼 이념적 스펙트럼이나 진영 논리에 입각해 비판하는 것은 그리 온당치 못한 평가일 것이다. 동시에 구체적인 논거나 사례 등을 제대로 적시하지 않은 채, 주관적이며 인상기적 관점에 매몰되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그리 공정한 평가는 아닌 듯 싶다.
게다가 이 책은 평등과 자유에 관한 전문적인 학문적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도하기 위한, 예비적 검토 작업의 일환으로 구성되고 이루어진 기초적 연구 교양서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높은 학술적 잣대에 의거하여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공정치 못한 처사라 할 것이다. 오히려 이후의 보다 진전된 연구 후속 성과를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