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시대의 리더십 - 위기관리의 관점에서 본
오인환 지음 / 열린책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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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고종으로 대표되는 구한말의 역사는 무엇인가 도모하려 했지만 구체제를 탈각하지 못한 탓으로 결국은 무위로 그치고 나락에 떨어져 마침내 국권을 빼앗겨 버린 음울한 시기로 만 기억되었다. 그렇기에 이시대의 이야기들은 개인적으로 소극적인 격정은 일으킬지언정 적극적인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인연이 있어 손에 쥐게 된 이 책을 일별하는 순간, 에둘림 없이 핵심을 향하여 거침없이 들어오는 고수의 검기에 취한 것처럼 마지막 페이지가 다할 때까지 손에서 뗄 수 없었다. 우선 대원군, 민비, 고종, 이홍장, 이토 등 주요 등장인물 각각의 특성에 대한 정교한 해석은, 작가가 사실(史實)을 고증하는데 쏟은 공력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사실 간의 빈 공간을 추론하고 해석해 내는 작가적 상상력은 가희 일품이라, 현재 중국에서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다는 이중티엔(易中天)의 글을 보는 것 같았다. 또한 주제의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당시 일본공사 이노우에, 청국 대표 위안스카이, 미국공사 알렌, 러시아공사 베베르와 처제 손탁, 매국노 이완용 등 조연들의 막전 막후의 에피소드는 책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가치는 단순히 지난 역사에 서술이 아니라, 이를 바탕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또는 직면한 위기의 징후를 어떻게 알아내고 어떻게 대응 할 것인가란 실천적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아마도 저자가 평생을 언론계에 종사하면서 단련된, 문제의 핵심을 간파해 내는  기자적 본능과 공공선을 지향하는 공직세계에서 국정의 일부를 직접 다룬 고위정책결정자로의 경험이 잘 조화를 이룬 곳에 기인하는 것 같다. 이는 특히 위기의 시기를 대처하는데 대원군, 이홍장, 이토로 대표되는 조선-청-일본의 대표선수들이 지닌 각각의 경륜과 그릇의 크기가 결국은 3국의 운명을 갈라놓는 장면을 설명하는 데 탁월하게 나타나고 있다. 책의 배경시기를 벌써 한세기 넘게 흘쩍 넘겼음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의 기운은 본질적으로 큰 변화가 없는 듯하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이러한 강약부동이 불변은 아니고,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우호적인 상황으로 변화을 이끌어낼 정치․경제적 역량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몽골의 명장 톤유쿠크(Tonyuquq)가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뚫는 자는 흥한다’고 했듯, 고종시대가 쇄국의 성을 쌓다가 그러했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지도자가 되기를 원하는 자는 무릇 변화가 두려워 회피하지 말고, 작은 위기를 큰 위기로 키우는 우를 범하지 않는 위기관리 능력을 키울 것을 주문하고 있다.  참으로 수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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