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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ㅣ 문지 스펙트럼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1월
평점 :
인간 실격의 주인공 오바 요조는 다자이 오사무 그 자체라고도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극에 나오는 오바 요조의 생애가 다자이 오사무와 밀접하게 닿아있기 때문이다.
모티프로 삼은 대상이 ‘나’인만큼 주인공에 대한 심리 묘사가 지독하리만큼 집요하고 섬세하다. 어린 시절 남을 대하는것에 불안과 공포가 심했던, 때문에 익살로 무장했던 요조가 성인이 되고 세상과 만나면서 더 이상의 익살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장면, 그리고 그 속에서 상실감을 느끼는 장면, 요조라는 인간의 ‘나약’을 낱낱이 파헤치는 것이 대단해 보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그의 태도가 웃기기도 했다. 순수한 영혼이라는 듯 겉과 속이 다른 인간 세계를 비틀어보이면서도 그런 그도 결국은 호리키를 향한, 멉치를 향한 자신의 속내를 감히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 탐으로 웃겼다. 자신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며 나약함과 부정을 방패삼아 도망쳐버리는 요조가 가엽기도 하고 비겁해 보이기도했다.
이번이 두번째 도전인데 아직도 오바 요조가 낯설다. 그럼에도 우리의 영혼 틈바구니에도 오바 요조가 있다. 적어도 나는그렇다. 이렇게까지 인간의 내면을 열렬하게 고백한 작품이 있었던가 라는 생각과 더욱 파고들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외국 작품을 번역한 것이라 그런지 번역투도, 유독 많이 보이는 쉼표 처리도 읽는데 약간의 방해가 되는 편. 그럼에도 표지 디자인과 내지 디자인 깔끔하고 세련됐다. )
📚 "그래? 아빤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모두 그러던데." 그건 속이고 있기 때문이야. 이 아파트 사람들 모두가 내 게 호감을 보이는 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얼마나 모두를 두려워하고 있는지! 두려워하면 할수록 좋아해주고, 그러면 이쪽은 상대가 좋아해주면 그럴수록 두려워져,, 모두에게서 멀어져갈 수밖에 없는 이 불행한 기벽을, - 96pg
📚 인간은 결코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아. 노예조차 노예다운 비굴한 앙갚음을 하는 법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즉석의 단판 승부를 걸지 않고선, 살아남을 방도가 없는 거야. 대의 명분이 랍시고 내세우면서도, 노력의 목표는 어김없이 개인, 개인 을 타고 넘어 다시 개인.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함. 대양ocean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야. - 104pg
📚 이를테면 '과학의 미신'에 협박 당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야 분명히 몇십만이나 되는 세균이 떠다니며 꿈지럭거리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정 확한 사실일 테지요. 이와 동시에 그 존재를 완전히 묵살하 기만하면, 그건 자신과 털끝만큼의 관련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마는 '과학의 유령'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 105pg
📚 신에게 묻는다. 신뢰는 죄인가.
요시코가 더럽혀졌다는 사실보다, 요시코의 신뢰가 더럽혀졌다는 사실이 제겐 그 뒤 오래도록, 살아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고뇌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126pg
📚 지금 제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다만,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144pg
인간은 결코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아. 노예조차 노예다운 비굴한 앙갚음을 하는 법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즉석의 단판 승부를 걸지 않고선, 살아남을 방도가 없는 거야. 대의 명분이 랍시고 내세우면서도, 노력의 목표는 어김없이 개인, 개인 을 타고 넘어 다시 개인.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함. 대양ocean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야. - P104
신에게 묻는다. 신뢰는 죄인가. 요시코가 더럽혀졌다는 사실보다, 요시코의 신뢰가 더럽혀졌다는 사실이 제겐 그 뒤 오래도록, 살아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고뇌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 P126
지금 제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다만,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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