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거대한 기차 - '칭짱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 가려진 통일 제국을 향한 중국의 야망
아브라함 루스트가르텐 지음, 한정은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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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거대한 기찻길은 중국과 티베트의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마음의 거리도 좁힐 수 있을까.

저자 아브라함 루스트가르텐은 중국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들어가 기자가 아닌 여행객을 가장해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일을 토대로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야욕을 거대한 철도를 상징적, 구체적 도구로 삼아 접근한다.

 

오랜 세월 동안 험난한 지형을 천혜의 방패로 이용해 외세의 침략을 받지 않았던 티베트는 인도, 중국 간의 선점 야욕과 미국 CIA의 간접적 지원, 냉전체제 하 마오저뚱의 계획에 의해 끝내 뚫리고 만다. 중국은 티베트를 효과적으로 점령하고, 그들의 정체성을 해체하기 위해 철도 건설을 추진하고, 그러는 와중에 건설계획은 중단 등의 위기를 겪고, 노동자들의 환경은 열악했으며, 극심한 피해를 입은 티베트인들의 저항을 받기도 한다.

 

저자는 철도 건설에 대한 이야기를 거시적으로 풀어놓는 한편 티베트인의 핍박 받는 삶에 대한 미시적 접근도 놓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중국의 철도 건설의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기술한 책도 아니고, 그 과정의 난제와 역경을 풀어놓은 책도 아니다. 과학과 문명은 어떻게 철도를 가능케 했고, 그것이 어떻게 무기로 작용해 티베트의 문명과 종교, 이념을 몰살하는지 담담하게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그 이면의 잇속과 제국주의적 현실에 맞딱뜨리게 된다. 그것은 발전을 가장한 공사이며, 개화를 가장한 식민이다.

 

온라인에서 프리티베트 운동을 촉발하는 한 축이 되기도 한 이 책은 약자에 대한 강자의 지배가 어떻게 21세기에 용인되어지는지, 그것이 국가간의 관계이든 개인의 것이든 역사상 꾸준히 이어져 왔는지 절감하는 계기가 되게 한다.

 

중국의 압정에 항거하여 티베트에서 분신한 티베트인이 10월 현재 55명에 이르렀다. 그 중 45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국의 언론노출 금지와 무차별 탄압에 맞서 자기 몸을 태워, 불을 밝혀, 이렇게라도 알아달라고 해외에 알리려는 처절한 몸짓은 백 년 전 우리가 겪어야 했던 일제시대의 저항을 꾸역꾸역 되새김질하게 한다. 일제시대가 철도 부설 등의 건설과 문명화를 통해 한국에 기여했다는 건 뉴라이트들에 의해 여전히 반복되는 변명이 아니던가.

 

그런 면에서 티베트인들의 고통은 우리네의 고통과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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