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호의 난, 1374 제주
정용연 지음 / 딸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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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호의 난.’ 국사 교과서에도 지나가듯 언급 정도만 되어 있기에 역사에 관심이 지대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낯선 역사일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목호라는 단어조차 전혀 몰랐다. 가족의 추천으로 읽게 된 이 책은,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엔 읽기가 조금 힘들었다. 사극에서 흔히 다루는 조선시대도 아니고 중고등학생이었을 적 교과서에서만 봤던 고려시대의 내가 전혀 모르는 이야기. 그것도 뭔가 무게 있어 뵈는 역사 이야기가 이어졌기 때문에 고려 역사에 전혀 아는 바가 없는 내가 이 책이 다루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독서라는 게 대부분 첫 부분만 버텨내면 빠져들어 읽게 되는 것처럼, 몇 장 더 넘기고 나니 어느 샌가 몰두해서 읽고 있는 내가 있었다.

 

 보통 역사책들이 국가나 민족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적어놓은 것과 달리, 이 책은 개인의 시선이라고 할까, 등장인물 단위의 입장에서 역사를 풀어 놓았기 때문인지 같은 이야기라도 인물들의 입장마다 다르게 해석되는 재미가 있었다. 노국공주의 죽음 장면과 범섬의 벼랑에서 명예로운 죽음을 택한 목호 군사들의 대목에선 울컥하기까지 했으니 말 다했다. 게다가 작가님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개성 있는 작화는 작품에서 다루는 시대와 너무나도 어울려 한 치의 위화감도 없었다. 제주의 색을 그대로 담아낸 듯한 컬러까지 보는 내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고려와 몽골 사이의 탐라, 그 얽히고설킨 관계를 진중하고 담담하게 풀어낸 목호의 난-1374 제주.’ 이야기의 막이 내리고 작가의 말까지 보고 나니 한 편의 심도 있는 기획기사를 읽은 기분이었다.

 

 1374년 탐라. 서울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듯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제주의 이야기라 그런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그러나 목호의 난은 한국의 기록 속에서 무심히 잊혀 지기엔 아쉬운, 우리의 역사이다. 중고등학교 추천 도서 목록에 이 책을 올리고 싶다. 잊혀진 역사를 알려주신 작가님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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